'책'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10/02/28 부러운 사람 (10)
  2. 2009/10/22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2)
  3. 2009/10/06 도마뱀에게 속삭여라 (19)
  4. 2009/09/27 보은의 책 이벤트 (28)
  5. 2009/06/09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10)
  6. 2009/05/24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7. 2009/05/11 책이 나왔습니다... (104)
  8. 2009/05/06 "내 꿈이 어디갔지?" 돌아와 숲 앞에 서다 (16)
  9. 2009/03/01 사랑과 지옥 (9)
  10. 2008/12/17 체실 비치에서 (15)
2010/02/28 01:56

부러운 사람

".....우리 테이블에는 최근 대학을 졸업한 젊은 여성도 있었는데 중미의 촌락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간호학교에 막 입학한 이였다. 그녀가 부러웠다. 사회에 대한 기여가 너무 간접적이고 불확실한, 글을 쓰거나 가르치고 법을 업으로 삼고 설교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던 나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이들에 관해 생각했다. 자기 손으로 무엇이든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빗자루 하나라도 만들고 싶다는 평생의 바람에 대해 시를 쓴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나는 떠올렸다.”

- 하워드 진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에서 -

 

오랫동안 내팽겨쳐 둔 세 번째 책을 위해 사람들을 인터뷰하러 돌아다니고 원고를 쓰는 중이다. 얼마 전에 만났던 한 여성의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말을 다루는 일을 하다가 아주 구체적으로 사람을 돕는 일로 전업하게 된 그가 “땅에 발을 딛고 몸으로 부딪혀 세상을 배우는 구체적인 삶”에 대해 말했을 때, 나는 그가 얼마나 기쁨에 차 있는지를 말보다 눈빛을 보고서 알았다. 새로 시작한 일을 들려줄 적마다 그의 눈은 유난히 반짝거렸고 덤덤한 표정에도 생기가 돌았다. 번번이 기억의 시계를 되돌려 이미 지나온 과거를 들려달라고 청하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하워드 진의 에세이집에서 읽었던 위의 구절이 떠올랐다. 미국의 실천적 지식인으로 손꼽히던 하워드 진조차 간호학교에 입학하는 젊은 여성을 부러워했다. 추상적 개념을 다루거나 글과 말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회의하며 ‘구체적 삶’을 동경한다.


집에 돌아온 뒤 나는 오래전 밑줄을 그어둔 이 구절 옆에 한 마디를 더 적어놓았다. ‘구체적 삶’이 변화시키는 대상은 다른 사람들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고. “타자지향적인 목표와 가치, 연결선이 명확하게 보이는 일을 하게 되면서 나 자신이 달라진 것 같다”는 그의 말이 떠올라서다. 스스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만큼 그가 고양된 것은 커다란 보상이 주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도 낮아졌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그의 일이 얼마나 목적을 달성할지도 알 수 없다. 충만함은 그런 데에서 오는 게 아닐 것이다. 다시 하워드 진의 말에서 한 대목.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받는 보상은 미래의 승리에 대한 전망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는, 함께 위험을 무릅쓰며 작은 승리를 기뻐하고 가슴 아픈 패배를 참아내는 과정에서 얻는 고양된 느낌이다. --함께 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2)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Trackback 0 Comment 10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33 관련글 쓰기

  1. BlogIcon 지아 2010/02/28 06:00 address edit & del reply

    구구절절 공감이예요. 언니 새 책은 그 전에 실었던 turning point에 대한 건가 보죠? 아흐... 저도 빨리 turn하고 싶은데 ㅋㅋㅋㅋ

    • BlogIcon sanna 2010/02/28 22:11 address edit & del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좀 쉬어도 되지 뭐~ 너무 조바심갖지 말고 느긋하게 지내.

  2. lebeka58 2010/03/01 12:19 address edit & del reply

    살면서 깜빡깜빡 잊고 있던 걸 다시금 일깨워주시는 글이네요.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다름으로 해서 구체적 삶의 방법이 다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말과 글의 힘은 정말 크고, 이또한 아무나 하고자 한다해서 할 수 있는건 아니거든요. 그런면에서 전 산나님이 넘 부럽사와요.

    • BlogIcon sanna 2010/03/03 00:39 address edit & del

      말과 글의 힘에 대해 회의적이라서...레베카님 댓글 보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3. Gomy 2010/03/02 16:39 address edit & del reply

    반갑습니다. 돌아오신 것을 확인하니 제 얼굴에도 아래 동자와 같은 미소가 (물론 그 정도로 귀엽지는 절대 않으나 ^^) 퍼지는군요...

    • BlogIcon sanna 2010/03/03 00:40 address edit & del

      Gomy님은 언제 돌아오셔서 저도 동자처럼 웃어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실라나요? ^^

  4. 경심 2010/03/03 02:01 address edit & del reply

    선배가 책 글귀를 옮겨 놓으실 때마다 궁금한 게 있어요. 늘 다 외우고 계신 걸까, 한 단어나 맥락을 기억하다가 옮겨 놓으시는 걸까. ^^선배가 여기저기 흩어놓은 조각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리운 마음이 듬뿍 일어요.

    • BlogIcon sanna 2010/03/03 15:22 address edit & del

      '기억력'보다 '망각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내가 그걸 다 외울리가 있니~^^
      막연하게 생각나면 찾아보는 정도야.찾아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훨씬 많고.
      그건 그렇고,잘 지내지? 봄에 꼭 만나자.

  5. BlogIcon 엘윙 2010/03/07 13:12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실체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ㄱ-

    • BlogIcon sanna 2010/03/09 01:38 address edit & del

      헐~뭘 그렇게까지.....^^

2009/10/22 14:43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후배 편집자들에게 기획안을 제출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시장조사를 하겠다고 서점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서점에야 신간을 포함하여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전에 내가 읽어온 책의 목록을 살펴보는 것이다.

편집자가 평생 기획할 수 있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 극단적으로 한 달에 한 권을 만든다고 치자. 40년 동안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면 480권을 만들 수 있다. 480권의 목록을 어떻게 구상할 수 있을까. 아마도 처음 50권은 편집자의 독서편력에서 비롯된 취향과 기질이 반영된 기획도서가 아닐까 싶다. 나머지 400여권은 그 50권이 가지치고 혹은 뿌리 나누기를 해서 스스로 숲을 이루어나갈 것이다. …편집자가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내다보면 그 책이 다른 책을 불러 온다. 책 한 권을 만들면서 그만큼 성숙해지는 것이 편집자인 것이다. 그러니까 책 한 권을 출간하고 나면 몇 권의 기획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할 수 있다.

- 정은숙의  "편집자 분투기" 중에서 -


얼마 전부터 고민하는 사소한 선택의 과제가 하나 있다. 그냥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는 변덕 때문에 생각이 더 뻗어나가질 못하고 계속 제자리 맴돌기 중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편집자 분투기’의 이 대목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저자의 표현에 빗대어 말하자면 ‘내가 읽어온 책의 목록’을 살피지 않고 ‘서점의 신간’을 살피러 나돌아 다니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듯하고 중요해 보이는 대상을 선택하고 싶은 얄팍한 욕심에, 애초에 내가 왜 이 길에 들어섰는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내 삶 속에서 만들어진 질문, 내 문제에 근거하지 못하는 선택, 전문성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근거가 여전히 빈약하다면 두리번거리면서 시간낭비 하지 말고 이곳까지 나를 이끌어온 내 질문을 먼저 들여다볼 것. 무엇보다, 홍상수 감독이 고현정의 입을 빌어 설파하신 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저기 집적대지 말 것!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2)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체실 비치에서  (15) 2008/12/17
Trackback 0 Comment 22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25 관련글 쓰기

  1. BlogIcon 이승환 2009/10/22 15:49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죄송하다고 빌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글-_-;

    • BlogIcon sanna 2009/10/22 17:54 address edit & del

      헐~제가 뭘 잘못해서 그런 마음이 들게했는지 죄송하다고 빌고 싶은 마음...-.-;;;

  2. 사복 2009/10/22 18:50 address edit & del reply

    뜨끔합니다.. 죄송하다고 하기에도, 너무 부끄러워요;

    • BlogIcon sanna 2009/10/22 20:37 address edit & del

      얼렐레~왜들 이러시는지....ㅠ.ㅠ
      제가 뭘 잘못 썼나봐요? 제목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나오는 대사인데,너무 쎈가요?

  3. 지아 2009/10/22 23:21 address edit & del reply

    아는만큼만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사람 의외로 적어요. 자신이 잘 모르는것을 인정하려면 내가 뭘 모르는지부터 알아야하는데 그걸 잘 모르다보니까니 ㅋㅋㅋ

    • BlogIcon sanna 2009/10/22 23:30 address edit & del

      웅~근데 확실히 내가 제목을 선정적으로 단 것같긴 하네.^^
      '아는 데서부터 시작해보자' 뭐 이런 생각을 한 거고, 사실 제목이 이 내용과는 별 관계가 없는데
      댓글은 선정적 제목에 대해 달리는 추세~^^;

  4. 마음산 2009/10/23 11:54 address edit & del reply

    으왕....저야말로 왕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어요~~

    • BlogIcon sanna 2009/10/25 21:23 address edit & del

      힛~ 저자 사진까지 찾아서 올려놓을까봐요~~^^

  5. BlogIcon 즐거운 사자 2009/10/23 21:1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제가 걸어온 경력(내가 읽어온 책의 목록)을 살피기 보다는
    자꾸만 전혀 다른 새직종(서점의 신간)을 살피러 돌아다니다 참 많이도 헤맸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제 자리에서 되돌아 보니
    제가 걸어온 길이 모두 이 길로 이어지기 위함이었구나 깨닫게 되더라구요.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2005년 스텐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 중 한 귀절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은 미래를 내다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과거를 되돌아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 있을 뿐이죠.
    그러므로 미래에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이어질 것을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무언가에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본능이든,운명이든,삶이든,인연이든,무엇이든 간에)
    점들이 연결되어 나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여러분에게 자신의 마음을 따르도록 하는 자신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마음을 따르는 일이 여러분을 탄탄대로에서 벗어나게 할 때 조차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에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10/25 21:25 address edit & del

      그 유명한 'connecting the dots'로군요.^^
      뒤돌아보아도 왜 내 점들은 연결이 안되나 답답할 때가 많은데..잡스의 말대로, 믿어볼까요?^^

  6. 현숙 2009/10/24 01:48 address edit & del reply

    홍상수 감독 영화를 즐겨보는 일인으로서, 언니 제목선택이 논지에서 영 벗어난건 아니라고 생각됨니다. ^^ 머...마음을 들여다보고 따르는게 모든 질문의 해답이라는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거고. 요는 고걸 못하게 방해하는 지식인적 자의식 과잉이 문제라는거 아니겠슴니까요. 저라는사람은 매우 뻔뻔하게도 그런 영화를 보면서 아하하 웃다가 어우야~하다가, 음...지식인은 역시 문제가 많아, 하면서 정리한다는.

    • BlogIcon sanna 2009/10/25 21:25 address edit & del

      딱 홍상수 영화스러운 정리방식이로세 ^^

  7. 2009/10/24 02:0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10/25 21:26 address edit & del

      그렇지. 내공으로 따지면야 둘째가라면 서러울~ ^^

  8. BlogIcon montreal florist 2009/10/24 08:34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정말 유식해야하는 직업이군여

    • BlogIcon sanna 2009/10/25 21:28 address edit & del

      음...그보다는 유식하려고 애쓰지 말고, 네 관심사가 뭔지 먼저 파악해라,그런 취지로다가
      저는 읽었습니당~ ^^

  9. BlogIcon 팔다 2009/10/25 00:11 address edit & del reply

    에헤헹....모르는 거 아는 척 하면서 쓰려다가 페이퍼가 안드로로 가는 중인 저입니다요...
    모르는 거는 우라까이도 잘 안된다는 진리....

    • BlogIcon sanna 2009/10/25 21:30 address edit & del

      마자마자...옛날에 나 꼼지락거리던 거 보다못한 모 선배가
      "야, 도장파지 말고 그냥 우라까이라도 해서 빨리 띄워!"하고 소리지를 때,
      '뭘 알아야 우라까이라도 하지요'하고 항변하고 싶었다는...ㅠ.ㅠ

  10. 2009/10/25 17:39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제 기사를 스스로 복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허걱...역시 아는 건 우라까이가 잘 되더이다

    • BlogIcon sanna 2009/10/25 21:34 address edit & del

      어인 자학을...완죤 '잘쓴 기사 하나, 열 취재원 안부럽다'로세~^^

  11. lebeka58 2009/10/27 00:39 address edit & del reply

    생각의 안테나에 포착되는건 역시 내 취향의 것이더라구요. 그러니 산나님도 첨에 구상했던거를 다듬는 정도로 큰틀은 바귀지 않을거란 생각이드네요.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공부하시는거 말고도 여러 계획이 많으신 분주한 가을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그와중에도 블로거에참참이 글을 올리시니, 전 넘 좋아요.

    • BlogIcon sanna 2009/10/30 00:14 address edit & del

      문제는 '첨에 구상했던 거', 그것이 뭔지를 저도 잘 모른다는 거죠 ^^;
      모르거나 말거나, 그냥 뭐 눈에 띄는대로 재미있는 것 따라다녀볼라구요 ^^

2009/10/06 23:41

도마뱀에게 속삭여라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10점
김태원 지음/지식노마드
블로그 이웃인 inuit 님의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를 읽는 경험은 기초 공사와 구조가 튼실한 건물의 축조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도 같았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원리와 방법을 소개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의사소통과 관련된 뇌의 체계를 먼저 살펴본 뒤 뇌에 직접 소통하는 효과적 기술의 원칙을 WHISPer 원리로 설명한 다음 주장, 대화, 설득, 협상 등 각 소통 상황별 실전 준비법을 소개한다.
즉, 기본 얼개를 탄탄하게 짜고 그 위에 원칙과 기술, 실전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을 차근차근 구축해나가는 저자의 머릿속 설계도가 입체적으로 구축된 책이다. 쉽지 않은 내용인데도 저자가 소개하는 내용이 가이드북처럼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도 이 같은 논리적인 구조 덕분일 것이다.


저자는 원시시대 인간의 과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된 구뇌, '도마뱀의 뇌'라고도 불리는 이 정서적 뇌의 작동원리와 습관을 소개한 뒤 "직관을 통해 의사결정을 상당부분 좌우하는" 구뇌, 즉 도마뱀에게 속삭이라는 WHISPer 원리로 소통의 비법을 소개한다. WHISPer 원리는 주목을 끌어(Wake-up) 관심을 유지하고(Hot) 이익을 제시하되(Interest) 이를 이야기에 싣고(Story) 자아에 호소하며 뇌의 고등 기능과 소통(Persona)하는 방식이다.
'Whisper'라는 조어가 저자가 만들어낸 개념인지 이전부터 통용되던 것인지는 다소 모호하지만 '구뇌'와 그에 어필하는 'WHISPer' 원리의 설명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는 '도마뱀에게 속삭이라'는 한 문장이 선명하게 남았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절묘하고도 강한 이미지로 전달된다. 


부피는 얇지만 다루는 폭이 넓은 책이다. 뇌의 구조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의 상황별 대처요령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방대한 독서이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의사소통과 별 관련이 없는 책에서도 의사소통에 필요한 요령을 집어낼 줄 아는 눈썰미가 두드러진다.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밑줄을 긋게 되는 대목도 많다. 주목 끌기에서 질문의 중요성, 잠시 멈춤이나 대조의 효과, 단어의 차용과 회피의 요령, ‘왜냐하면’의 효과, 마법의 1분 스피치 PREP 등등 나처럼 의사소통에 미숙한 사람은 맞아 맞아 하면서 밑줄을 긋게 될 대목들이 숱하다.


원리와 요령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설명의 어투가 만연체가 아니라 "질문이 저격수의 총이라면 멈춤은 폭탄이다"처럼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인 것도 마음에 든다. 나는 자기계발서의 '~하라'체 어투를 싫어하지만 저자의 목소리는 낮고 조곤조곤하게 설득력이 있다.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소통,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스토리 등 추상적인 개념도 2X2 매트릭스를 쓱쓱 그려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가, 이 책은 주장 대화 설득 협상 등 각 소통 상황에서 어디에 해당되는 책일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주장+설득'의 소통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단단하게 짜인 이 책은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눌한 엔지니어'가 '협상의 달인'이 되기까지 저자의 경험이 좀 더 풍부하게 담겼더라면 하는 점이다. 일터와 하는 일이 노출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저자의 체험 사례가 조금 더 생생했다면 WHISPer 원리의 완벽한 구현과 '대화'의 소통상황 정복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물론 궁극적인 '대화'는 독자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느냐에 달려있겠지만 말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즈덤-얼굴의 스펙터클  (11) 2009/10/20
도마뱀에게 속삭여라  (19) 2009/10/06
마음껏 저지르고 후회하라  (10) 2008/11/03
하지만 네가 행복하길 바라..  (10) 2008/10/13
검은 고독 흰 고독  (8) 2008/01/27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4) 2008/01/19
글쓰기 생각쓰기  (14) 2008/01/16
지난해 읽은 책 Best 5  (13) 2008/01/09
Trackback 4 Comment 19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21 관련글 쓰기

  1. Subject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에 말한다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10/07 00:17 delete

    생각해보니, 제 책에 대해 트랙백 걸 곳이 마땅치 않군요. 혹시 리뷰 쓰시는 분은 이 포스트에 트랙백 날려주시면 됩니다. 또한, 책에 대해 질문이나 의견도 여기에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많은 의견 경청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 Subject 삶의 많은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 (Inuit님의 책에 대한 감상문)

    Tracked from 시답잖은 지식과 개똥철학 2009/10/07 12:49 delete

    Inuit님은 블로고스피어에서 상당히 독특하신 분이다. 한 회사의 임원으로서, 자타칭 애독가/애서가로서[footnote]블로고스피어에 퍼졌던 독서론 릴레이를 기억하는가? 그 시발점이 Inuit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아름다울 정도였다.[/footnote],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블로거로서!!! 그 분의 블로그 활동은 언듯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Inuit님을 아는 블로거들에게 Inuit님에 대한 나쁜 평이..

  3. Subject 당신이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는? Yes!

    Tracked from 격물치지 [格物致知] 2009/10/13 23:04 delete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상세보기 김태원 지음 | 지식노마드 펴냄 소통의 시작과 끝, 바로 YES! 상대로부터 원하는 ‘YES’를 쉽게 들을 수 있는 소통의 비결을 알려주는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에 있어서 많은 난관에... Inuit Inuit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아는 정도"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의 현장에서 그를 봐 왔습니다. 보고,..

  4. Subject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Tracked from 촌스런 블로그 2009/11/02 21:32 delete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322171 산나님의 이벤트에 당첨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책을 받고 독서 후기를 포스팅해야 되는 데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야 포스틀 올립니다. 이벤트 통해 이 책을 제공해 주신 산나님, 그리고 정작 이 책의 저자이신 Inuit 님에게 죄송함을 전합니다. 2009/10/14 산나님의 이벤트에 당첨되었습니다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인간은 관..

  1. 2009/10/07 10:2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10/07 22:15 address edit & del

      아, 그러셨던 거군요. 멋진 조어입니다 ^^

  2. BlogIcon mahabanya 2009/10/07 12:49 address edit & del reply

    저 또한 '맞아 맞아' 하며 밑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서평에 해당하는 글 하나를 트랙백 합니다~

    • BlogIcon sanna 2009/10/07 22:16 address edit & del

      저도 트랙백 날렸습니다.쓩~

  3. 긍정^^ 2009/10/07 13:13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님! 오늘 책 받았습니다.
    감사해요^^
    잘 읽고 인터넷 서점에 서평 남길께요~

    • BlogIcon sanna 2009/10/07 22:16 address edit & del

      네. 기대되는군요 ^^

  4. 사복 2009/10/07 14:38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님의 글 제목이, 팍 와닿았어요.
    '도마뱀에게 속삭여라'라니.. 제 도마뱀이, 이 문장에 파다다닥 반응하는 것 같았습니다.. ^^;

    • BlogIcon sanna 2009/10/07 22:17 address edit & del

      책에 나오는 말이죠.^^
      전 이 말이 부제든 뭐로든 표지에 한 줄 들어갔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복님 반응을 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닌 듯 ^^

    • BlogIcon inuit 2009/10/07 22:23 address edit & del

      산나님은 잘 아시겠지만, 원래 가제였잖습니까.
      저도 이걸 부제로 밀었는데 여차저차하다가 빠졌습니다. ^^

  5. BlogIcon 토댁 2009/10/07 15:03 address edit & del reply

    얼른 마저 읽어야겠씁니다.

    잘 지내시죠?
    요 며칠 목감기로 고생하고 있답니다.
    건강조심하세요~~

    • BlogIcon sanna 2009/10/07 22:18 address edit & del

      이룬이룬~
      환절기라 낮에 덥고 밤에 춥고 그렇더라구요.
      얼른 나으세요~~

  6. 현숙 2009/10/07 23:47 address edit & del reply

    추석 잘 보내셨죠?
    서평이 좋네요. 내용 소개해놓은 걸 보니, 더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
    커뮤니케이션의 정답이라는 게 있을까 싶었던게 사실인데, 우물안 개구리였네요.
    저자이신 inuit님이 축적하신 노하우를 얼른 배워야겠슴니다.

    • BlogIcon sanna 2009/10/09 22:14 address edit & del

      우째 이렇게 방문자스러운 멘트를~
      난 너 아닌 줄 알았다 ^^;
      해외배송 그까이꺼, 한권 사서 부쳐주랴?
      주소 멜로 보내주라~ ^^

  7. 2009/10/09 09:0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10/09 22:00 address edit & del

      네. 그럴께요~

  8. 현숙 2009/10/10 09:47 address edit & del reply

    힛. 여기 제가 있는 곳은 주소가 없어요. 그냥 모모 빌리지까지만 돼있고(마을이 모두 한주소임), 팔리선생님댁 (원래 집주인) 이라고 부른답니다~~ 해외에서 우편받는건 머...앞으로 3년후 정도면 가능할까나? ^^;;

    • BlogIcon sanna 2009/10/14 21:05 address edit & del

      헐~주소가 없는 동네가 아직도 있구나.
      그러니까 너는 팔리선생님댁 아가씨인 것이냐?

  9. BlogIcon UFO 2009/10/20 17:50 address edit & del reply

    허걱~~내 얘기 아냐????????
    ㅎㅎㅎ

    • BlogIcon sanna 2009/10/20 21:07 address edit & del

      헐~ UFO는 외계인 아니셨음?
      아님 '말 안한다고 모르냐'의 경지로 커뮤니케이션의 번잡함을 다 해결하는 달인? ^^

2009/09/27 13:12

보은의 책 이벤트

드디어 제게도 은혜를 갚을 날이 왔습니다. 음하핫~

제 블로그 이웃 inuit님께서 책을 내셨습니다.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28일 서점에 깔린다고 합니다.

넉 달 전 제가 허접한 책을 냈을 때 inuit님께서 황송하게도 이벤트를 열어 제 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드디어 제게도 은혜를 갚아 사람 구실할 날이 왔군요.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만 말이죠~ ^^


inuit 님 블로그에 비하면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적은 터라 이벤트 참여 요건으로 글을 써서 트랙백을 걸어달라는 무리한 요구는 할 수 없고…, 하여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아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분 3분께 inuit님의 따끈따끈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1. ‘내게 커뮤니케이션은 OOO다’ 문장을 완성하여 댓글로 달아주세요.
글자 수를 맞출 필요도 없고,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를 써주시면 됩니다.
당장 떠오르는 대로 예를 들자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번번이 맘에도 없는 소리로 망치고 마는 제게 커뮤니케이션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이거이 말이 되남? ...암튼 이렇게 말 안되는 소리도 좋다는 것이죠 ^^;) 


2. 이건 사후조건인데요. 책을 받으신 분은 ‘반드시’ 리뷰를 써주셔야 합니다. 블로그에 쓰셔도 좋고, 인터넷서점에 쓰셔도 좋습니다. (기왕이면 두 군데 다 해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시면 그 중 3분께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댓글이 재미있으면 제가 재정출혈을 감수하고 당첨자 숫자를 확 늘릴 수도 있는 고무줄, 야매 이벤트이니까 inuit님 책 받고 싶은 분은 많이 참여해주세요. ^^


기한은 10월2일 (금)까지입니다. 이벤트 참가하고, 추석 선물로 책도 받고, 날짜 좋고! 

참고로, 전 어제 inuit님의 책 출간 기념 요트 이벤트에 가서 눈도장찍고 책을 먼저 받아 읽는 행운을 누렸는데요. 더 덜어낼 군살도 없이 아주 깔끔하고 논리적으로 쓰인 커뮤니케이션의 원리, 실용 지침서입니다. 어젯밤에 이거 연습해서 나도 써먹어야 하겠다 하고 밑줄을 긋다보니 책이 온통 누더기가 되어버렸다는~ -.-; 리뷰도 곧 올리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책 주변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꽂이 계단  (22) 2009/11/12
이벤트 결과  (6) 2009/09/30
보은의 책 이벤트  (28) 2009/09/27
올해 읽은 책 Best 5 & Worst 5  (24) 2008/12/22
다시 폭탄 돌리기....  (37) 2008/11/14
게으름뱅이용 독서대 2  (22) 2008/08/24
국방부, 애썼다!  (12) 2008/08/03
게으름뱅이용 독서대  (34) 2007/04/21
Trackback 2 Comment 28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19 관련글 쓰기

  1. Subject inuit님의 출판기념회 '요트 파티'를 다녀와서

    Tracked from 인퓨처컨설팅 : 당신의 전략 파트너 2009/09/27 16:59 delete

    이웃 블로거이신 inuit님의 출판기념회를 다녀왔습니다. 출판사가 열어 준 요트 파티였지요. 역시 좋은 출판사입니다. ^^ 한강변에서 식사를 한 후에 요트를 타고 50분 가량 한강을 유람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껏 풍류를 즐겼습니다. 시간이 짧게 느껴졌습니다. inuit님이 내신 책은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입니다. 곧 서점에 배본된다고 합니다. 앞부분만 조금 읽어보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2. Subject 요트, 야경 그리고 판타스틱한 추억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09/27 22:12 delete

    Sat PM 출간 기념 이벤트로 요트파티를 했습니다. 5:50 책이 처음이니, 출간 이벤트는 더더욱 생소하지요. 토요일이라 교통이 많이 밀릴 것을 예상하여 일찍 도착했습니다. 주말 오후의 상암 난지 선착장은 한가롭고 평화롭습니다. 또 물이 주는 자연의 느낌은 도심에 있어도 어디 멀리 나온 느낌을 주었습니다. 6:10 미리 행사자리도 보고 오신분들 증정본에 사인도 하는 등 준비할게 많았지요. 후속으로 깜짝 이벤트가 또 있는데 지식노마드 정PM님과 그..

  1. 지아 2009/09/28 06:54 address edit & del reply

    내게 소통은 거울이다. 소통을 하다보면 특히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부딪혔을때 나의 잣대와 생각으로 상대의 의견을 재단하고 나 자신과 상대를 구별짓는 내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다름을 통해 배우기보다 다른 것을 찾아내어 내가 옳음을 설파하려하고 시시비비 논쟁하는 그런 내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소통은 그래서 아직까지는 제게 거울입니다. 던져지는 말과 말 사이의 속내를 이해하고 상대와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때까지는...
    언니 전 미쿡이니까 책은 안 보내주셔도 되여~~ㅎㅎ 떡은 구경도 못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1인. ㅋ

    • BlogIcon sanna 2009/09/29 16:27 address edit & del

      글찮아두 이거 '해외배송 불가', 이런 말을 썼어야 했나 후회하던 참~^^
      ㅋㅋㅋ 지아야. 너는 한국에 오게되면 내 것 줄께

  2. BlogIcon 이종우 2009/09/27 15:43 address edit & del reply

    내게 커뮤니케이션은 살아가는 힘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저의 존재를 인식하고 삶을 재창조할 수 있습니다.
    잘부탁드려요.

    이종우 jowlee@naver.com

    • BlogIcon sanna 2009/09/29 16:27 address edit & del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3. BlogIcon inuit 2009/09/27 22:13 address edit & del reply

    앗.. 산나님. 바쁘신데 이런 이벤트까지 열어주시고. 감격입니다. ㅠ.ㅜ
    무엇보다도 책이 괜찮다고 하셔서 더욱 기뻐요. 즐겁게 읽으셨다면 저도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 BlogIcon sanna 2009/09/29 16:28 address edit & del

      쫌 거드는 효과가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

  4. BlogIcon 촌스런블로그 2009/09/28 00:28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님, 안녕하세요^^ 첫 방문에 이런 이벤트에 참가해도 될까요^^
    내게 커뮤티케이션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위에 지아님,종우님과 비슷한 의견이라 이것으로 대신할께요^^ 저는 탈락을 미리 감수하고 있겠습니다^^ 다음 한주 새롭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 BlogIcon sanna 2009/09/29 16:29 address edit & del

      ㅎㅎ그냥 생각나는대로 아이디 적으셨겠거니 했는데,
      촌스런 블로그가 정말로 블로그 제목이네요.^^

  5. 코미 2009/09/28 09:46 address edit & del reply

    전 걍 제가 직접 살께요~ ^^ (그래야 산나님 주머니도 도움되시징~ ㅎㅎ)
    근데 왠지 이벤트엔 동참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는. ㅎㅎ

    • BlogIcon sanna 2009/09/29 16:29 address edit & del

      제주머니사정보담 inuit님이 더 좋아하실 듯~
      책샀다는 이야기 들으면 무지 고맙거든요.^^

    • BlogIcon inuit 2009/09/29 22:46 address edit & del

      코미님 a77ila님 이벤트 응모했대요. 올레리 꼴레리.. ^^

    • 코미 2009/10/01 11:35 address edit & del

      아이참~~~ 이벤트는 이벤트고 제 책은 제가 산다니깐요!!! ㅎㅎ
      원래 맘에 드는 책은 한권만 사지 않는다는.
      이럴 줄 알았으면 산나님께도 받고 그럴 걸 그랬나요. ㅎㅎ
      산나언니 주머니는 챙겨드려야 나중에 맛있는 거 같이 먹지용~ ㅋㅋ

  6. 긍정^^ 2009/09/28 10:02 address edit & del reply

    방명록에 써놓은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을까 싶어 들어와봤는데, 이런 이벤트가 *_*
    밑줄을 긋다보니 책이 온통 누더기가 되어버렸다는 말에 심히 공감하여 글 남깁니다.
    제가 산나님의 책에 밑줄을 그을까 하다가, 누더기가 되어버릴까봐 포기했거든요 ㅎㅎ

    커뮤니케이션은, 내 안에 갇혀 내면만 들어다보는 나의 눈을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세상이 나에게 주는 사랑으로 돌려주죠. 커뮤니케이션은 저에게 관점의 전환입니다^-^

    witch1999@naver.com

    • BlogIcon sanna 2009/09/29 16:31 address edit & del

      제 책->블로그->inuit님 책 이벤트 참여, 이렇게 인연이 이어진 거군요.
      가점 부여 검토하지요~ ^^

  7. BlogIcon 헤즈론 2009/09/28 12:27 address edit & del reply

    내게 커뮤니케이션은 사실(fact)를 향한 접근이다.

    문제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어느 한쪽이 그것을 수용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데,
    이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 입장 기준으로 fact를 확인해 나간다.
    결국 상호이해를 통해 상생하는 것이 내게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목적이다.

    잘부탁드립니다. ^^

    • BlogIcon sanna 2009/09/29 16:32 address edit & del

      어쩐지 헤즈론님은 말씀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하실 것같다는 느낌이~^^

    • BlogIcon 헤즈론 2009/10/06 22:04 address edit & del

      도서 오늘 잘 받았습니다. 배송이 빨라서 깜짝 놀랬네요.
      정독하고 서평 올리겠습니다. ^^

      즐거운 한주되시길~

  8. BlogIcon 토댁 2009/09/28 16:24 address edit & del reply

    우와..멋진 곳을 다녀오셨네요.
    inuit님 블러그에서 산나님도 가셨구나...했습니다.
    여러분들을 만날 좋은 날이었는데 시어른들과 가족여행이 계획된 날이라 참석하지 못했답니다.^^;

    야매이벤트라...ㅋㅋ 정감 가는 단어들이 반갑습니다..히히


    걍 저도 해 봅니다..^^

    소통은 토댁이 자아발견하도록 도와주는 퇴비입니다.
    촌 구석에서 우물 속 개구리로 있었을 이름도 없던 제게
    토마토새댁이라는 이름도 가지게 해 주고
    내가 누군지 뭘 하고 싶은지를 깨닫고 발견하게 하는 큰 밑거름입니다.
    토마토를 키우다보면 밑거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는데
    이 블러그를 통한 블러거님들과의 소통은 제게 소중한 역할을 해 주고 있답니다..^^

    좋은 날 되세요~~

    • BlogIcon sanna 2009/09/29 16:33 address edit & del

      멋진걸요 ^^
      그 중요한 밑거름과 비교하시다니,토댁님께 블로그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9/29 22:47 address edit & del

      토댁님은 제가 증정본 드린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

    • BlogIcon 토댁 2009/09/30 22:08 address edit & del

      전 복댕이랍니다.^^

  9. BlogIcon 지저깨비 2009/09/29 20:09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써야 한다는말에 ㅎㄷㄷㄷ 한 기억이~ http://zizukabi.blogspot.com/2009/05/my-santiago.html

    그래서 아예 서점을 걸어서 뒤져서 샀습니다. ㅡ.ㅡa;;;
    트랙백을 지원하지 않는 블로거닷컴이라 아래 글 주소 남깁니다.
    http://zizukabi.blogspot.com/2009/09/yes.html

    아, 그리고 산나님이 주신 책은 시월에 미국에서 잠시 귀국하시는, 미국에서 생활하시는 미투데이 친구분에게 선물했습니다.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 또 제가 값없이 받았으니 다른 분에게도 같은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http://me2day.net/zizukabi2/2009/07/28#05:01:07
    이해 해 주실거라 생각하는데, 아니면 우짜죠? ㅡ.ㅡa;;;

    • BlogIcon sanna 2009/09/30 15:28 address edit & del

      지저깨비님 덕분에 또 한분이 제 책을 읽게 되었다면 기쁜 일이지요.
      당근 이해합니다~^^

  10. 현숙 2009/09/30 13:34 address edit & del reply

    내게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내멋대로 연주할수 있는 유일한 악기, 어쩔땐 삑사리가 나기도 하지만요,...^^; 비즈니스 영역에서 보자면 "가제트 만능팔"이라고 할수도 있겠군요, 헤헤 ^^ 나중에 한권 얻어야지.

    • BlogIcon sanna 2009/09/30 15:28 address edit & del

      너도 '해외배송불가'에 해당. 탈락! ^^

  11. BlogIcon sanna 2009/09/30 15:29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벤트 조기종료합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2. 현숙 2009/09/30 16:21 address edit & del reply

    으...안타깝네여. 여튼 한번도 생각한적이 없는 걸 생각해본 좋은 시간이었슴다 고맙...^^

    • BlogIcon sanna 2009/09/30 23:19 address edit & del

      너야 워낙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잖니.^^
      그래서 한번도 생각해볼 필요가 없었을지도~
      서울 오면 책 줄께

2009/06/09 21:30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중년의 터닝포인트]<13>  정유정 씨-간호사에서 소설가로

Before: 간호사

After: 소설가

Age at the turning point: 35


# 80년 5월, 광주에 공수부대가 들어오던 날이었다. 방 10개가 주르륵 붙어있던 한옥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과 어른들은 출정식이라도 하듯 함께 모여 밥을 먹고, 한 명 뿐이던 여고생에게 “집 잘 보라”고 당부하더니 모두 굳은 얼굴로 떠났다.

밤새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던 여고생은 대학생이 묵던 옆방에 들어가 책을 하나 골랐다. 재미없는 책을 보면 잠이 올까 싶어 고른 책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그 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는 모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총소리가 그쳐 있었다. 어른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에 쳐둔 이불을 들추고 밖을 내다보니 새벽이었다. 깊은 정적에 휩싸인 새벽녘의 거리를 바라보던 여고생에게서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올해 제5회 세계문학상을 탄 장편소설 ‘내 심장을 쏴라’의 작가 정유정 씨(43)는 자신이 왜 작가가 되고 싶은지를 여고 1학년이던 그날 알았다고 했다. 그 울음이 답이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꿈결처럼 홀리고 울게 만들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 후 한시도 소설가의 꿈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자신의 꿈과 마주하기까지 그는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그는 5년 6개월간 간호사로, 9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직으로 일한 뒤 35살 때인 2001년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독특한 이력의 소설가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느냐고 물으니 그는 “생존 투쟁 때문”이라며 씩 웃었다.


‘의사 딸’을 소망했던 그의 엄마는 2년 더 다니는 의대 교육과정에 맞춘다는 생각으로 6살 난 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전남 함평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는 학교 대표 글쓰기 선수였지만 어머니는 그가 글을 쓰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희곡을 쓰다 속절없이 요절한 어머니의 오빠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엄마에게 반항도 못하고, 광주로 유학을 와서도 공부 안하고 어영부영하다 간호대에 들어갔어요. 그 때도 친구들 글쓰기 숙제를 대신 해주면서 언젠가는 내 글을 써야지, 하고 열병처럼 끙끙 앓았지요.”


간호사가 된 뒤 문학공부를 해볼 요량이었지만 이번엔 모진 운명이 그의 ‘삶을 침몰’시켰다.


“제가 22살이 되던 해에 엄마가 암에 걸리시는 바람에 3년 반 동안 간병을 했어요. 제 직장인 병원 중환자실에서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엔 동생 3명의 학비를 대야 하는 임무가 남았지요. 20대 땐 ‘살아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밤에 혼자 습작을 한답시고 끼적거리다가 '내 인생은 이게 뭔가' 하는 생각에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신이 나를 20대로 돌려보내준다 해도 절대로 안갈 겁니다.”


어린 나이에 버거웠을 부양의 임무를 모두 마친 뒤 29살 때 결혼을 하면서 그는 남편에게 “집을 사면 직장을 그만두고 내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을 받아두었다고 한다. 35살 때 집을 산 지 두 달 만에 그는 사표를 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우물 안 개구리’인 줄도 모르고, 세상에 나가기만 하면 다 잘 될 거라는 기대” 때문에 신이 났다. 새벽 4시에 일어나 7시까지 글을 쓰고 남편과 아이를 내보내고 나면 오후 늦게 “머리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때까지” 글을 썼다. 저녁이면 산에 가거나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을 쳤다.


그러나 공모전에 잇따라 떨어지다 보니 “나는 너무 하찮은 개구리”라는 절망감이 기대의 자리를 대신 채우기 시작했다. ‘내가 과대망상이 아닐까’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하며 온갖 공모전에 글을 보내고 떨어지고 몸져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쓰는 과정을 반복하기를 7년 째.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응모한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 문학상에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당선됐다.


“벼랑 끝에서 드디어 구원받은 심정”이었다니 이제 편안하게 ‘꽃길’을 걸어도 되련만, 시상식장에서 만난 소설가 서영은의 충고는 그를 다시 가시밭길로 몰아냈다.


“저더러 ‘뒤돌아보지 말고 도망가라’ 하시더라고요. 안주하지 말라는 뜻이었지요.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성인 문학에 도전해보라는 격려이기도 했고요.”


그 말을 마음에 새긴 그는 쏟아지던 청소년 관련 원고 청탁을 모두 거절한 채 다시 작품에 매달렸다. 다 쓴 소설을 두 번이나 폐기하고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직접 들어가 취재를 하면서 맺은 결실이 이번에 상을 탄 ‘내 심장을 쏴라’다.

책의 ‘작가의 말’에서 그는 소설을 쓰게 만든 질문이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다고 썼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던 20대, 세상의 거절과 모욕을 견디면서 보낸 30대 초반, 운명이 자신에게 적대적이라고 느꼈던 그 시절,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글을 쓸 수 없다고 하면 내 인생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하던 그를 바라보며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그의 얼굴 위로 오버랩 됐다. 소설을 쓰게 만든 질문에 필사적으로 글에 매달리며 자신의 삶으로 답해온 저자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팔을 벌렸다. 총구를 향해 가슴을 열었다. 그리고 언덕 아래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1 Comment 10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9 관련글 쓰기

  1. Subject 지저깨비의 생각

    Tracked from zizukabi2's me2DAY 2009/06/27 14:47 delete

    간호사에서 소설가로 변신하여 7년만에,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에 이어,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다. 책머리에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하였는데, 고루한 일상에서 활기찬 소설을 읽고 싶어서 구입했다. 내 작은 새가슴이 뛰기나 할까… ㅡ.ㅡa;;;

  1. BlogIcon sol 2009/06/10 10:08 address edit & del reply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격정의 20대를 보내고 있는 저로선 힘이 되네요.
    많이 돌아왔지만 '꿈'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 오신 모습이 멋집니다!

    • BlogIcon sanna 2009/06/11 19:14 address edit & del

      격정의 20대시군요.^^
      sol님도 뭐가 되었든 포기하지 마세요~

  2. BlogIcon UFO 2009/06/12 00:17 address edit & del reply

    흠...내 나이 거의 비슷한데...

    나이살 먹을수록
    해야 할 일보다
    포기해야 하는게 절대적으로 많았는데...
    반성@@

    • BlogIcon sanna 2009/06/12 22:57 address edit & del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잖아~
      나이먹어도 꼰대는 되지 말자, 라덩가~ ^^

  3. lebeka58 2009/06/15 09:21 address edit & del reply

    잘 될건란 막연한 희망이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짖어 깨질 때, 정말 자존감이 무너지는거 마인드 콘트롤 안되더라구요. 근데 정유정작가님은 인생이 거는 수많은 딴지를 어쩜 씩씩하게 넘어
    Winner가 되셨을까 ... 감동이네요~~

    • BlogIcon sanna 2009/06/18 17:59 address edit & del

      작가님 인상도 그렇고,소설도 그렇고, 씩씩하고 밝아요.세계관이 너무 긍정적이어서 소설가로 살기엔 좀 장애가 아닐까 고민하시더라구요.^^

  4. Playing 2009/06/21 18:01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동적이네요~ 저도 다시는 돌아가기 싫었던, 그러나 마음만은 너무나 따뜻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면 점점 그 시기로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지요..
    그런데 요새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작가님처럼 꿈을 향해 달려가다 어머니가 아프시고, 동생들 뒷바라지하고, 내집도 장만하기위해 정신없이 살아셨을 때가 어찌보면 가족들을 위해 힘 쏟을 수 있던 황금의 시대가 아니였을까요 ^^

    아직 매우 어린 저(82년생)에게 황금의 시대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공존했던 학창시절이였던 거 같네요. 그럼 즐거운 주말 잘 마무리 지으세요 ~!!

    • BlogIcon sanna 2009/06/22 12:57 address edit & del

      정유정 작가님도, 원체 '행복한가'같은 질문은 잘 안하시지만,
      그래도 꼽으라면 글을 쓰기 전인 30대 초반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뒷바라지 끝내고 내 집마련을 위해 정신없이 살 때..
      전 '지금'이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처음엔 의외라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지나고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왜 이해가 되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같아요.(먼 소린지..^^;)

  5. 2009/06/29 21:3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6. BlogIcon 당그니 2010/02/01 04:43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뉨....이 인터뷰 계속 안하시나요 ㅜ.ㅜ 제가 열혈 팬인데;;;;;; 많이 바쁘신 것 같습니당

2009/05/24 23:41

나 그대 믿고 떠나리

 …아버지가 계시는 천안 공원묘지 입구에는 아주 커다란 바윗돌에 ‘나 그대 믿고 떠나리’라고 쓰여 있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 어디서 나온 인용인지도 알 수 없이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커다란 검정색 붓글씨체로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 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 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중에서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2)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체실 비치에서  (15) 2008/12/17
굳고 정한 갈매나무  (10) 2008/12/04
심술궂은 철학자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10) 2008/11/28
Trackback 0 Comment 8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6 관련글 쓰기

  1. layer_cake 2009/05/25 01:11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씨가내게해줄수있는최대한의위로를오늘해주셨습니다미안하고고맙습니다이달말까지는계속울것같습니다안구건조증은자연치유되겠지만저들을향한불쾌감은오래갈것같군요..NotOneLess

    • BlogIcon sanna 2009/05/26 13:35 address edit & del

      Not one less...hopefully~

  2. BlogIcon 토댁 2009/05/26 13:54 address edit & del reply

    나를 믿고 가신겝니까?

    농촌을 지키는 것은 제게 너무 벅찬대요.
    그래도 저를 믿고 가신다니
    그 믿음 저버리지 않게 열심히 공부해서 흙과 함꼐 사는 토댁이가 되겠습니다.

    자꾸자꾸 흐르는 눈물,
    메어오는 목.
    아픕니다.

    • BlogIcon sanna 2009/05/31 00:37 address edit & del

      .....

  3. BlogIcon 팔다 2009/06/02 07:19 address edit & del reply

    포스팅과 상관없는 댓글입니다만....
    선배, 선배의 책이 지금 제 손에 있답니다!
    령선배가 워싱턴에서 한권 보내주셨어요.
    헤헤...좋아라 ~
    그래서 지금부터 읽기 시작입니다요 ~

    • BlogIcon sanna 2009/06/07 11:46 address edit & del

      아, 그랬구나.
      내가 보내주었어야 하는 건데...^^;

  4. 2009/06/06 01:3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06/07 11:50 address edit & del

      아, 그런가요. 두 분 모두에게 감사드려야 하겠네요.
      고맙습니다 ^^

2009/05/11 23:18

책이 나왔습니다...


봄비 내리는 날, 책이 나왔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된 원고였는데, 수정을 거듭할수록 제 생각이 덧붙여졌고 이젠 사람들 이야기인지 제 이야기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네요. 이런~ -.-;;;


최종 원고 교정을 볼 때부터, 광화문 네거리에 벌거벗고 선 것 마냥 망신살 뻗치기 전에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갈등으로 고민했습니다. 오랜 갈등 끝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굳이 책을 낸 이유는, 책에도 써두었지만 제게 아주 소중한 어떤 사람에게 했던 약속 때문입니다. 이 책으로 인해 어떤 비웃음을 당한다 해도, 그 사람만은 제 책의 출간을 기뻐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책에도 자기 운명이 있다지요. 모자란 마음을 애써 담아본 이 책도 제 운명을 살아가려니 믿고 이제 세상 속으로 내보냅니다.


출간 기념 이벤트라 하기엔 좀 남사스럽구요. ^^; 몇 분들이 가끔 책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봐 주신 터라, 궁금하신 분들께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출판사가 낸 보도자료를 아래 붙여두었습니다. 이것 읽고도 여전히 책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성함, 연락처, 주소를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순서대로 10분께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출판사 보도자료 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내가 쓴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이 나왔습니다...  (104) 2009/05/11
흥행의 재구성  (13) 2006/08/28
Trackback 7 Comment 104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2 관련글 쓰기

  1. Subject Inuit Blogged 2009년 첫 이벤트: 걷고 또 걷기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05/16 13:01 delete

    제 블로그 이웃이신 산나님께서 신간을 내셨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란 책입니다. 기자이신 산나님께서 작년에 휴직기간을 이용해 산티아고 길을 걸으셨습니다. 다녀온 느낌을 책으로 적으셨네요. 아직 온라인 서점에 깔리지도 않은 책입니다. 제가 사서 보겠다고 우겼더니 과격한 산나님, 그냥 택배로 보내버리셨네요. 앞의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글이 알알이 진주입니다. 눈물을 삭혀 보석으로 꿰셨네요. 그렇지만, 경쾌하면서 발랄한 글..

  2. Subject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05/17 09:26 delete

    아, 더 이상 한줄도 못 쓰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느낌입니다. 지금 쓰는 책은 힘겹게, 힘겹게 한줄씩 뇌신경을 뽑아내듯 한계를 돌파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저기까지만 가보자, 스스로 달래고 얼르며 말입니다. 책은 엉덩이로 쓰는거라는 산나님 조언대로, 되든 안되든 시간 정해놓은 만큼은 앉아있으려 합니다. 벌써 석 달째 주말들입니다. 어제 밤엔, 잠시 쉰다고 읽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순례자의 팍팍한 피로와 갈증을 느끼며..

  3. Subject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Tracked from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2009/05/19 16:45 delete

    김희경,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푸른숲, 2009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광에 대한 소개와 그것과 맞닥뜨려 일어난 감흥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여행기이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아무리 먼 곳을 가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인 것을 생각할 때 그렇다. 이 책은 34일간 800km의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거듭 곱씹게 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

  4. Subject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중간 서평, 한 챕터 읽은 상태

    Tracked from e-learning blog : 이러닝 블로그 2009/05/21 09:39 delete

    세상을 참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 저는 소설, 수필 같은 책을 잘 읽지 않았습니다. 경영, 경제, 자기계발 그리고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서적까지, 내용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몰두해야 하는 영역이라 생각하여 다른 책들은 사실 엄두를 못 내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하나의 포스팅으로 지르게 된 주간지 2개도 주말에 몰아서, 시간내서 읽어야 하는 판국에 소설과 수필은 읽을 만한 여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서핑에는 시간을 그렇게 많이 소모하면서..

  5. Subject 부엔 카미노(buen camino)! - 김희경,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Tracked from 다소공간多笑空間 2009/06/05 21:44 delete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김희경 지음 / 푸른 숲여행기나 여행에세이를 읽으면 대체로 마음이 들뜬다. 어디어디를 돌아다니며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느꼈노라, 하는 글들을 사진과 곁들여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어디든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발바리(...) 기질도 한몫하겠지만, 여행이란 모름지기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법이다. 그리 거창하고 긴 여행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한번쯤 먼 곳으로 여...

  6. Subject [서평] 나의 산티아고 -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Tracked from Future Shaper ! 2009/06/24 14:15 delete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지음/푸른숲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머리속이 복잡하기에 몸이라도 편히 놔두고 싶어서랄까? 운동하리라 매일 결심해도 그저 결심만으로 끝나고 난다. 그런데 병이 나버렸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니 내가 과연 움직이고는 있는지 몸을 사용하여 현재형으로 확인하고픈 욕망이 생겨버렸다. 물집이 생기고, 온 몸이 쑤시더라도 까미노를 따라 '순례'의 길을 걸어가면 내가 '더' 살아있을 것 같..

  7. Subject 언냐 손잡고 잡고 떠나는 산티아고.

    Tracked from 토마토새댁네 2009/07/01 07:42 delete

    토댁에게는 언니가 없습니다. 남동생이 하나 있지요. 근데 전 블러그를 하면서 언냐들이 많습니다. 언냐라고 들이대면(?ㅋㅋ) 누구든지 흥쾌이 동생으로 맞아주십니다. 이 못난 토댁일 말입니다.^^ 엄마가 주지 못한 언냐들을 블러그가 제게 선물합니다. 오늘은 미리 언냐라고 들이대지도 못한 산나님을 언냐라고 막 불러대면서 손 잡고 다닙니다. 어디를 가냐구요? 산티아고......카미노를 갑니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사실 기행문이나 여행기..

2009/05/06 19:10

"내 꿈이 어디갔지?" 돌아와 숲 앞에 서다

[중년의 터닝포인트]<11> 김용규씨-벤처기업CEO에서 숲생태 전문가로

Before: 벤처기업 CEO
After: 숲생태 전문가, 행복숲 공동체 대표, 농부
Age at the turning point: 39


그의 숲에 가는 길은 멀고 깊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충북 괴산 행 버스를 타고 내려간 뒤 다시 택시를 타고 숲으로 향했다. 산길에 접어들자 택시 기사는 계속 “어제 세차했는데…”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듯한 비포장 길 앞에서 딱 멈추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이런 차로는 못 가요.”


별 수 없이 내려서 걸어가야 했다. 산 속으로 한참 걷자 산 위쪽 꽤 높은 지대에 나무 집이 보였다. 저런 곳에서 살면 세상 소음이야 들리지 않겠지만…, 그 적요가 부럽다기보다 ‘무섭지 않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웬걸, 갑자기 개 두 마리가 컹컹 짖으며 적막을 깨뜨렸고 그 뒤로 여자 아이가 웃으며 달려 나왔다. 김용규 씨(42)가 집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늦은 아침 식사를 방금 마친 듯 그의 아내는 달그락 달그락 접시를 씻고 있었다. 산 속에서 막 기지개를 켠 가족의 일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집이 들어선 곳은 말 그대로 그의 숲이다. 그는 벤처회사 CEO를 하다 3년 전 그만 둔 뒤 뜻을 같이 하는 사람 5명과 함께 이곳 숲 7만5000평을 샀다. 앞으로 이 숲을 공동체, 생태 교육의 장소, 창작의 산실로 쓸 계획이며 그가 먼저 지난해 숲 속에 집을 지어 자리를 잡았다. 그는 숲에서 배운 것들을 최근 ‘숲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대도시에서 시골로, 사무실에서 숲 속으로. 간단치 않은 전환이다. 그 씨앗이 뿌려진 건 언제였을까. 변화는 곧잘 낯선 손님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그도 5년 전쯤 한창 회사를 운영할 때 우연히 ‘메신저’를 만났다고 했다.


“한 잡지사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였어요. 인터뷰 도중 기자가 ‘꿈이 뭐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말문이 턱 막히는 거예요. 한 3분가량 멍하니 있었어요. 내 꿈이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더라고요. ‘아, 내가 꿈을 잃어버렸구나’하고 자각하는 계기가 됐지요.”


당시는 그가 다니던 이동통신회사가 1999년 벤처 붐을 타고 설립한 벤처 회사에서 그가 CEO로 일하던 때였다. 가족도 미국에 보내놓고 회사를 키우려고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사람 만나는 게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도 그러려니 하던 그에게 갑자기 던져진 질문, “꿈이 뭐냐”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주말만 되면 MTB를 타고 남산 오르내리고 산에 다니면서 ‘내 꿈이 어디 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때 유학을 다녀와 학자가 되겠노라 꿈꾸던 그 청년은 어디로 갔는가. 당장의 답은 구해지지 않았지만, 이전에 잘 몰랐던 숲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저 소나무는 어떻게 바위를 뚫고 자랄 수 있었는지, 질경이 풀은 왜 하필 하고많은 땅 중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졌다. 혼자 숲과 관련한 책을 찾아 읽을 때만 해도 그게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꿈을 고민하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나를 찾아 떠나는 꿈 여행’에도 참여했다. 그를 눈여겨본 구 소장이 이메일 뉴스레터인 ‘마음을 나누는 편지’ 필진으로 참여하라고 제안했고, 그는 산에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식물 자연을 주제로 칼럼을 썼다. 내친 김에 숲 연구소 전문가 과정도 수료했다.


그렇게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숲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며 그에게도 꿈 하나가 생겼다. “지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싶다”는 꿈.


“상상해보세요. 이 숲에서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무를 하나씩 심는 거예요. 자신만의 소망나무를 심고 거기에 자기의 꿈을 적은 메모를 붙여요. 이게 쌓이면 이곳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스토리텔링 포레스트 (Storytelling Forest)’가 되는 거예요. 제가 계속 나무를 보살피고 ‘당신 나무에 꽃이 피었어요’ 이런 소식을 홈페이지에서 업데이트해주는 거죠. 멋지지 않아요?”


반대하는 아내를 수목원을 함께 다니며 설득한 끝에 2006년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아 괴산에 내려왔다. 농사도 짓고 지난해 여름엔 넉 달간 집을 직접 지었다. 집으로서의 역할이 끝났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재료는 일체 쓰지 말자는 원칙을 정하고 시멘트를 쓰지 않은 채 밭 흙을 다져 기둥을 세우고 목재로  작은 집을 지었다.


직접 집을 짓다니. 그것도 마흔이 될 때까지 사무실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아득하게 느껴져 “집을 어떻게 지어요?”하고 묻자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머리로만 생각하니까 그게 엄청 어려워 보이는 거예요. 집을 어떻게 짓긴요. 그냥 짓는 거죠. 집 잘 짓는 사람 모셔서 자문도 구하고요. 배우고 걷는 게 아니라, 걸어가면서 배우는 거잖아요.”


숲에 들어온 뒤 그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과잉친절 베풀기를 그만두었고 거침이 없이 당당해졌다. 세상 흐름에 휘둘리지 않으며 혼자 있으면 “우주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 충만해진다고 했다.


아직 다 현실화되지 않은 그의 계획을 듣다가 의문이 떠올랐다. 그렇게 해봤는데 결국 이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공포는 없을까?


“왜 없겠어요.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계속 있어요. 그걸 끌어안고 가는 거죠. 되레 두려움은 죽을 때까지 동행하는 것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쉬워지죠. 또 이 길이 내 길인지 아닌지는 길을 잃어보기 전엔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가 밖에 나가 숲을 보여주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지난해까지 양평에서 생애설계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인 ‘씨앗에서 숲으로’라는 프로그램을 3회 운영했는데 올해부터는 괴산의 숲으로 옮겨와 진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20여명이 거쳐 간 ‘씨앗에서 숲으로’는 내 안의 씨앗을 발견해 숲의 일원인 나무로 성장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심리학자와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저는 숲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사람들을 돕고 있어요. 숲에 가면 사람들에게 당신을 닮은 나무를 찾아 그 아래 서보라고 해요. 전부 제각각이에요. 어떤 사람은 뒤틀린 나무, 어떤 사람은 가시 많은 나무를 택하죠.”


그는 자기자신을 닮은 나무로 흔히들 ‘엄나무’라고 부르는 음나무를 꼽았다. 잔가지에 억센 가시가 잔뜩 들어찬 음나무처럼 그도 20~30대엔 가시가 많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숲을 만난 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긴 나무들이 가시를 버리는 것”을 보았고, 변화의 힘이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비로소 믿게 되었다.


여전히 그에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의 가족은 숲에서 가까운 증평 군에 산다. 당장 초등학교 5학년인 딸 아이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저축해둔 돈을 다 쓰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낯선 이의 무례한 질문에도 범상하게 “계속 노력할 것이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하던 그가 “여기는 제가 숙연해지는 장소”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저 높은 곳 바위 위에 심하게 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의 성장배경을 들려주던 그의 말이 자신의 삶에 대한 은유처럼 들렸다.


“잘 보세요. 저기 느티나무의 뿌리가 바위를 끌어안은 모양새로 뻗어 있잖아요. 어느 날 바위 위에 떨어진 느티나무 씨앗이 점점 자라면서 제 살 길을 저렇게 찾은 거예요. 소나무처럼 바위를 뚫을 힘이 없는 느티나무 뿌리가 선택한 방법은 바위를 옆으로 끌어안는 것이었어요. 저렇게 바위를 안으면서 자신의 뒤로 신갈나무가 자랄 공간까지 만들어줬잖아요. 어려운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내는 삶처럼 보이지 않나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16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0 관련글 쓰기

  1. BlogIcon 현숙 2009/05/07 12:30 address edit & del reply

    아침내내 일이 계획대로 안돼서 몹시 마음이 어지러워져 있었는데, 이 글을 보고 숲에 들어간것처럼 맑아지네요. 좋은 글 고마와요...

    • BlogIcon sanna 2009/05/07 19:20 address edit & del

      쉬엄쉬엄, 차근차근, 그러나 끈질기게~ ^^
      근데 왜 네 블로그는 둘 다 스톱 상태인 거니?

    • 2009/05/07 22:02 address edit & del

      비밀댓글 입니다

  2. BlogIcon 구월산 2009/05/07 13:48 address edit & del reply

    터닝포인트 글들은 두번째 읽을 때가 더 좋네요. 녹차 우려낼 때 처럼 깊은 맛이 살아있습니다.^^

    • BlogIcon sanna 2009/05/07 19:20 address edit & del

      과찬이십니다...말씀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성들여 써야 할터인디...노력할게요.

    • BlogIcon 당그니 2010/02/01 05:02 address edit & del

      공감...^^

  3. lebeka58 2009/05/08 09:00 address edit & del reply

    구월산님 말씀에 저도 한표! 처음에는 글내용에 빠져서, 그담에는 산나님의 글맛이 맛나서 ...

    • BlogIcon sanna 2009/05/10 23:26 address edit & del

      에궁...넘 과분한 말씀에 민망하기 이를 데 없네염....^^;

  4. layer_cake 2009/05/09 22:35 address edit & del reply

    사진 산나씨가 직접 찍지요? 술로 인한 손떨림이 없으시네..한 잔 더..10점 만점에 10점..

    • BlogIcon sanna 2009/05/10 23:28 address edit & del

      어허,무슨 말씀을~ 잔 받을 때 언제 내가 손 떠는 거 봤냐고오~ -.-+

  5. BlogIcon 지아 2009/05/11 01:41 address edit & del reply

    지금까지 터닝 포인트 중에서 갠적으로 가장 공감가는 스토리임돠.. 아이구 부러워라.. ㅎㅎ

    • BlogIcon sanna 2009/05/16 16:12 address edit & del

      너도 비슷한 꿈을 갖고 있는 모양이구나. 부러운 걸 보니^^
      뭘하고싶은지 잘 모르면 자기가 누굴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지 잘 관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대.^^

  6. Playing 2009/05/16 06:32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을 지.. 짐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네요
    힘든 환경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야 말로 생명의 신비인 거 같네요

    오히려 생명공학도인 저보다 더 깊이있게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신 분들이 계신 걸 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네요(조금 힘들다는 핑계로 쉬엄쉬엄하는 거 같아 되려 놀래기도하고.. 그래도 나도 할수 있다는 힘도 없는 거 같습니다)어째든 수많은 분들이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생명의 젖줄인 비가 오는 의미있는 주말보내세요 ~ _~

    • BlogIcon sanna 2009/05/16 16:15 address edit & del

      생명공학 공부하시는군요.멋지십니다~
      가끔 댓글 남기시는 거 보면서,'길'과 관련한 고민이 있으신가보다 짐작하고 있어요.
      Playing 말씀대로 '힘든 환경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생명의 신비가 누군들 비켜가겠습니까.
      우리 모두 생명인데요.
      뭐든 힘내시길~ ^^

  7. BlogIcon brandon 2009/06/26 22:12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저도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있는데 도전이 많이 되는 글입니다.
    쉐아르님 블로그에서 책 소개 봤어요. 저도 나중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앞으로 종종 방문할께요. 감사합니다.^^

    • BlogIcon sanna 2009/06/27 00:51 address edit & del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생의 터닝포인트 앞두고 있긴 저도 마찬가지인 듯..^^;
      누구나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하는 일이겠지요.
      인터뷰를 빌미로 터닝포인트를 지난 사람들 만나면서 저도 많이 배웠답니다.^^

2009/03/01 13:34

사랑과 지옥

조지프 캠벨의 '신화와 인생'을 읽다.
물방울을 통해 바다를 들여다볼 수 있어 나는 신화, 상징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 지난해 할 일없이 혼자 놀 때,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보자' 마음 먹고 전작주의 독서 대상으로 삼았던 '거인' 중 한 명이 캠벨이었다. 물론 다 읽진 못했지만...-.-;
 
이 책은 캠벨이 직접 쓴 게 아니고 강연록을 바탕으로 그의 다른 책들을 편집해 펴낸 책이라, 기대했던 만큼 흥미롭진 않다. 구성도 어지럽고 짜집기 편집도 거슬린다.
캠벨과 신화, 상징의 해석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보다는 언론인 빌 모이어스가 캠벨과의 대담을 잘 정리해놓은 '신화의 힘' 이 입문서로 훨씬 낫다. 캠벨의 세계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거칠고 무슨 말인지 종종 알 수 없는 번역문장과 오역을 감수하고라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보는 게 좋다. (국내 최대 규모 출판사인 민음사, 가장 유명한 번역자인 이윤기씨는 이 책의 오역과 비문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데도 왜 모르쇠로 일관하는 걸까? 제대로 번역해 다시 펴낼 정도의 아량과 문화적 소양을 기대하는 게 무리일까?)
 
그래도 두터운 감각을 꿰뚫고 와서 꽂히는, 캠벨의 반짝반짝 빛나는 아포리즘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많은 아포리즘과 우화 중 사랑에 대한 지극히 아름답고 슬픈 우화, 그리고 캠벨이 자신 만의 감옥에 갇혀 살던 사람의 등짝을 후려친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아래의 우화는 너무 슬퍼 심지어 어젯밤, 꿈까지 꾸었다.  
 
"하느님은 천사를 창조하고 나서 당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경배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인간을 창조하고 나서, 천사들에게 당신의 가장 훌륭한 작품인 인간에게 절을 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루시퍼는 거절했다. 우리는 그 이유가 그의 오만함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무슬림식 해석에 따르면 그 이유는 오히려 그가 하느님을 어찌나 깊고도 강렬히 사랑하고 사모했던지 차마 다른 어떤 것을 향해 절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결국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그는 지옥에 떨어졌고,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그곳에 영원히 있도록 처분받은 것이었다.
......

페르시아 시인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 이후에) 사탄은 과연 무슨 힘으로 견딜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들이 발견한 답변은 이러한 것이었다.
"일찍이 '내 앞에서 사라져라!'하고 말했던 하느님의 목소리에 대한 추억으로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때는 환희였으나 지금은 사랑의 고통이 된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절묘한 영적 고통의 이미지인가!

'내 앞에서 사라져라' 하는 목소리에 대한 추억으로 견딜 수 있었다니...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추방하는 저주의 목소리가 그를 살게 만든 힘이 되었다니....이보다 더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난 떠올리지 못하겠다.

사탄이 처한 곳은 고통이 활활 타오르는 지옥불이지만, 자기 스스로 지은 감옥 안에 갇혀 그 너머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꽤 괜찮게 사는 어떤 흑인 남자가 캠벨에게 흑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캠벨은 다음과 같은 말로 그의 등짝을 후려쳤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에게 불리한 어떤 것을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은 매력이 없고, 그것때문에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가톨릭 국가에서 개신교로 살아갑니다.어떤 사람은 개신교 국가에서 가톨릭 신자로 살아가죠. 당신이 오로지 흑인이라는 사실만 갖고서 당신의 삶에서 부정적인 것을 계속 들먹이며 비난한다면, 당신은 인간이 됨으로써 얻은 다른 특권들을 깡그리 부정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다만 흑인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직 인간은 되지 못한 셈이죠."

참 말씀 독하게 하신다....'흑인에 불과할 뿐, 아직 인간이 되지 못했다'니....
하지만 이 이야길 읽으며, 나도 사실은 스스로 설정한 감옥에 불과한 어떤 한계를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 역시 "다만 OO에 불과할 뿐, 아직 인간이 되지는 못한 셈"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2)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체실 비치에서  (15) 2008/12/17
굳고 정한 갈매나무  (10) 2008/12/04
심술궂은 철학자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10) 2008/11/28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16) 2008/11/11
Trackback 0 Comment 9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286 관련글 쓰기

  1. BlogIcon 구월산 2009/03/01 21:26 address edit & del reply

    유명인사가 제대로 한 오역(?)은 정말 보는 사람을 힘들게 하죠. 번역하는 분들이 돈은 좀 않되더라도 소명의식이 있었으면..아니면 번역을 하지 말던가..남의 앞길 가로막지 말고 말이죠...

    • BlogIcon sanna 2009/03/02 23:29 address edit & del

      '유명인사가 제대로 한 오역'때문에 화난 적이 있으셨나봐요.^^

    • BlogIcon 구월산 2009/03/04 13:47 address edit & del

      니코마코스 윤리학, 케인즈의 일반이론..뭐 이런 책들은 인류의 문화유산이잖아요...그런데 누군가 정말 실력없이 번역을 해 놓으면 그 실력없는 번역본이 원전을 대신하는건데..문화유산에 대한 모독입니다. 번역 대충 했다고 커밍아웃하던가..

  2. BlogIcon 지아 2009/03/03 10:12 address edit & del reply

    언니, 빌 모여스가 the power of myth에 관해 조셉 캠벨과 한 대담을 정리한 다큐멘타리(PBS) 여기서 볼 수 있어요.
    http://www.genwi.com/search.aspx?keyword=joseph%20campbell&feed=387
    스트리밍은 화면이 작아서 답답한데 mp4 file 다운 받으면 크게 키워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몇년전에 이윤기씨가 번역한 그리스 신화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정말 오역이 많더라구요. 오역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기가 꾸며낸 얘기를 쓴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던데. ㅠ.ㅠ

    • BlogIcon sanna 2009/03/03 13:43 address edit & del

      오오옷~ 고마워!!

    • BlogIcon 지아 2009/03/04 14:31 address edit & del

      오늘 그 사이트에 다른 비됴보러 갔는데 조셉캡벨 엔트리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참 이상하네.. 늘 있던게 어디로 간겨.. 그 비됴 소스는 사실 insane films이라는 사이트예요. 근데 여기에도 한편은 안 보이네요.. 진짜 이상하다 며칠전에도 봤는데 ㅠ.ㅠ
      http://insanefilms.com/index.php?s=joseph+campbell

  3. BlogIcon inuit 2009/03/04 00:00 address edit & del reply

    아.. 루시퍼 이야기는 정말 찌르르한데요.
    신화, 관심이 많은데 산나님 인도하신 대로 '신화의 힘'을 봐야겠어요.
    참. 터닝포인트 시리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 BlogIcon sanna 2009/03/04 23:29 address edit & del

      오옷~집필에 여념이 없으셔야 할 분이 어인 방문을! ^^
      루시퍼 이야기가 찌르르하시다니..사랑을 철회할 수 없는 고통을 이해하시는군요.^^
      그런 경험 한번도 안해보셨을 것같은데 말이죠.^^;

  4. 옆자리 2009/03/27 13:50 address edit & del reply

    오, 선배 책은 도대체 언제 읽으시는 거예요? 궁금해요.

2008/12/17 23:30

체실 비치에서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 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힘겹게 자갈밭을 헤쳐나가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작은 파도들이 부서지는 소리에 묻히고, 그녀의 모습이 창백한 여명 속에서 빛나는 쭉 뻗은 광활한 자갈밭 길의 흐릿한 한 점으로 사라져갈 때까지. 
 
- 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내겐 '올해의 발견'인 작가다. 올 봄 비행기 안에서 그의 소설 '속죄' 를 원작으로 한 영화 '어톤먼트' 를 보고 그의 이름을 기억해두었다.
몇 달 뒤, 우연히 대학 때 내가 혼자 좋아했던 친구가 번역자인 게 눈에 띄어 '이런 사랑'을 읽었고, 그 뒤로 '체실 비치에서''암스테르담' 을 내처 읽었다.

'체실 비치에서'는 아주 짧으면서 긴 이야기다. 며칠 전 밤에 읽기 시작해 새벽 5시까지 다 읽곤 책장을 덮으며 그만 울어버렸다.
책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바꿔놓은' 사건은 아주 사소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놓쳐버린 기회, 사랑도 모두 젊음의 오만함, 미숙함, 어설픈 자존심, 그런 턱없는 사소함들 때문에 놓쳐버린 것이 아니던가....
누구든 자기 인생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 사람의 모습을 대입해 읽을 수 있는 책.
단, 지나간 일에 대해 아무런 회한이 없는 분, 사랑이든 뭐든 잃어본 적이 없는 분,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스토리, 선명한 감정을 선호하는 분에겐 비추. 이거 뭐 이래, 하는 생각에 책을 던져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체실 비치에서  (15) 2008/12/17
굳고 정한 갈매나무  (10) 2008/12/04
심술궂은 철학자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10) 2008/11/28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16) 2008/11/11
참척의 고통  (6) 2008/08/22
Trackback 0 Comment 15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273 관련글 쓰기

  1. BlogIcon 당그니 2008/12/18 00:11 address edit & del reply

    읽을 시간이 필요해요 -_-;; 한국에서 사 온 다른 책도 아직 못 읽고 있는 ㅜ.ㅜ

    • BlogIcon sanna 2008/12/18 11:50 address edit & del

      저도 못읽은 책 침대 옆에 쌓여 있어요....ㅠ.ㅠ

  2. BlogIcon 도도빙 2008/12/18 09:31 address edit & del reply

    부럽네요 ㅡ.ㅡ; 5시에 자도 6시30-7시 사이에는 일어나서 애 챙겨야 하는 저로서는... ㅡㅡ;;

    • BlogIcon sanna 2008/12/18 11:51 address edit & del

      5시에 자도 저 역시 7시엔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해야 한다는....
      물론 아이돌보는 고단함에 비할 수야 없지요.

  3. BlogIcon 이승환 2008/12/18 11:06 address edit & del reply

    이렇게까지 강추하시다니, 한 번 읽어보아야겠네요 ㅎ

    • BlogIcon sanna 2008/12/18 11:51 address edit & del

      음..승환님은 별로 안좋아하실 것같아요.^^
      한 20년쯤 뒤에 읽어보심이~ ^^;

  4. BlogIcon 이안 2008/12/18 13:21 address edit & del reply

    사놓기만 했었는데 읽게 만드시네요..^^

    • BlogIcon sanna 2008/12/18 20:24 address edit & del

      얼른 보시고 리뷰를 써주심이~^^
      책도 얇아서 금방 뗄 수 있습니다.

  5. BlogIcon 엘윙 2008/12/18 17:54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요즘 통 책을 안읽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속이 텅 빈것 같습니다.

    • BlogIcon sanna 2008/12/18 20:26 address edit & del

      연말이라서 그러신 게 아니구요? ^^
      그나저나 멕시코(? 브라질인가요?)는 언제 가시는지요?

    • BlogIcon 엘윙 2008/12/18 23:10 address edit & del

      부끄럽게도 -_-올해는 출장운이 없나봐요.
      정말 분한 일이 있었는데, 결국 안가게 됐습니다.
      승환님 취업파티때 뵈요 ^^

  6. 경심 2008/12/21 21:48 address edit & del reply

    전 그래서 아무리 탱탱한 피부가 탐나도 20대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가끔 그 미숙한 시간들을 몽땅 들어내고 싶다니까요.^^

    • BlogIcon sanna 2009/01/17 14:12 address edit & del

      저도 마찬가지 ^^

  7. BlogIcon 키노 2009/02/21 17:35 address edit & del reply

    그렇군요. 전에 문학상 수상작 목록을 정리하면서, 제목만 눈에 익었는데, ssana 님 말씀에 꼭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문장이 길고 유려해서 번역하신 분이 힘드셨을 법하네요. ^^

    • BlogIcon sanna 2009/02/22 16:31 address edit & del

      번역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물론 원문을 안읽었으니,
      글이 돌부리처럼 걸리느냐 아니냐가 유일한 판단기준이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