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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4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 2009/05/19 내 친구 정승혜 (16)
2009/05/24 23:41

나 그대 믿고 떠나리

 …아버지가 계시는 천안 공원묘지 입구에는 아주 커다란 바윗돌에 ‘나 그대 믿고 떠나리’라고 쓰여 있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 어디서 나온 인용인지도 알 수 없이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커다란 검정색 붓글씨체로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 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 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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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yer_cake 2009/05/25 01:11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씨가내게해줄수있는최대한의위로를오늘해주셨습니다미안하고고맙습니다이달말까지는계속울것같습니다안구건조증은자연치유되겠지만저들을향한불쾌감은오래갈것같군요..NotOneLess

    • BlogIcon sanna 2009/05/26 13:35 address edit & del

      Not one less...hopefully~

  2. BlogIcon 토댁 2009/05/26 13:54 address edit & del reply

    나를 믿고 가신겝니까?

    농촌을 지키는 것은 제게 너무 벅찬대요.
    그래도 저를 믿고 가신다니
    그 믿음 저버리지 않게 열심히 공부해서 흙과 함꼐 사는 토댁이가 되겠습니다.

    자꾸자꾸 흐르는 눈물,
    메어오는 목.
    아픕니다.

    • BlogIcon sanna 2009/05/31 00:37 address edit & del

      .....

  3. BlogIcon 팔다 2009/06/02 07:19 address edit & del reply

    포스팅과 상관없는 댓글입니다만....
    선배, 선배의 책이 지금 제 손에 있답니다!
    령선배가 워싱턴에서 한권 보내주셨어요.
    헤헤...좋아라 ~
    그래서 지금부터 읽기 시작입니다요 ~

    • BlogIcon sanna 2009/06/07 11:46 address edit & del

      아, 그랬구나.
      내가 보내주었어야 하는 건데...^^;

  4. 2009/06/06 01:3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06/07 11:50 address edit & del

      아, 그런가요. 두 분 모두에게 감사드려야 하겠네요.
      고맙습니다 ^^

2009/05/19 23:38

내 친구 정승혜

“좋아져라 좋아져라….”

그녀가 미니홈피 대문에 마지막으로 걸어둔 문구였습니다.

내 친구 정승혜.
오늘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돌아왔습니다. 자신이 외운 주문대로, 더 좋아지려고, 고통없는 세상을 향해 서둘러 떠난 것인지...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처럼 볕이 좋았던 날 배웅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요….


해질 무렵 그녀를 내려놓으며 긴 작별의 의식이 끝나던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놀랐습니다. 만사를 제치고 그녀를 배웅하러 먼 길을 온 사람이 100명도 넘었습니다. 저처럼 휴가를 내고 따라온 사람이야 둘째 치고, 출장을 갔던 칸 영화제에서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달려온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오늘 공항에서 장지로 직행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녀와 20년 지기인 이준익 감독님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목이 메어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정승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십니다”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아직도 그녀의 웃는 얼굴을 물기 없는 눈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지만, 정돈된 글을 쓸 자신이 없어 그녀의 추모특집을 싣는 매체의 원고 요청도 사양했지만, 돌아오고나니 횡설수설로라도 그녀에 대해 말하고 싶어지는군요.....  

10여 년 전 기자와 취재원으로 처음 만났지만, 그녀는 제 친구입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녀를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수평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신기한 능력을 그녀는 지녔습니다. 

그녀는 제가 직접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2006년 병을 발견할 때부터 의사가 길어야 1년 남짓이라고 했다던 삶을 그녀는 3년 넘게 살아냈습니다. 역시 그녀와 20년 지기로 이 감독님과 함께 상주 역할을 하셨던 조철현 대표님은 그저께 빈소에서 "승혜는 일에서건, 사람에 대해서건, 심지어 병을 맞서서건, 단 한번도 비겁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그녀가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녀가 나를 친구로 대해 주었다는 것을 내 삶에 드문 영광으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숱한 관계의 흔적이 쌓여 '나'를 만든다는 제 생각이 영 엉터리가 아니라면, 지금의 제 안에도 정승혜의 흔적은 또렷합니다. 정승혜, 이준익 감독, 조철현 대표를 포함한 씨네월드 3인방 이 아니었다면 4년 전 저는 감히 책을 써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터이고, 지금의 저와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무모하게 첫 책을 쓴 것도 이 3인방의 강렬한 '펌프질' 때문이었고, 정승혜는 한술 더 떠 책의 삽화와 표지를 그려주고 제목까지 지어주었습니다. 첫 책이 나오자마자 제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이들 3인방에게였습니다.
그녀 자신이 책 3권 저자이자 글쓰기에 대한 매혹이 누구보다 강했던 사람인 터라, 우리는 만나면 서로 쓰고 싶은 책 이야기를 곧잘 주고받곤 했습니다. 그녀는 영화 카피라이터가 되는 법도 쓰고 싶어했고, 중편소설도 쓰고 싶어했고, 가장 최근엔 병상일기를 써서 인세를 어린이 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고도 싶어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제가 보낸 엽서를 보고 그녀는 자기도 건강이 회복되면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산티아고 여행기가 4월에 나온다고 뻥을 쳐놓은 탓에, 한달여전 전화로 "얼른 싸인해서 갖구 와!"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좀 서두를 것을....그녀에게 받은 것에 비해 뭐 하나 해준 게 없는 쓸데없는 친구인 저는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칩니다. 눈물범벅이 된 미련한 저를 가만 지켜보던 조철현 대표님은 오늘 제 허접한 책 한 권을 그녀의 발치께에 얹어 함께 하늘나라로 보내주셨습니다. 먼 길 가는 그녀와 잠깐이라도 함께해줄 길동무가 된다면 그 책은 세상에 태어난 제 사명을 다하는 게 될 것입니다.
내 친구 정승혜. 부디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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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새벽

    Tracked from 인퓨처컨설팅 : 당신의 전략 파트너 2009/05/20 00:23 delete

    새 벽 그는 갔다 내 빈 터에 쉬 헤아릴 수 없는 이슬이 쌓이고 늘 기다리는 느티나무엔 마른 울음만 쌓이고 그 사이 별들이 잎처럼 스러졌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길은 그와 함께 닫혔고 새벽빛이 그 눈 떴다 감기듯 약속은 오래 전에 잊혔다 나는 다만 새벽을 열고 닫으며 차마 기억만은 남지 말기를 바라며 그와 나 사이에 행복한 안녕을 새겼다 씻고 또 씻어도 내겐 새벽냄새가 났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기억이었다 새벽을 사이에 두고 그와 내가 여윈 별..

  1. BlogIcon 유정식 2009/05/20 00:06 address edit & del reply

    가신 님의 명복을 빕니다. 저와 아무 상관 없는 분인 줄 알고 뉴스를 접하고도 남의 일인 양 무감했습니다. sanna님도 힘 내십시오.

    • BlogIcon sanna 2009/05/20 18:42 address edit & del

      네...승혜 언니는 다른 세상에 가서도 즐겁게, 씩씩하게 잘 지낼거에요. 그렇고말구요!

  2. layer_cake 2009/05/20 08:48 address edit & del reply

    주변에나쁜일이많이늘었어요..나이탓을해야하나..그러기엔너무빠른데..17일새벽에나쁜소식듣고잠깐울었소..억울해..산나씨글읽고또운다..늙었나봐..고레에다의에프터라이프를다시보면서맘달래봅시다.

    • BlogIcon sanna 2009/05/20 18:45 address edit & del

      그러게 말입니다. 왜 이렇게 나쁜 일이 자꾸만 일어나는지...
      '애프터라이프'에서 묻는 것처럼 "저 세상에 가져갈 딱 한가지 기억"은 갖고 계신지요..

  3. BlogIcon 지아 2009/05/20 14:26 address edit & del reply

    짧은 삶이었지만 후회없이 살다 가신 분인것 같네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친구였음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리워하고 애통해하는 것을 보면... 살아가다가 어떤 상황이 잘 판단이 안될때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훨씬 명료해지더라구요. 사는 날까지 잘 살아야할텐데. 고인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 BlogIcon sanna 2009/05/20 18:46 address edit & del

      참 잘 살았던 사람이야...
      우리도 잘 살자...적어도 애는 써보자..

  4. BlogIcon 엘윙 2009/05/21 00:17 address edit & del reply

    안타깝습니다. 젊은 나이에 떠나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아려옵니다.
    아직도 치유가 안된 모양이에요. 산나님 책 읽고도 펑펑 울었습니다.
    그래도 힘내야겠죠!

    • BlogIcon sanna 2009/05/21 12:44 address edit & del

      말이 안된다는 거 알면서도, 그런 생각 했었어요.
      하늘이 사랑하는 사람을 빨리 데려가신다고...
      엘윙님도 힘내세요.

  5. lebeka58 2009/05/21 00:33 address edit & del reply

    아까운 분이 너무 일찍 가셨네요, 사진안에 웃으시는 모습에 매력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군요
    그간의 힘든 여정 끝내시고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길 빕니다

    • BlogIcon sanna 2009/05/21 12:45 address edit & del

      정말 아까운 사람이었어요. 지금은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6. BlogIcon 이동진 2009/05/21 01:37 address edit & del reply

    많이 상심하셨죠. 진심으로 슬프게 우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김선배 눈물이 더 아프게 다가오더군요. 정승혜 대표는 생각할수록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요셉피나님이 부디 눈물 없는 곳에서 평온하시길 다시 한 번 빕니다.

    • BlogIcon sanna 2009/05/21 12:52 address edit & del

      예전에 우리 함께 '생이지지' '학이지지'하고 놀던 생각이 왜 자꾸만 나는지...
      그때 정승혜씨 웃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이동진씨는 정승혜씨가 써준 간판, 명함 보면 오래 힘들텐데...
      그래도 그렇게 우리 옆에 있다고 생각합시다...마음 추스리고 기운내세요.

  7. BlogIcon UFO 2009/05/23 00:03 address edit & del reply

    소식 듣고...설마....
    이 착한 친구 이야길 또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잘 하셨소.....
    나두 일로 한번 서울극장쪽에서 봤었는데...
    환하게 웃어준 기억이 선하군...
    나하곤 친구 아니라서 다행이라 여겼지..
    안그럼 울었을테니..
    그저 눈시울만 살짝 적셨지
    @@@

    • BlogIcon sanna 2009/05/26 13:31 address edit & del

      착한 친구 기억해줘서 고마우이.....

  8. 사복 2009/05/25 20:54 address edit & del reply

    올라오는 기사를 읽으면서, 잘 모르니 마냥 막연하게, 아, 영화계가 또 한 명의 큰 사람을 잃었구나 했었는데요... 그런데 여기 와 보니, 가까운 친구분을 잃으신 산나님이 계시는군요...

    뒤늦게 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상심이 크실 산나님도.. 힘내세요...

    • BlogIcon sanna 2009/05/26 13:40 address edit & del

      산 사람들이야 어떻게든 다들 짚고 일어서게 되겠지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