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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3 일상의 낯선 풍경 (23)


지난 해 예쁜 비밀 전시회를 했던 제 동생 김현경이 올해 개인전을 합니다.
전북 전주시의 갤러리 공유 (063-272-5056)에서 '일상의 낯선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11일 오픈했구요. 3월31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해 우연히 참여한 그룹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눈여겨본 갤러리의 초대로 열리게 됐습니다. 지난 해에도 매일 보는 창밖 풍경에서 예쁜 비밀을 건져내었던 제 동생은 올해에도 그 연장선 상에서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매일 보는 담벼락" "매일 가는 밥집의 작은 화단"에서 그가 찬찬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건져올린 화사한 풍경들입니다.
"102호와 103호 사이"라는 제목을 단 위의 그림은 말 그대로 아파트 102호와 103호 사이의 담벼락에 붙은 자잘한 담쟁이 넝쿨들입니다. 동생이 그리기 전에는 우중충한 콘크리트 담벼락 위에 저 자잘한 식물들이 화사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줄도 몰랐었네요. 맨 위의 메인포스터도 인쇄물을 스캔한 것이라 좀 흐리게 보이긴 하는데, 지난 가을 집 앞 주차장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꽃잎들을 모티프로 삼은 "주차장" 연작입니다.
 
아래의 그림 "103호 앞 2"는 아파트 앞의 볼품없는 화단에 피었던,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들꽃이구요.

문외한인 저의 주절거림 대신, 아래 '작가의 말'을 붙입니다. 혹시 이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 중 전주나 인근 도시에 사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놀러가보세요. 갤러리가 전북대학교 앞 번화가에 있지만 작고 소담한 정원, 카페가 함께 있어서 호젓한 느낌을 줍니다. 가까이 계시는 분들은 봄의 햇살과 잘 어울리는 제 동생의 그림도 보고 차 한잔 하는 나들이를 계획해보세요~. ^^

작가의 말

생물학적 개념 중에 ‘역치’라는 말이 있다.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이르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역치가 없다면, 오감이 느낄 수 있는 것마다 모두 반응을 나타낸다면 너무나 피곤해서 생산적인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미개한 인간으로 남거나 세세한데 모두 신경 쓰다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생물학적 본능이 그렇게 생겨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일상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간혹 사진기를 들이대기만 하면 쓰레기통조차 그림이 되는 타지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곳 주민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그토록 아름다운 그들만의 환경이 그들의 '역치'가 되기에는 이미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예술가들은, 역치가 낮은 사람들이 아닐까. 남들은 지나치는 일상에도,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감탄하고, 화내고, 의미를 캐는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삶이 힘들지만 그러면서도 더 아름답고 역동적인 '삶'을 가깝게 느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오감이 무척 예민한 편이다. 시각 뿐 아니라 듣기도 잘 듣고, 냄새도 잘 맡는다. 좀 덜 느낄 수 있으면 덜 피곤할 텐데…라고 바랄 때도 많지만, 싫지만은 않다. 주변에 늘 있지만 내가 먼저 발견해 내는 것, 혼자서 느끼게 되는 무언가가 있을 때는 내게만 주어진 어떤 비밀스런 선물 같아서 감히 불평은 못 할 것 같다.

일상이 무미건조할 때,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예술가처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은 사시사철의 변화가, 작게는 매일의 날씨 역시 일조를 하는 것 같다. 늘 보던 나무에서 못 보던 꽃이 피고 지고 하니까. 스스로의 역치를 조금 낮춰서 보면 매일 보던 담벼락도, 매일 가는 밥집 앞의 작은 화단도 너무 화사하고 새로워서 눈물이 찔끔 혹은 미소가 살짝 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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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