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3.01 사랑과 지옥 (9)
  2. 2008.12.24 All You Need Is Love~ (5)
  3. 2006.06.24 왜 사랑인줄 몰랐을까
  4. 2006.06.24 러브 액츄얼리-고백하라,그대의 마음을! 지금! (4)
조지프 캠벨의 '신화와 인생'을 읽다.
물방울을 통해 바다를 들여다볼 수 있어 나는 신화, 상징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 지난해 할 일없이 혼자 놀 때,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보자' 마음 먹고 전작주의 독서 대상으로 삼았던 '거인' 중 한 명이 캠벨이었다. 물론 다 읽진 못했지만...-.-;
 
이 책은 캠벨이 직접 쓴 게 아니고 강연록을 바탕으로 그의 다른 책들을 편집해 펴낸 책이라, 기대했던 만큼 흥미롭진 않다. 구성도 어지럽고 짜집기 편집도 거슬린다.
캠벨과 신화, 상징의 해석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보다는 언론인 빌 모이어스가 캠벨과의 대담을 잘 정리해놓은 '신화의 힘' 이 입문서로 훨씬 낫다. 캠벨의 세계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거칠고 무슨 말인지 종종 알 수 없는 번역문장과 오역을 감수하고라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보는 게 좋다. (국내 최대 규모 출판사인 민음사, 가장 유명한 번역자인 이윤기씨는 이 책의 오역과 비문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데도 왜 모르쇠로 일관하는 걸까? 제대로 번역해 다시 펴낼 정도의 아량과 문화적 소양을 기대하는 게 무리일까?)
 
그래도 두터운 감각을 꿰뚫고 와서 꽂히는, 캠벨의 반짝반짝 빛나는 아포리즘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많은 아포리즘과 우화 중 사랑에 대한 지극히 아름답고 슬픈 우화, 그리고 캠벨이 자신 만의 감옥에 갇혀 살던 사람의 등짝을 후려친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아래의 우화는 너무 슬퍼 심지어 어젯밤, 꿈까지 꾸었다.  
 
"하느님은 천사를 창조하고 나서 당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경배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인간을 창조하고 나서, 천사들에게 당신의 가장 훌륭한 작품인 인간에게 절을 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루시퍼는 거절했다. 우리는 그 이유가 그의 오만함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무슬림식 해석에 따르면 그 이유는 오히려 그가 하느님을 어찌나 깊고도 강렬히 사랑하고 사모했던지 차마 다른 어떤 것을 향해 절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결국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그는 지옥에 떨어졌고,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그곳에 영원히 있도록 처분받은 것이었다.
......

페르시아 시인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 이후에) 사탄은 과연 무슨 힘으로 견딜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들이 발견한 답변은 이러한 것이었다.
"일찍이 '내 앞에서 사라져라!'하고 말했던 하느님의 목소리에 대한 추억으로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때는 환희였으나 지금은 사랑의 고통이 된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절묘한 영적 고통의 이미지인가!

'내 앞에서 사라져라' 하는 목소리에 대한 추억으로 견딜 수 있었다니...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추방하는 저주의 목소리가 그를 살게 만든 힘이 되었다니....이보다 더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난 떠올리지 못하겠다.

사탄이 처한 곳은 고통이 활활 타오르는 지옥불이지만, 자기 스스로 지은 감옥 안에 갇혀 그 너머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꽤 괜찮게 사는 어떤 흑인 남자가 캠벨에게 흑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캠벨은 다음과 같은 말로 그의 등짝을 후려쳤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에게 불리한 어떤 것을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은 매력이 없고, 그것때문에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가톨릭 국가에서 개신교로 살아갑니다.어떤 사람은 개신교 국가에서 가톨릭 신자로 살아가죠. 당신이 오로지 흑인이라는 사실만 갖고서 당신의 삶에서 부정적인 것을 계속 들먹이며 비난한다면, 당신은 인간이 됨으로써 얻은 다른 특권들을 깡그리 부정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다만 흑인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직 인간은 되지 못한 셈이죠."

참 말씀 독하게 하신다....'흑인에 불과할 뿐, 아직 인간이 되지 못했다'니....
하지만 이 이야길 읽으며, 나도 사실은 스스로 설정한 감옥에 불과한 어떤 한계를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 역시 "다만 OO에 불과할 뿐, 아직 인간이 되지는 못한 셈"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2)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체실 비치에서  (15) 2008.12.17
굳고 정한 갈매나무  (12) 2008.12.04
심술궂은 철학자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10) 2008.11.28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16) 2008.11.11
Posted by sanna

All You Need Is Love~

그냥... 2008.12.24 21:47

한 해의 인기검색어를 인물별, 국가별 비교해보는 기사들이 한차례 쓸고 지나간 뒤. 올해 인기 검색어에 대해 뭐 더 궁금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던 때, 뒤늦게 ‘이코노미스트’지 온라인 판에서 이 그래픽을 보게 되었다.

공황이 거론되는 위기의 시대에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바로 사랑인 거였다. 다른 걸 다 제치고 2년 연속 '사랑이 무엇이길래'가 1위라니.
이 지독한 놈의 사랑~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었을 때 함께 묻어주세요  (19) 2009.03.27
눈보라  (12) 2008.12.31
표현의 자유가 눈내리는 동네  (2) 2008.12.30
All You Need Is Love~  (5) 2008.12.24
금요일 밤의 낙서  (11) 2008.11.29
11월을 견디는 한 가지 방법  (16) 2008.11.07
개그 3부작  (6) 2008.11.06
Yes,we can!-감동의 연설  (18) 2008.11.05
Posted by sanna
유혹, 남자 아니라 여자가?… 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


한 심리학자가 남자들에게 여자들의 슬라이드 사진을 보여주고 매력을 평가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남자들 가슴엔 마이크를 달아 스피커에 연결한 상태였다. 남자들에겐 자기 자신의 심장박동을 듣게 된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녹음된 테이프였다.

특정 슬라이드를 볼 때 테이프 속의 박동소리가 갑자기 빨라지게 했다. 실험 결과 남자들은 자신의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여자에게 압도적인 차로 최고의 점수를 줬다.(자기 심장이 뛴 게 아닌데도!)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 주는 듯하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아니라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행동학 연구소는 바에서 유혹적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배우를 촬영한 필름을 남자들에게 보여 주고 여배우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단추를 누르도록 했다. 실험 결과 여배우가 한 번 쳐다본 것(그림 1)만으로도 남자들의 8%가 단추를 눌렀다. 두 번째 쳐다보자 또 다른 11%가 단추를 눌렀다. 어떤 남자들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는 것(그림 2) 같은 미세한 유혹 신호에도 반응했다. 사진 제공 이레

사랑에 대한 문학적 서술 대신 과학적 배경과 이유를 알고 싶었던 33세의 독일 저널리스트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유혹, 사랑의 지속 비결 등에 대한 온갖 실험 결과들을 모아 이 책을 썼다.

책에는 통념을 뒤엎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많다. 흔히 유혹은 ‘상대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유혹은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바에서 남녀의 유혹 과정을 관찰한 결과 남자는 여자가 시선, 미소, 고개 기울이기, 헤어 플립(hair flip·손으로 머리를 쓸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는 동작) 등의 유혹 신호를 보낸 경우에만 여자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쳐다보지 않은 여자에게 남자가 다가간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남자는 자신이 유혹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유혹의 과정을 리드하는 쪽은 여자였던 것이다.

마주앉아서도 무의식적으로 계속 유혹 신호를 보내는 여자들은 단 한 가지 조건에서만 신호의 발신을 끊는다. 상대 남성이 말을 너무 많이 할 때다.

남자가 자신의 자아에 감동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을 때 여자는 대체로 유혹을 중단한다. 그러나 실험 결과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좋아할수록 더 자주 ‘나’라는 1인칭 주어를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불행한 불일치라니….

외모의 중요도, 열정과 질투의 이유, 커플의 싸움 등에 대한 심리학, 진화생물학의 연구를 종횡무진 보여주던 저자는 마지막으로 커플의 사랑을 지속시키는 비결에 도달한다. 행복한 커플은 서로 깊은 속내를 다 털어놓는 흉금 없는 사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미국 심리학자 존 고트먼은 커플의 일상을 촬영한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행복한 커플에게 대화의 깊이나 의견일치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되레 중요한 것은 사소한 일상에서 미소 지으면 같이 미소 짓고 말을 하며 응답을 해주는 ‘긍정적 반응’이다. 파트너가 한 말을 단순히 되풀이하기만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뭔가를 알릴 때 파트너가 거기에 참여하며 각자가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여러 면에서 서로 닮은 커플이 오래 지속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은 거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애무를 위한 시간을 내고 건설적으로 싸우는 법을 배우며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조차 파트너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함께 흥분되는 일을 하는 것’이 사랑의 지속에 중요하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결국 최후에 필요한 것은 과학이 아닐 것이다. 관찰 가능한 과학 연구를 모아놓은 이 책은 다만 ‘사랑의 사용 설명서’일 뿐이다. 어떻게 사용할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  바스 카스트 지음, 조경수 옮김
사랑에 관한 남녀간의 심리를 실험으로 탐구한 책. 만남과 사랑과 이별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으로 바라보고, 수많은 저명한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발견한 사랑의 비밀을 들려준다. 아름다운 사람에게 반하는 이유, 서로 다르거나 닮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하는 이유, 불화를 만드는 질투의 문제, 커플을 헤어지게 만드는 싸움의 패턴 등을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신고

'나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0) 2006.07.14
빈곤의 종말  (2) 2006.07.10
동물과의 대화  (0) 2006.06.24
왜 사랑인줄 몰랐을까  (0) 2006.06.24
우연의 법칙  (0) 2006.06.24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0) 2006.06.24
행복한 이기주의자  (2) 2006.06.24
전라도 우리탯말  (0) 2006.06.24
Posted by sanna
TAG 사랑, 유혹,

"아무런 희망이나 조건 없이 그냥 말할게요. 내게 당신은 완벽해요. 가슴이 아파도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당신이 이렇게 될 때까지...(미라 그림을 보여준다)"
-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마크가 친구의 아내인 줄리엣에게 -


미련한 녀석 같으니. 뭘 어쩌겠다고…. 영국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짝사랑하던 친구의 아내를 찾아가 말도 못하고 사랑 고백을 적은 도화지를 한 장씩 보여주던 마크가 못내 안쓰러웠다.

‘에라, 이 바보야’하고 마음속으로 그를 쥐어박았지만,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면이 없는 건 아니다. 하긴,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저렇게 해야 할 때가 있긴 있다. 어쨌든 마크는 줄리엣의 키스나마 얻었으니....

그러고 보니 ‘러브 액츄얼리’는 고백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는 영화 같다.
아빠는 같은 반 아이를 짝사랑하는 아들에게 가서 말하라고 부추기고, 소설가는 말이 통하지 않는 처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포르투갈까지 날아가며, 총리는 웨이트리스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허름한 동네의 골목을 헤맨다. 남녀간의 사랑은 아니지만 늙은 가수는 뚱보 매니저에게 “네가 소중하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 젊은 여자들을 뿌리치고 달려온다.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공항 검색대를 뛰어넘거나 성가대원을 빙자해 아슬아슬한 고백의 시간을 마련하고 낯선 외국인을 감시하러 동네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붙는 상황, 합리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다.
친구의 아내, 출국하는 소녀, 의사소통이 안 되는 외국 처녀처럼 ‘함께’ 사랑을 이룰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상대에게까지 기어이 고백을 하고야 말게 만드는, 이 희한한 마음의 정체는 뭘까.

뇌과학자인 김종성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에게 물어봤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유전자의 효과적 증식을 위해 진화된, 근본적으로는 이기적 행위다. 사랑하는 마음은 뇌에서 ‘보상 작용’과 관계있다고 간주되는 기저핵, 전두엽 등을 활성화시킨다. 이 부위는 마약을 하거나 돈을 건 게임을 할 때도 똑같이 활성화된다. 뇌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은 뭔가를 얻기 위해 애를 쓰는 행위인 것이다.

김 교수는 “사랑을 이룰 수 없는데도 고백을 하는 까닭은 고백을 함으로써 사랑을 어느 정도 이뤘다는 자기만족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추측했다. “고백을 통해 스스로가 만족을 얻는다면 그때 뇌의 모습은 결국 ‘보상 작용’ 때와 비슷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짝사랑하는 아이가 오늘 밤 미국으로 떠난다고 아들이 절망하자 아빠는 “더 잘됐네. 손해 볼 거 없잖아. 고백해”라고 독려한다. 고백은 자기만족적이다. 사랑하는 상대보다는 사랑에 빠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 위한 수단이다. 내 고백으로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릴 상대에 대한 고려보다 끓어 넘치는 열정을 드러내려는 나의 욕망이 더 중요하다. 받아들여지고 아니고는 그 다음 문제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마크보다 더 안쓰러운 사람은 끝내 고백을 하지 못한 여자 사라였다. 정신장애를 겪는 오빠 때문에 사랑도 할 수 없었던 사라는 만약 오빠가 없었더라면 덜 외롭고 더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DVD에 실린 ‘삭제장면 모음’에는 사라가 원하던 사랑을 얻지는 못했지만 오빠의 삶에 약간의 빛을 던져주는 장면이 나온다. 사라가 계속 눈에 밟혔던 나는 이 삭제장면을 보며 ‘그래, 이제 됐어’하는 안도감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그제야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는 이 영화의 주제가에 동의할 수 있게 됐다.

### 크리스마스에 DVD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한참 전에 올렸던 포스트인데 약간 수정해 다시 올립니다. Merry Christmas!!!

신고
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