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01.31 명상단식 체험기-3 (8)
  2. 2007.01.30 명상단식 체험기-2 (6)
  3. 2007.01.30 명상단식 체험기-1 (6)

넷째 날

6시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만두자’였다. 현기증이 일고 식은땀이 난다. 이러다 죽겠다..겁이 덜컥 난다.
그대로 누워 있으면 일어나기 더 힘들 것같아 겨우 몸을 일으켜 수련장에 갔다.

사범 설명을 들으니 오늘은 등산을 간단다. 해발 885m의 백운산을 오른다고. 아니, 4일째 굶은 사람들을 데리고 등산을 간다고? 미쳤나? 난 안간다.
단식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며 아침체조와 명상을 따라 했다. 그런데....
신기하다. 기진맥진한 뇌가 생각을 멈춰버린 모양인지, 드디어 명상시간에 잡념없는 집중이 되는 거다!

흔히들 명상을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실제로 해보니 그건 도무지 고수가 아니고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그게 어떤 상태인지 감조차 잡히질 않는다.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명상에 대한 정의는 '명상 나를 바꾼다'라는 책에 나오는 것으로 "한 번에 한가지 생각만 하는 것"이다.
호흡을 세며 명상을 할 땐 호흡만 생각하는 것, 촛불을 바라보며 명상을 할 땐 촛불만 생각하는 것, 소리를 내며 명상을 할 땐 그 소리에만 집중하는 것...이런 방식으로 마음이 훈련된 뒤에야 자신에 대해서도 명상할 수 있게 된다고 들었다.

말은 쉽지만, 한 10분만 해보면 안다.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마음은 좀처럼 의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마음은 정말 원하는 곳만 빼고는 어디든지 달려가는 야생마와 같다"고 했겠는가.
며칠 명상 수련을 하는 동안, 아주 짧은 순간 집중이 가능하다가도 마음은 금새 또 엉뚱한 데로 흘러가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자, 이제 그만하고 다시' 이렇게 스스로를 달래가며 집중을 시도했는데, 이날은 호흡 명상을 하는 동안 사범이 '그만'이라고 말할 때까지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마음 속에서 뭔가 다부진 기운, 힘 같은 게 스멀스멀 생겨나는 느낌이다. 등산? 한번 해보지, 뭐.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었다.

등산을 오전 10시반쯤 시작했는데 거의 꼬박 하루가 걸렸다. 내려오니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가장 공포에 질려있고 등산을 못하는 사람을 선두에 세웠기 때문이다. 좀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땐 선두의 느린 걸음이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결국은 그 덕분에 천천히 산을 충분히 즐기면서 등산할 수 있었다. 속도의 강박에서 풀려난 등산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거의 하루 종일 산에서 움직였는데도 별로 힘이 들지 않았다.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음식이 그리 많지는 않구나, 싶다. 정상에서 따끈한 꿀물을 마셨는데, 그 맛!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산에서 내려오니 분위기가 약간 달라진다. 그동안 배가 고파 얼굴이 굳어있던 사람들 얼굴에 약간씩 생기가 돈다. 4일을 굶고도 산 하나를 완등했다는 게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같은 걸 주었나보다. 뿌듯해하는 기색이 모든 사람들 얼굴에 역력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기왕 하는 것,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자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하루종일 하드 트레이닝을 마치고 나니 오히려 몸도 개운해졌다. 사범에게 그냥 6일 내리 단식을 해보겠다고 다시 이야기했다. 그녀가 등을 두드리며 잘 생각했다고 격려해준다....

냉온욕 후 밤엔 소리 명상을 했다. 특정한 소리를 반복해 내면서 명상하는 이 방식을 신비주의자들은 ‘만트라 명상’이라고도 부른다. 대개 ‘옴~’하는 소리를 내거나 특정한 기도의 문구를 반복 암송하거나 하는데 여기선 ‘아~’소리를 주문했다. '아~'소리를 내며 오롯이 자신만 생각하라는 주문.

꼭 무슨 발성 부흥회 같다. -.-; 마뜩치 않았지만 늘 한 발 떨어져 관찰하려 드는 고질적 습성을 버리고 일단 따라가 보자 생각했다.
내가 책에서 읽은 '만트라 명상'은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것인데 여기선 크게 내라고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여기저기서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남들의 흐느낌을 들으니 좀 난감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느낌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그냥 '자신'만 생각하라는 거였는데 왜 '나의 꿈, 희망' 이런 것 대신 '나의 실수, 돌이킬 수 없는 과거' 그런 것들만 줄줄이 생각이 나던지.....울컥해지는 기분이다.
사범이 다가와서 등을 쓸어주고 명치끝을 두드려주니 마치 뭔가 토해내듯 내 눈에서도 울컥 눈물이 터진다.....
당황스럽지만 시원했다. 꽤 많이 운 것같다. 괴로운 기억들을 꽤 많이 게워낸 기분....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고, 포장 없이도, 가식 없이도 자연스러운 나 자신 그대로 살 수 있을 것같은, 근거 없는 믿음이 피어올라 허허로운 속이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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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TAG 단식, 명상

둘째 날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 명상, 된장찜질, 관장, 냉온수욕을 하고 산에 올랐다. 공복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 명상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체조를 한 뒤 단전호흡 비슷한 방식으로 하는 명상이다. 전체 기간 동안 이 명상이 나는 가장 상쾌했다. 집중을 잘 하질 못하는데 그나마 이 명상을 할 때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호흡을 관찰하며 하는 방식의 명상이 가장 쉽기 때문에 그런 듯....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근처 산 중턱까지 등산을 하는 것. 그냥 가는 게 아니고 한 사람은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이 인도해 올라가야 한다. 일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조건.

산길을 올라가는 것이라 쉽지 않다. 눈을 감은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인도하는 것이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상대방 발 앞의 돌을 내 발로 걷어차내야 하고, 말을 못하니 팔의 힘으로만 방향을 인도해야 했다. 땀이 뻘뻘 난다.

내가 눈을 감았을 때가 오히려 편했다. 분명히 오르막길일텐데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한두번 부딪히고 나니까 신기하고 편안한 마음이 싹 사라지고 불안해진다. 연로하고 약간 부주의한 참가자가 날 인도한 까닭에 나무에 두 번 부딪혔다. 얼마 전까지 깁스를 했던 왼쪽 발목이 한번 푹 꺾이자 눈을 뜨고 싶은 욕구가 들끓었고, 결국 몰래 두 번 실눈을 뜨고 바닥을 봤다. 별 도움은 안됐지만....

살짝 눈을 뜬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겠지, 했는데 웬걸, 목적지에 올라간 뒤 사람들이 입을 모아 "놀라운 체험이었다"고 하는 거다. 부딪혀도 그냥 상대를 믿기로 하고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고 말하는 걸 듣자니까 좀 창피했다. 내가 사람을 잘 믿지 못하나? 다치고 상할까봐 늘 겁에 질려있고 불안해하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뒤숭숭한 터라 산에서 30분간 했던 호흡 명상엔 집중이 거의 되질 않았다. 계속 스스로에 대한 원망, 후회되는 과거의 여러 일들이 떠오른다. 나중엔 아예 집중해보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눈을 감고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오면서 깜짝 놀랐다. 눈 감았을 땐 몰랐는데 꽤나 돌도 많고 거친 길이다. 난 발목이 무리가 갔다고 내 인도자를 원망했지만 이 길을 눈감고 그만큼 갈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또 하나. 눈을 뜨고 내려오면서도 왼쪽 발목이 또 한번 접질렸다는 것.... -.-;
결국 문제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데 있다는 생각에 몹시 우울했다.

오후 내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것도 단식의 증상 중 하나라고 하니 그냥 받아들이자.


셋째 날

최악인 날. 6시에 일어나자마자 평소에 조금씩 아팠던 몸의 모든 부위가 아우성을 치듯 한꺼번에 다 아프다. 기운도 없고 전날의 우울이 계속 이어진다.

아침 체조도 싫은 기분. 낮에 또 산에 가서 야외 명상을 했는데 집중이 안돼 너무 지루했다. 자꾸만 머릿속으로 딴 생각이 비집고 들어온다.

역시 난 안되겠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3일만 하고 말자, 하는 생각과 도대체 뭐하러 왔나, 실패하고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수련 지도하는 사범에게 난 원래 말했던 대로 단식은 3일만 하고 나머지 기간은 보식을 하면서 명상 수련에 참여하겠노라고 한번 더 말해두었다. 그는 그러라며 내일 아침에 상태를 보자고 한다.

이날 밤 풍욕은 별도 보이지 않아 지루하고 춥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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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TAG 단식, 명상

약간 무리를 해가며 얻은 휴가 1주일 동안 내가 갔던 곳은 명상&단식 캠프다. 6일간 단식하며 명상 훈련을 했고, 지난 주 금요일부터 맑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

사는 데 그렇게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절감한다. 몸과 머리가 모두 가벼워 아직까지는 만족스러운 상태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누가 깨워주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도 못한다. 밤이면 낮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2,3일에 한번 꼴로 술을 마신다. 인생의 전반부가 끝나가고 후반부를 시작해야 하는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회의로 잠도 잘 오질 않았다.


정신없이 바쁘던 지난 연말 어느 날 밤, 그로기 상태로 집에 돌아온 뒤 드러누워 몽상을 하던 도중 머리와 몸을 다 비워버리면 뭐가 남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고 ‘명상단식’을 처음 떠올렸다. 어느 주간지에서 관련 기사를 읽은 것도 같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보니 모두 반대다. 단식 뒤 더 나빠진 사람 여럿 봤다, 명상은 혼자 하는 건데 캠프는 무슨…, 나이 들어 살 빠지면 흉하다 등등….

나도 덩달아 ‘그렇겠지?’하고 잊어버렸는데 불쑥 불쑥 자꾸 생각이 났다. 명상에 관심이 많아 가이드북을 읽어가며 시도해봤지만 실패해본 적이 있어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한참 망설이다 결심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짧지만 강렬한 ‘하프 타임’을 가져봐야 겠다고.


그래도 굶는 게 자신이 없어 완전히 굶는 대신 효소를 먹으면서 하는 명상&단식 캠프 한 곳을 찾아냈고 효소 먹는 것도 힘들 것 같아 미리 전화를 걸어 3일만 단식하고 4일간 보식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걸 먼저 확인한 뒤 그곳으로 향했다.


첫째 날

미리 1주일 정도 식사량을 줄이는 감식을 하고 들어와야 한다는데 난 거꾸로 생각했다. 어차피 굶을 거, 실컷 먹자~~~ 컨셉으로 사전 1주일을 보냈다. ^^;
비만형이 아닌데 단식해서 흉하게 살이 빠지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그래서 첫째 날 아침밥도 먹고 수련원에 가는 고속열차 안에서 점심으로 도시락을 사먹었다. 수련원에 가보니 그렇게 두 끼를 다 챙겨먹고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

효소액과 물 (감잎차 포함), 죽염을 먹으며 하는 단식 프로그램이다.
도착하자마자 냉온수욕을 먼저 했다. 냉->온->냉의 순서로 5회 반복하는 방식의 샤워인데 마지막은 냉수여야 한다. 난 여름에도 찬물 샤워를 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의외로 상쾌하다.

이러저러한 강의가 있었는데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수련원 운영 주체의 철학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터라 강의를 들으면서도 ‘저건 틀렸는데’ ‘저건 아닌데’와 같은 생각만 계속 든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계속 의심하는 이 버릇....고질적 직업병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녁엔 간단한 촛불 명상이 있었다. 명상의 여러 종류 중엔 하나의 사물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하는 명상이 있다. 대개 흰 종이나 꽃을 대상으로 하는데 어두운 공간에서 촛불을 응시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명상을 지도하는 방식이 그다지 체계적인 것은 아니어서, 너무 짧게 마쳤다. 하다가 만 기분.


밤엔 풍욕을 했다. 벌거벗은 채 담요 하나를 둘러쓰고 야외에서 담요를 벗었다가 뒤집어 썼다가 하면서 바깥의 자연 바람을 전신에 맞는 것이다. 이 추운 날에 미쳤나…싶지만 해보니 묘한 해방감이 있다.
깊은 산 속에서 하늘에 또렷해진 별을 바라보며 벌거벗고 그야말로 ‘달밤에 체조’하는 재미. 안 해보면 모른다. 너무 추워서 두 번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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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단식,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