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4.29 네팔에 지은 학교 (26)
  2. 2007.10.10 네팔 (2)-카트만두의 화장터 (8)
  3. 2007.10.07 네팔 (1)-애태우던 설산 (18)

4월 둘째 주, 네팔에 다녀왔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다시 차를 타고 1시간을 가는 시골인 반케 지역 나우바스타 마을에 새로 지은 초등학교를 보러 나선 길. 내가 일하는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소개로 이 학교를 지은 한국의 후원자를 모시고 다녀왔다.

 

내게는 특별했던 출장이다. 모시고 간 한국의 후원자가 내 부모님이셨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5년 전 세상을 뜬 내 남동생이 후원자이다. 아들이 남긴 유산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이 돈을 의미 있게 쓸 곳을 찾고 싶어 하셨고, 내가 일하는 단체를 통해 연이 닿아 네팔에 초등학교를 지었다

 

처음 소개를 받을 때부터 이 학교는 여러 모로 마음이 쓰였다. 마을 사람들은 정부 군과 마오이스트 사이에 10년 가량 이어진 내전을 피해 도망쳐 온 이주민들이다. 카스트 제도의 맨밑바닥 불가촉 천민인 달리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인데다 이주민인 탓에, 처음엔 아이들의 출생등록증도 받지 못해 교육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네 명 중 한 명 꼴로 문맹인 마을이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열의는 대단했다. 주민들이 직접 돈을 모아 짚과 흙으로 허름한 학교를 짓고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흙집은 비가 오면 지붕이 새고, 화장실도, 식수 시설도 없었다. 그나마 2학년까지밖에 없어 3학년이 되면 3km나 떨어진 옆 마을 학교로 걸어 다녀야 했다.

이런 학교에 부모님은 1~3학년 교실 3개와 교무실 1, 화장실과 물탱크, 식수시설, 시소와 미끄럼틀을 갖춘 놀이터를 짓고 교육 자재를 선물했다. 아래 사진 왼쪽이 이전의 흙집 학교, 오른쪽이 부모님의 후원으로 새로 지은 학교 건물이다.

 

 

아래는 새로 지은 학교의 교실과 놀이터 풍경.

 

학교 완공 소식을 듣고 부모님은 기뻐하셨지만, 직접 보러 가실 계획까진 없었다. 아버지는 생색내기 방문은 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하셨고, 어머니는 몸이 편찮으셨다. 그런데 사양하고 말기엔, 후원자를 만나고 싶다는 주민들의 요청이 내가 약간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간곡했다.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무너져 가는 흙집 학교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새 학교를 지어줄 후원자를 찾으려고 흙집 사진을 찍어 도시로 나가 여러 단체나 기업들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외진 곳이고 최하층 계급이라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게 하기를 1년 반. 마침내 먼 나라의 낯선 후원자를 만난 거였다. 설움에 북받쳐 그간의 과정을 설명해주던 마을 아저씨의 격정적인 말투와 몸짓만 보아도 1년 반의 고생이 짐작 가고도 남았다. 이런 경우가 이례적이었던지, 학교 준공식엔 네팔의 4개 매체가 취재를 하러 와서 부모님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학교 준공식은 아예 마을 잔치였다. 주민들이 환영의 뜻으로 앞다퉈 이마에 붉은 염료인 티카를 발라주는 바람에, 부모님 얼굴은 붉은 티카 범벅이 되었다. 축하 인사를 하던 아버지는 아래 대목을 읽던 도중 목이 메었던지 자주 말씀을 멈추셨다.

 

"지금 이렇게 학교 신축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우리가 왔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 아들의 심부름을 대신 한 것입니다. 이 학교의 신축 기금을 후원한 김인배는 우리의 아들입니다. 우리가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아들 김인배는 4 5개월 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중략>...우리 아들 김인배도 이렇게 자신이 남긴 유산으로 네팔의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을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아버지의 축사를 영어->네팔어로 통역해주던 세이브더칠드런 지역사무소장은 위의 대목을 통역하던 도중 끝내 울어버렸다. 나중에 자리로 돌아와 내게 "통역이 차분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말할 때에도 그의 얼굴은 눈물범벅인 채였다.

 

위의 사진은 아이들의 축하 공연 (왼쪽), 준공식에 모인 사람들과 기념 촬영 

 

동생이 지은 학교를 직접 본 것이상으로 뿌듯한 사실은 이 학교가 교육청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된 거였다. 지역 교육청이 다음달에 1개 교실을 더 짓고 내년에 1개를 더 지어 5학년 (네팔의 초등학교는 5학년제다) 까지 학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교사들 급여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던 지역의 학교였는데, 동생의 후원이 학교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셈이다. 배우지 못하면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학교라서 운영위원회에 주민들의 참여도도 높았다. 새 건물을 지을 때에도 주민들은 학교 건축위원회와 구매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고 한다. 주민들 스스로 '우리 학교'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그게 보기 좋았다.

 

이 학교의 이름인 스리딜람은 정부 군과 마오이스트의 내전 와중에 희생된 아이인 딜람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딜람과 김인배. 지금은 세상에 없는 소년과 청년. 그 둘의 마음이 만나 127명의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가 지어졌다. 세상의 일들은 이렇게 연결되기도 한다. 여행 기간 내내 해열제와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던 어머니는 학교와 아이들을 보고 계속 "참 감사하다"고 하셨다. 이런 인연에, 나도 깊이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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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들렀던 힌두 사원 파슈파티나트입니다.

네팔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시바 신을 모신 초대형 사원인 이곳은 힌두교도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성지입니다. 힌두교의 본거지인 인도인들도 이곳에 순례를 오더군요.
단정하게 사리를 차려입고 이곳에 도착해 밖에 신발을 벗어놓고 사원에 들어가는 인도 여인들의 뒷모습이 생각납니다. 문에 바짝 기대 들여다본 사원 안쪽은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사원 바깥과 달리 정적이 고여 있는 것 같았어요. 활짝 열린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데도 공간의 느낌이 그렇게 다르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사원 앞을 흐르는 바그마티 강은 화장터입니다. 인도의 갠지스 강처럼 이곳에서도 시신을 열린 장소에서 화장하고 남은 뼈와 재를 강물에 흘려보내죠. 상류로 올라갈수록 화장하는 장소가 조금 더 넓고 왕을 위한 곳도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나 왕이나 이곳에서 화장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강변에 도착했을 때 시신 한 구가 주황색 천에 덮여 실려 왔습니다. 폭이 넓지 않은 강 맞은편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시신 아래로 물에 적신 짚 (오래 타도록)을 넣은 뒤 장남이 시신 주변을 돌면서 불을 붙입니다.
화장예식 도중 우는 사람은 없고, 공개적으로 화장하는 장면이 흉측하거나 기괴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모든 게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화장이 끝나면 13일간 상주들은 먹지도 말아야 하고 망자의 옷을 모두 브라만에게 줘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집을 떠나지 못하고 빙빙 도는 죽은 영혼이 스스로 죽었다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언덕 위에서 바라본 강가의 화장터는 기묘하게 평화로웠습니다.
힌두교에서는 사람이 탄생하는 것은 하늘 땅 물 불 바람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강에서 화장을 하는 이유는 하늘 땅 물 불 바람에게 한 사람이 받은 것을 모두 돌려주기 위해서랍니다.
숨이 끊김으로서 그의 호흡을 바람에 돌려주고 불을 만들어 돌려주며 연기는 하늘로 가고 재를 물에 뿌리며 그 재가 물을 타고 흘러 어느 기슭에 닿으면 땅에도 돌려주어 죽음이 완성된다는 것이죠. 한 생애의 끝마침에 대한 아주 아름다운 해석이죠?

고행을 통해 영혼을 단련한다는 요가수행자 사두입니다. 뭐, 고행같은 거 안좋아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 사진 모델을 서고 푼돈을 받는 일로 소일하는 게 주 목적이고 고행엔 별 관심 없어보이더만요....
사두가 앉아있는 작은 탑 안엔 돌로 깎은 링감과 요니가 하나씩 모셔져 있습니다.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둥그런 요니의 한 가운데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링감이 솟아있고 사람들을 거기에 물이나 우유를 부으며 기원을 하는 거죠. 힌두 사원 건물의 처마 밑에도 온갖 체위의 성행위를 상징하는 부조들이 새겨져 있던데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이 적나라하고 순진한 숭배가 망측하다기보다 귀엽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들른 보다나트 사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티벳 불교 사원인데 이 사원을 중심으로 티벳 난민촌이 형성돼 있다고 해요.
중앙의 돔 위로 사방에 눈이 그려진 사각형의 기둥이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코의 위치에 물음표처럼 생긴 부호가 그려져 있습니다. 1과 같은 모양이라 ‘하나’를 뜻하기도 하고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는 군요.
저 높은 사원 위로 사람들이 해질녘까지 새까맣게 앉아 있더군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여행자의 가벼운 흥분으로 따라 올라가 앉아있다가, 모처럼 나온 햇볕에 눅눅한 옷만 꾸덕꾸덕하게 말리고 내려왔습니다.


보다나트 사원의 스투파 (중앙 탑)을 둘러싸고 들어선 가게들에선 쉬지 않고 만트라 ‘움 마니 반메 훔’을 반복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더군요. 듣고 있다보면 착해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만트라입니다.
사원을 둘러싼 건물 옥상마다 예쁜 레스토랑들이 들어차 있는데 한 곳의 테라스에 올라가 네팔 차를 마셨습니다. 옆의 작은 사원 지붕 너머로 바라본 석양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일몰 시간에 비가 오지 않았던 유일한 날, 네팔에서 바라본 유일한 석양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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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 다녀왔습니다.
만년설을 꼭 보고 오리라 다짐했지만.... 위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하늘도 무심하더이다....ㅠ.ㅠ
도착하는 날과 떠나는 날을 제외하고 여행 내내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비가 왔습니다...
설산에 대한 동경으로 비를 맞으면서도 목마른 여행자에게, 산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군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비가 오지 않던 어느날, 벌떡 일어나 새벽 5시부터 포카라의 전망대인 사랑고트에 꾸역꾸역 올라갔건만 꼭대기에 도착하자마자 약속이나 한듯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차푸차레를 비롯한 히말라야의 고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는 그곳에서 겨우 시야에 들어온 것은 위 사진처럼 구름과 안개에 가려 거의 형체를 볼 수 없는 설산의 밑둥이 전부네요. -.-;

옆 사진의 아이는 사랑고트 기슭 마을에 사는 11살짜리 꼬마입니다. 설산과 일출을 보러 사랑고트에 올라오는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푼돈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 얼쩡거리던 녀석입니다. 푼돈 벌이가 목적인 아이 치고는 어찌나 영어를 잘하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이 녀석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사랑고트에 올라온다고 합니다. 왜 오느냐는 질문엔 "당연히 산 보러 온다"고 얼버무리면서 계속 푼돈을 타내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해대는 녀석을 보니 안스러워서 맘이 좀 짠했습니다.
이 영악한 녀석이 계속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늘 산 못봐요. 포기하고 내려가는 게 좋아요"하고 읊어대더군요. 날마다 여기 올라온다니 누구보다 전문가인 그 녀석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혹시나 하고 벌벌 떨면서 미련하게 1시간 가량 기다리느라 그만 감기에 콱 걸리고 말았습니다.  

풀이 죽어 카트만두로 돌아온 여행 마지막 날, 먼 발치에서 갑자기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듯 하얗게 웅크린 설산이 보이더군요. 미친 듯 차에서 뛰어내려 찍은 먼 산의 풍경입니다.
보여줄듯 말듯 속을 끓이다가 결국 돌아오는 날에서야 저렇게 웅크린 잔등만 보여주고 말다니....지독히도 애를 태우는 애인같아 야속하기만 합니다.

설산의 잔등을 끌어당겨 찍어보아도 구름 때문에 더 위는 보이지 않는 군요.

여행을 꽤 다닌 편이지만 이번 네팔 여행처럼 곡절많은 경우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하겠노라 야심차게 준비하다가 1년여전 다쳐서 깁스를 했던 발목을 다시 접질리는 통에 트레킹은 포기해야 했다지요...
(교훈1: 지나친 준비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
트레킹을 못해도 기어이 설산은 보겠다는 일념으로 어찌어찌 알게 된 한국 화가들의 네팔 교류 전시회 꽁무니를 꾸역꾸역 따라갔지요. 결국 설산을 보기는 커녕 비 맞고 싸돌아다니다 감기몸살에 걸려 돌아올 땐 비행기에 거의 짐짝처럼 실려오는 지경이 되어버렸지만요.
(교훈 2: 과욕에 패가망신한다....ㅠ.ㅜ)
이제사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여행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설산을 못봤으니 실패한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하지만 그 대신 다른 구경을 한 것도 꽤나 즐거웠습니다.
(교훈 3: 사람은 자기합리화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
네팔은 꽤나 흥미로운 나라이더군요. 정글부터 설산이 함께 있고, 온갖 신들이 사람과 공존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축에 들면서 일년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정글과 신들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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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