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6.02 엽기 명함꽂이 (4)
  2. 2010.03.13 일상의 낯선 풍경 (23)
  3. 2009.06.07 예쁜 비밀 (25)

엽기 명함꽂이

그냥... 2012.06.02 00:34

 

 

미술 치료를 공부하는 동생이 밀가루 반죽을 조물조물 만져서 청바지를 만들어왔다. 무릎 접히는 부분의 뒷 주름까지 어쩜 이렇게 잘 만들었는지. 역시 청바지는 뒤태~

 

내친 김에 오븐에 구웠더니, 물 잘 빠진 빈티지 청바지의 느낌. 게다가 고소한 빵 냄새가 난다. 청바지 엉덩이에 코를 박고 냄새 맡는 나를 보더니, 장난기가 발동한 동생이 이걸 써먹을 방법을 생각해냈다.

 

 

 

똥꼬 명함꽂이 완성!

똥침 놓는 기분으로 명함을 꽂으며 놀 수도 있고, 심심하면 고소한 엉덩이 냄새 (엥?)도 맡아주고~ 룰루랄라~~~ 엽기적인 그녀가 이렇게, 또 요렇게, 말짱한 전시회를 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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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지난 해 예쁜 비밀 전시회를 했던 제 동생 김현경이 올해 개인전을 합니다.
전북 전주시의 갤러리 공유 (063-272-5056)에서 '일상의 낯선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11일 오픈했구요. 3월31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해 우연히 참여한 그룹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눈여겨본 갤러리의 초대로 열리게 됐습니다. 지난 해에도 매일 보는 창밖 풍경에서 예쁜 비밀을 건져내었던 제 동생은 올해에도 그 연장선 상에서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매일 보는 담벼락" "매일 가는 밥집의 작은 화단"에서 그가 찬찬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건져올린 화사한 풍경들입니다.
"102호와 103호 사이"라는 제목을 단 위의 그림은 말 그대로 아파트 102호와 103호 사이의 담벼락에 붙은 자잘한 담쟁이 넝쿨들입니다. 동생이 그리기 전에는 우중충한 콘크리트 담벼락 위에 저 자잘한 식물들이 화사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줄도 몰랐었네요. 맨 위의 메인포스터도 인쇄물을 스캔한 것이라 좀 흐리게 보이긴 하는데, 지난 가을 집 앞 주차장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꽃잎들을 모티프로 삼은 "주차장" 연작입니다.
 
아래의 그림 "103호 앞 2"는 아파트 앞의 볼품없는 화단에 피었던,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들꽃이구요.

문외한인 저의 주절거림 대신, 아래 '작가의 말'을 붙입니다. 혹시 이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 중 전주나 인근 도시에 사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놀러가보세요. 갤러리가 전북대학교 앞 번화가에 있지만 작고 소담한 정원, 카페가 함께 있어서 호젓한 느낌을 줍니다. 가까이 계시는 분들은 봄의 햇살과 잘 어울리는 제 동생의 그림도 보고 차 한잔 하는 나들이를 계획해보세요~. ^^

작가의 말

생물학적 개념 중에 ‘역치’라는 말이 있다.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이르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역치가 없다면, 오감이 느낄 수 있는 것마다 모두 반응을 나타낸다면 너무나 피곤해서 생산적인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미개한 인간으로 남거나 세세한데 모두 신경 쓰다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생물학적 본능이 그렇게 생겨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일상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간혹 사진기를 들이대기만 하면 쓰레기통조차 그림이 되는 타지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곳 주민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그토록 아름다운 그들만의 환경이 그들의 '역치'가 되기에는 이미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예술가들은, 역치가 낮은 사람들이 아닐까. 남들은 지나치는 일상에도,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감탄하고, 화내고, 의미를 캐는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삶이 힘들지만 그러면서도 더 아름답고 역동적인 '삶'을 가깝게 느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오감이 무척 예민한 편이다. 시각 뿐 아니라 듣기도 잘 듣고, 냄새도 잘 맡는다. 좀 덜 느낄 수 있으면 덜 피곤할 텐데…라고 바랄 때도 많지만, 싫지만은 않다. 주변에 늘 있지만 내가 먼저 발견해 내는 것, 혼자서 느끼게 되는 무언가가 있을 때는 내게만 주어진 어떤 비밀스런 선물 같아서 감히 불평은 못 할 것 같다.

일상이 무미건조할 때,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예술가처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은 사시사철의 변화가, 작게는 매일의 날씨 역시 일조를 하는 것 같다. 늘 보던 나무에서 못 보던 꽃이 피고 지고 하니까. 스스로의 역치를 조금 낮춰서 보면 매일 보던 담벼락도, 매일 가는 밥집 앞의 작은 화단도 너무 화사하고 새로워서 눈물이 찔끔 혹은 미소가 살짝 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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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우리는 흔히, 주변의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고 살아간다. 개인의 삶이 치열하건 지리멸렬하건, 어쨌든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시시하기 짝이 없는 일상들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더럽고, 추잡하고, 그 속이 너무 뻔해서 감추고 싶어지는 것들이 대부분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삶이 내팽개치고 싶어질 만큼 모든 것이 싫어질 때가 아닌 다음에야, 나는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을 은밀한 낙으로 삼는다. 때로 외부를 향한 그런 성향이 도가 지나쳐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조차도, 나는 그런 은근함을 찾아내는 것을,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예쁜 비밀들을 하나 둘 늘려가는 것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그런, 나의 내밀한 비밀들을 조금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냥 지나치는 별것 아닌 말라깽이 나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창밖의 떨리는 나뭇잎들이 동트기 직전 동화나라에서처럼 갑자기 깨어나 얼마나 찬란한 빛을 발하는지, 그 것을 비밀스레 발견한 사람의 가슴이 얼마나 뛰는지, 한 번은 보여주고 싶었다.  
 - 작가의 말 -

내 동생, 김현경이 5월27일~6월2일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무심하고 게으른 언니는 전시회 전에 올렸어야 할 포스트를 이제사 씁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삽니다. 올빼미형인 저와 달리 그녀는 새벽형 인간이라 우리는 한 집에 살면서도 좀처럼 얼굴을 마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첫 번째 전시의 주제를 ‘창밖의 풍경’으로 하겠다고 언뜻 들었을 때 나는 “어느 창?”이라고 물었던 것 같고 그녀는 우리 둘이 앉아 있던 집의 창문들을 가리켰습니다. “저거…, 또 저거, 저거.”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바라본 창밖은 내 눈엔 너무 시시해서 '풍경'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져 "야, 나뭇가지 밖에 없잖아?"하고 묻는 나를 바라보더니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 동트기 직전에 언니가 한번 봐야 되는데..."

그러다 언젠가, 밤늦게나 주말밖에 작업할 시간이 없던 그녀를 응원하러 작업실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막 작업을 시작한 캔버스엔 화려한 색채의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그림들은 모두가 잠든 새벽녘 그녀가 홀로 깨어 포착해둔 창밖의 순간들입니다. 그 때는 완성되기도 전이었던 그림들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매일 무심히 보던 창밖, 내 둔한 시야로는 어떤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없던 창밖에 이런 풍경이 있을 줄이야....

그녀의 그림을 보며 나는 “별 것 아닌 말라깽이 나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창밖의 떨리는 나뭇잎”들이 “갑자기 깨어나 찬란한 빛”을 발할 때, 그 시간에 홀로 깨어 경이롭고 비밀스러운 제의에 참여하며 가슴 뛰었을 그녀를 상상합니다. 또한 그 찬란한 순간을 그려넣기 위해 매일 파김치가 된 몸으로 돌아와 밤마다 캔버스 앞에 마주섰을 그녀를 생각합니다. 붓터치로는 원하는 질감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몇시간씩 서서 물감을 일일이 손으로 펴 바르고 지문이 닳도록 문지르던 그녀를 떠올립니다. 주책맞은 언니는 괜시리 그런 동생이 눈물겹습니다. 그녀 나름대로 통과하는 중인,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힘도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예쁜 비밀'을 쌓아가는 그녀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려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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