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22 올해 읽은 책 Best 5 & Worst 5 (24)
  2. 2008.01.16 글쓰기 생각쓰기 (14)

연례행사처럼 인터넷 서점마다 올해의 책 선정 투표가 진행 중이다. 나도 연례행사처럼 지난해, 지지난해 '올해의 책'을 골랐다. 올해에도 심심풀이로 내가 좋게 보고 남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들을 골라보다가, 방식을 해마다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이번엔 실망스러운 책도 5편을 골라보았다. (음...제목을 '베스트' & '워스트'라고 써놓고 보니 좀 세다..'워스트'리스트 책을 읽고 감동하신 분들 열받지 마시길...편견에 가득찬 개인의 편견에 가득찬 리스트일 뿐이니~)
 

< Best 5 > 

새벽의 약속

저자: 로맹 가리
마흔이 훌쩍 넘은 아들이 엄마와의 관계를 돌이켜 짚어보면서 쓴 아름다운 자서전. 서양의 이 끈끈한 모자관계가 우선 놀랍고, 감동적이며, 심지어 웃기기까지 하고, 밑줄을 긋지 않을 수 없는 문장들 천지이니, 뭘 더 바라리오!





글쓰기 생각쓰기

저자: 윌리엄 진서
글쓰기와 관련한 책을 많이 읽지 못해 비교할 순 없지만, 모르긴몰라도 이 책만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로 가득한 책이 있을까. 글 쓰는 자세에 대한 도덕군자 같은 충고 말고, 실질적 조언을 얻고 싶은 분에게,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분에게 권한다.




마음의 진보

저자: 카렌 암스트롱
수녀가 되었다가 도망쳐 나온 저자가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까지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용기있게 걸어간 길을 적은 자서전. 무척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했다가 "칙칙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여전히 '올해의 BEST'임을 포기할 수 없다. 눈 앞에서 문이 쾅쾅 닫히는 듯한 절망 속에서도 그녀는 어떻게 자기 질문을 붙들고 자신의 길을 갔는지, 눈물겹고, 아름답다.
 

이런 사랑

저자: 이언 매큐언
내겐 '올해의 작가'인 이언 매큐언을 만나게 해준 책. 한 사람을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게 만들어버린 우연한 사건, 광기어린 집착을 풀어가는 속도도 좋거니와 그로 인해 변해가는 사람, 관계에 대한 정교한 묘사도 탁월하다.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시간을 바라보는 쓸쓸함에 마음이 아릿해지는 소설. 역시 밑줄긋고 싶은 문장이 빼곡하다.
  


엄마를 부탁해

저자: 신경숙
이 소설가의 책을 읽을수록 동어반복이 점점 심해지는 것같아 언제부턴가 읽기를 관뒀다. 이 소설 역시 동어반복이다. 그러나 '동어반복의 최고봉'이다. 이걸 쓰기 위해 그 전에 그렇게 빙빙 에둘러 왔나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을 읽다가 하도 울어쌓느라 진도가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나저나 난 눈물 많은 우리 엄마가 못읽게 하려고 이 책을 숨겨놨는데 엄마한테 이 책을 선물했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냥 드려야 하나.... 




< Worst 5 >

풍선을 샀어

저자: 조경란
Worst 는 책 표지 사진 없이 제목만....이 항목 아래 넣기가 저자한테 미안해도...어쨌든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든 책. '상처' 주변을 빙빙 맴돌며 하염없이 혼잣말을 하는 듯한 소설들. 그것도 너무 익숙해 진부하기까지 한 표현들로.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작정인가. 이 작가 책도 끊기로 했다. 동인문학상을 탔던데 심사위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오늘의 거짓말
저자: 정이현
읽다 말았다. 그냥 별 다를 것 없이 철들고 나이 먹어가는 아이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 작가들마다 개성이 다른데 비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성장'에 관한 한 김애란만 못하다. 문체도 마찬가지.....희한한 게 정이현은 소설보다 칼럼, 에세이류의 글이 훨씬 좋다. 김애란은 정반대다. 왜 그럴까.

핫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저자: 윌리엄 새들러
저자의 전작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을 아주 좋게 본 덕분에 이 책 나오자마자 저자 이름만 보고 바로 샀다. 결과적으로 실망이다. '서드 에이지'와 같은 내용을 좀 쉬운 메뉴얼 형식으로 정리해놓은 책. 심지어 중복되는 대목도 부지기수. 왜 새 책을 냈는지 의문이 들 정도. 게다가 출판사에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과 각운을 맞추느라 제목을 저렇게 달았는데, 아마존을 찾아보니 50 이후, 즉 은퇴 이후 어떻게 인생 경로를 바꿀 것인가 (원제도 'Changing Courses'다) 가 이 책의 중심 주제다. 책 본문에서도 50을 전부 40으로 바꾼 걸까? 그래도 되나?  
 

 

블라인드 스팟
저자: 메들린 반 헤케
사실 크게 나쁘달 것도 없는 책인데, '돈 아까운 책들' 리스트에 넣다보니 들어간 책...^^; 그저 평범하고 별 볼일 없는게 죄다. 더 열심히, 자주, 떨어져서 생각하고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을 지치지도 않고 하고 있다. 심리학적 지식을 대중적으로 풀어쓴 책이라지만, 워낙 그런 책들이 쏟아지는 추세라서 이 책은 입문서로도, 전문서적으로도 애매모호하다. 제목은 잘 지었다.

웹 진화론 2

저자: 우메다 모치오
저자의 '웹 진화론'은 좋았다. 2편은 실망스럽다. '나는 어떻게 ~가 되었나' 같은 에세이를 작정하고 쓰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그런데 왜 한 번 성공을 거두고 나면 다들 현자인 척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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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글쓰기 생각쓰기'. 이 밋밋한 제목은 이 책에 어울리지 않는다.
제목은 마치 논술대비용 참고서 같다. 이 책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기초 기술, 단어와 문장 다루는 방법을 이야기할 거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보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다뤘다. 원제도 ‘On Writing Well’이다.

그냥 무난히 쓰는 것 말고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이 계속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가 중요하게 삼는 기준은 ‘어떻게 남들만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남과 다르게 쓸 것인가’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잘 쓴 글’이란 꼭 ‘나’를 주어로 삼지 않더라도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이다. 이를 위한 글쓰기의 원칙, 태도와 함께 인터뷰 여행기 회고록 비평 유머 등 각각의 형식에 맞는 글 잘 쓰기의 요령을 소개하고 있다. 번역서라서 예문의 느낌이 둔하다는 단점이 있긴 해도 저자의 조언은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창작이 아닌 논픽션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두 개의 키워드는 명료함과 온기였다. 명료함이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온기란 글에 글쓴이, 곧 나의 체온을 담는 것이다.


명료함에 대해 저자는 “글쓰기 실력은 필요 없는 것을 얼마나 많이 걷어낼 수 있느냐에 비례한다”고 단언한다. 내 주변에도 형용사와 부사 없이 명사와 동사만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문장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상투적 수식 없이 그런 방식으로 글을 ‘잘’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조금만 써보면 안다. 명료한 문장을 쓰기가 얼마나 중요하고도 어려운지를 역설하며 저자도 이렇게 말한다.

"명료한 문장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심지어는 세 번째까지도 적절한 문장이 나오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절망의 순간에 이 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온기란 글에 얼마나 사람이 실려 있느냐의 문제다. 글쓴이의 개성 뿐 아니라 장소와 사물을 다룰 때에도 인간미가 실려야 좋은 글이다.

저자는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글에서 ‘나’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생각하면서 쓰거나, 초고를 일인칭으로 쓴 뒤 ‘나’를 빼면 비인간적인 문체에 온기가 돌 것이라고 권고한다.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이유는 되도록 불리한 처지에 빠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글 쓰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며, 쓸 때도 자기 자신을 팔아야" 한다.


저자가 권하는 명료함과 온기는 별개의 과제가 아닐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물어야 한다. 알고 쓰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걸 모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뭘 말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내 생각과 의도가 분명해야, 명료한 문장을 쓸 수 있다. 또 ‘공기처럼 우리 주위를 떠다니면서 언제나 도움을 주려는 친구처럼 기다리고 있는’ 진부한 문구를 없애버려야 글에 나의 체온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글을 시작하고 끝내는 방법, 인터뷰 기술, 여행기 쓰는 요령 등에 대한 쓸모있는 조언들이 많다. 실용적 조언 중 눈에 띄는 두 가지 팁.

인터뷰 기술을 설명하며 저자는 가급적 녹음기에 의존하지 말고 받아 적을 것을 권한다. 일로 인터뷰를 할 때 수첩에 받아 적는 구닥다리 방식을 고쳐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같아 괜히 반가웠다. 받아 적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든다. ‘글 쓰는 사람은 자기 소재를 눈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성긴 문체를 피하는 요령으로 자신이 쓴 글을 큰소리로 읽어보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듣기 좋은지 직접 느껴보라고 권한다. 그래야 글의 리듬이 느껴진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가진 연장은 단어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을 독창적이고 조심스레 사용하는 법을 배우자. 그리고 또 하나, 다른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1976년 초판이 나온 이후 영미권에서 30년 동안 여덟 번에 걸쳐 개정을 거듭하며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글쓰기 길잡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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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