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삶'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8.07.14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14)
  2. 2006.09.28 1인분의 행복 (8)
  3. 2006.09.25 1人 머리의 용량 (6)
  4. 2006.08.31 지하철 역에서
  5. 2006.08.24 가깝고도 먼 당신 (2)
  6. 2006.06.22 1인분의 공간 (2)
  7. 2006.06.22 1인분의 음식 (2)

스티브 잡스가 그랬다지요. 매일 아침 양치질을 하면서,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멀게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가까이는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까지, 현명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인생의 상담자로 삼으라고 충고합니다. 나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자각을 의식적으로 일상에 끌어들일 때, 내게 절실한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취지에서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잡스의 흉내를 내어 얼마 전부터 아침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이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해보니, 참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더군요. 며칠 내리 물어도 제 대답은 늘 ‘아니오’이거든요. -.-;
지금 하는 일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안다면 전 어떤 종류의 일상적인 일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내 흔적을 내 손으로 지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걸 감사하며 흔적들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내가 살아있음을 체험하게 해준 공간을 찾아가 기억 속에 담는 일 등등을 하려들 것같아요. 좌우간 문제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질문을 아침에 던졌을 땐 늘 오늘의 일이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거죠.


그러다가 궁즉통이라고, 같은 질문을 다른 시간대에 다른 방식으로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즉, 밤에 자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나의 하루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이 달라지더군요....조삼모사에 희희낙락하는 원숭이가 된 것같은 기분이 좀 들긴 하지만 ^^;, 어쨌건 아주 사소한 일 하나가 생애 마지막 날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준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잔뜩 화가 났을 때 슬슬 구슬려 달래고 기분 좋게 해주려 애를 썼던 사소한 노력 하나라도 했다면 그날 하루가 마지막 날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100km를 가야 하는데 1km라도 걸었다면, 목표지점 근처엔 가보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움직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생애 마지막 날을 후회하지 않게 되더군요.
물론 '후회한다'고 자백하며 벽에 머리를 찧고 싶은 날도 꽤 됩니다. 또 후회하지 않는 날조차 하루를 잘 살아서라기보다 이미 벌어진 일을 합리화하려고 애를 쓰는 마음의 작용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꼭 합리화만은 아닌 것이, 이런 질문을 통해 그날 하루 한 일 중 어떤 일이 지속적으로 내게 만족감을 주고, 어떤 일이 지속적으로 불만족의 원천이 되는가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만족감을 주는 일을 늘리고, 불만족스러운 일을 의식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고 말이죠. 그러다 보면 혹시 압니까. 언젠가는 아침에 질문을 던졌을 때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어도, 난 이 일을 하겠다'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올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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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취중 포스트……^^;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을 때, 행복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에너지의 형태만 변할 뿐 총량은 일정하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행복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누군가가 지독한 행운을 맞이했을 때, 동시에 누군가는 그만큼 지독한 불운을 겪게 마련이라는….지구에 허용된 행복은 에너지처럼 일정한 양이어서 모든 사람이 ‘충족 상태’로 살아가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생각. 덧붙여 왜 나는 ‘과잉’을 누리지 못하고 늘 ‘결핍’된 상태일까, 그런 게 못마땅했다. 물론 배부른 소리라는 걸 알지만…

그런데 자신의 현실에선 전부다들 스스로가 ‘행복의 결핍’상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보면, 우리는 행복에 어지간히도 집착한다. 이번 주에 나온 책 제목만 일별해도 그렇다. 행복의 심리학, 긍정심리학, 행복의 공식, 유쾌한 행복사전, 자존감이 행복을 결정한다….
모두다 행복하다면, 이런 책들이 붐을 이루지도 않겠지… 책들이 설명하는 행복의 비결은 간단하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행복한 감정을 갖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면 된다’의 정신이렷다!

뭐 그러려니, 하면서 책을 보다가 <긍정 심리학>에서 ‘하면 된다'의 정신에 위배(?)되는 대목을 발견했다.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의 범위는 미리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1인분의 행복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성격 특성이 유전될 확률은 50% 안팎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가, 하는 행복 감수성의 절반 가량은 친부모의 성격에 따라 이미 결정된다. 인간은 이미 정해져 있는 행복한 삶이나 불행한 삶 쪽으로 나아가도록 ‘조종하는’ 유전자를 타고난다는 것이다.

<긍정 심리학>의 저자인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이혼녀 루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번씩 5달러짜리 복권을 사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그녀는 어렸을 때도 늘 우울했다고 한다. 어느날 기적이 일어났다. 2200만 달러나 되는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루스는 백화점에서 선물을 포장하던 일을 그만두고 최고급 집과 차를 샀다. 한동안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루스는 계속 기분이 가라앉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해 연말 그녀는 만성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마틴 셀리그먼은 “사람들에겐 저마다 이미 설정된 행복의 범위, 즉 어김없이 되돌아가야 하는 유전적 행복도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타고난 행복의 범위는 자동온도조절기와 같다. 엄청난 행복을 느끼다가도 이내 자기 본래의 행복도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자동온도조절기는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그 불행에서 우리를 건져내는 역할도 한다.
셀리그먼은 “척수를 다쳐서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도 두달쯤 지나면 부정적 정서보다 긍정적 정서가 더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두해 정도 지난 뒤에는 이들의 평균 행복도가 건강한 사람보다 조금 낮을 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전신마비 환자들 가운데 84%가 자신의 삶을 보통이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도 있다. 요는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 수준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말들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둥바둥하는 게 다소 우스운 짓거리라는 생각…..행복 총량의 법칙이 우주에는 적용되지 않을지 몰라도, 개인에게는 통하는 법칙 같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유쾌한 행복사전>을 쓴 최윤희 씨와 같은 행복만땅의 태도로 살아갈 수는 없을 거다. 내가 내 조건 안에서 경험하는 행복의 질이 내겐 더 중요한 것일 게다.
유대인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돌아왔고 삶의 의미를 중시하는 ‘로고세라피’를 창시한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이 이렇게 말했(던 것같)다.
“자기 실현은 자기 초월의 부산물로만 나타나는 것”이라고. 확대해석하면, 행복 그 자체를 추구하는 사람은 행복해지기 어렵다. 삶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추구했을 때, 행복은 그 부산물로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원의 감정일 것이다.

## <긍정 심리학>을 사서 보라고 추천하기엔 망설여진다. 마틴 셀리그먼은 행복과 관련된 모든 책에서 빠짐없이 인용되는 심리학자다. 그가 쓴 책이니, 행복의 요령을 설명하는 모든 종류의 책을 보느니 이것 한권만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심각한 오역의 문제가 있다.

번역자는 국내에서도 꽤 유명한 심리학자다. 네임 밸류로만 보면 믿을만하다. 그런데 책을 읽던 도중 ‘혈액형이 A형인 사람은 급작스러운 분노의 표출….’ 뭐 이런 대목을 발견했다.
좀 이상했다. 미국 심리학자가 쓴 책에 무슨 혈액형?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말이다.
뒤에 설명을 더 읽어보니 혈액형이 아니라 ‘A 유형’에 대한 설명을 오역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대인관계에서 경쟁적이며 일 중독의 경향이 있고 급작스럽게 적대감과 분노가 표출되는 유형의 성격. 심장병 걸릴 확률이 가장 높은 성격 유형. 이런 유형은 혈액형 A의 특징이 아니라 ‘A 유형’의 특징이다. 번역자는 혹시 ‘Type A’를 ‘Bloodtype A’인 걸로 착각했던 게 아닐까.
혹시나 싶어 출판사에 전화해봤다. 내 생각이 맞았다. 이미 서점에 나간 건 어쩔 수 없고 다음 판을 찍을 때 수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책에 대한 느낌이 호감에서 완전 비호감으로 확 바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심리학자가 번역자인데 이런 실수가…출판사는 초벌 번역을 다른 사람이 하고 번역자로 책에 나온 심리학자는 그냥 감수만 해서 그런 실수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번역자로 이름을 올려도 되나???....좀 황당했지만 그러려니 생각하고 조금 더 읽었다. 그런데 이번엔 성격 유형 테스트에서 자가 채점표가 뒤집혀 게재됐다. 출판사의 말은 디자이너의 실수라는 것…. -.-;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 책을 보라고 추천은 못하겠다. 하지만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격인 마틴 셀리그먼의 저서라는 점에서, 오역을 참아줄만큼 아량이 넓고 ‘행복해지는 방법’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일독을 해도 무방할 듯.
성격유형 테스트는 책에 실려있는 것보다 마틴 셀리그먼의 홈페이지 (www.authentichappiness.org )에 있는 것이 (영어라서 다소 짜증이 나지만...) 문항 수가 풍성해서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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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먼 훗날 내 인생을 망친 악덕을 꼽으라면, 그 두 가지는 게으름과 산만함이 될 것이다....
게으름은 적당히 타협해가며 살 수 있지만, 산만함은 좀 버거운 상대다.

나의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들은 터지기 일보직전의 폭죽 같아서, 조금만 방심하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자잘한 조각들을 둘러매고 사방으로 튀어 달아나 버린다.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 더 나아가 어떤 대상에 장기적으로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이 나는 가장 부럽다.


한 사람이 평생 몰입할 수 있는 정신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뭐 그런 게 측정이 될까 싶었는데, 얼마 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신간 <몰입의 경영>을 읽다가 그 답을 발견했다.


인간이 평생 얼마나 많은 정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실제로 측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는 1초당 대략 110비트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하루에 평균 16시간 깨어있고 75년을 산다면, 평생 동안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한계치는 대략 1730억 비트의 정보다.

컴퓨터랑 비교해보면 이 한계치가 얼마나 적은지가 분명해진다. 초고속 인터넷의 초당 정보처리속도(bps)가 대략 1초당 1000만 bps라고 한다 (이것도 2003년 데이터니 지금은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사람과 비교한다면, 초고속 인터넷이 대략 4.8시간에 처리해버리는 정보를 사람은 평생에 걸쳐 처리하는 셈이다.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와 같은 사소한 행위에 쓰이는 정신력의 양을 감안한다면, 정말로 중요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신력은 별로 많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그러니 산만함을 단순하게 볼 게 아니다. 칙센트미하이는 이 책에서 “우리가 ‘일생’이라 부르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주의력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경험들의 총합”이라면서 몰입을 통한 주의력 발휘로 일생을 밀도 높게 살라고 조언한다.


거, 참…. 그러고 보니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나처럼 장기 기억력이 나쁜 사람이 지금도 인상 깊게 기억하는 장면들은 내가 자아를 잊고 비교적 집중해서 주의력을 기울였던, 칙센트미하이식 어법대로라면 ‘몰입’했던 장면들이다. 아니면 충격적인 일들이거나.^^ …어차피 사람이 경험하는 주관적인 인생이란 그렇게 내게 무늬를 남긴 기억들로만 이뤄질 테지.


칙센트미하이는 삶에서 몰입을 만들려면 먼저 자신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을 파악하는 일은 자아 내부에 뭐가 존재하는지 발견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자 희망하는 누구인가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보다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가 자신을 파악하는 데 있어 훨씬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누군들 안그러고 싶겠는가. 정말 열광하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그런 분야를 갖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칙센트미하이는 조언을 마련해뒀다.
사람은 대개 스스로 마음에 들고 관심이 끌리는 일에 주의를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으로 사람은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일을 좋아하게끔 되어 있다.  "
처음에 관심이 끌리지 않더라도 개인적 발전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세부 사항에 대한 치밀한 관심과 주의를 지속적으로 기울인다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과연? 될까?


## <몰입의 경영>은 일터를 배경으로 삼은 <몰입의 기술>이라 할만하다. 중간 관리자들에게 유용한 충고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몰입의 기술>을 읽었던 독자에겐 별로 권하고 싶진 않다. 두 개의 장을 '몰입'의 개념 설명에 할애하고, 나머지 장들은 기업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 중점을 이루고 있다. <몰입의 기술>을 이미 읽은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 알라딘 thanks to blogger 프로그램 설치하다. 책 표지만 나오면 좋겠는데 아래처럼 설명이 딸린 박스만 나온다. 이렇게 되니 무슨 광고판 같아 좀 찜찜하다. 표지만 다양한 사이즈로 제공해주면 더 좋을텐데...

몰입의 경영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심현식 옮김
, 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의 개념을 기업 환경에 적용하여 기업과 개인이 긍정적인 성취를 이끌어낼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우량 기업'이란 직원이 일에 몰입함으로써 행복을 느껴 최적의 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이다.


## 개인 블로그이지만 사진을 이렇게 퍼다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내가 만들지 않은 모든 이미지의 출처를 밝혀둬야 할 듯. 위의 이미지는 구글 검색 중 www.striz.org 에서 찾은 것이고, 아랫 것은....ㅠ.ㅠ 다시 못찾겠다. 여하튼 구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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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아침 출근길 지하철역.

가방을 주렁주렁 든 아주머니가 내 앞에 걸어가던 젊은 남자에게 말을 걸려는 포즈로 다가가다 멈칫했다. 그 남자를 그냥 지나쳐보낸 아주머니가 나한테 다가와 구파발 방향이 이쪽이 맞냐고 물었다.


앞에 가던 젊은 남자 인상이 험악했던 걸까. 아니면 너무 바빠보였나.....

그가 승강장에서 몸을 반쯤 틀었다. 곱상하고 평범한 표정.
하지만 아주머니가 왜 멈칫했는지 알만했다. 귀에 낀 하얀 색 이어폰 줄, 밖으로 새어나오는 음악소리.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음악소리는 아주머니에게 다음과 같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나 지금 바빠요. 말 걸지 말아요.”


나도 종종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의 도움을 받아 출

근한다.

붐비는 지하철 안.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막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소음,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부담스러운 타인의 존재를 모두 몰아내고 1인분의 내 공간, 심리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변을 차단해준다.


mp3 플레이어와 헤드폰 차림으로 출근할 때면 사람들을 주의 깊게 쳐다보지 않게 된다. 눈이 마주쳐 시선이 얽혀도 상대를 진짜로 쳐다보지 않는다.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내가 처한 물리적 환경은 사람이 밀집한 지하철이지만, 내가 진짜로 속해있는 환경은 플레이어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생각이다.
투명막으로 만든 거품방울을 둘러싸고 물결 위를 둥둥 떠가듯 번잡한 통로를 ‘홀로’ 흐른다.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을 타고.

미국 지하철의 iPod 광고. 잘어울리는 컨셉.
iPod와 함께라면 지하철에서 'one-man dance party'를 열수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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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점심시간 직후 회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걸 허겁지겁 뛰어가 간신히 탔다.

한 남자선배가 안에 있다.

태도가 권위적이어서 별로 친하지 않은, 아니 사실 내가 좀 싫어하는 사람이다.

  대충 인사하고 문 쪽을 향해 돌아서 있는데, 그가 말을 건다.

    “당신, 요즘 고생이 많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살짝 웃으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아, 예. 고생은 뭐...곧 끝나겠죠, 이제”

속으로 좀 뭔가 거슬린다.

(뭐? 당신? 내가 왜 네 당신이야... 우이씨~)


약간 까칠한 기분... 그 선배가 또 묻는다.
“당신, 원래는 딴 거 하지 않았나? 언제부터 당신이 그 일을 맡았나?”

또 건성으로 대답한다.

“아, 예. 그쪽 담당이 잠깐 어떻게 되다보니 제가 엉겁결에...어쩌고 저쩌고...(저게 근데 계속 당신이라고 부르네? 밥 잘 먹고 와서 기분 나쁘게 뭐 이런 게 다 걸렸어....)”


‘당신’이라는 호칭이 계속 거슬린다. 차라리 ‘야’ ‘너’가 나을 것 같다. 내 성격이 이상한 건가?
연인이 불러주면 따뜻하고 깊은 이 호칭을, 낯선 사람 혹은 싫어하는 사람이 부를 땐 왜 불쾌하고 모욕적으로 느껴질까.


네이버 사전을 찾아봤다. 당신의 뜻은 네 가지다.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하오할 자리에 쓴다.

2 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3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4 ‘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


‘당신’이라고 불리는 게 기분 나쁜 건, 3번으로 내가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 않던가. 추돌사고가 나고 운전자 둘이 내려 다투기 시작한다. “당신이 끼어든 거잖아” “이게 어따 대고 당신이야, 당신은. 너 몇 살이야”로 이어지는 드잡이들....낯선 사람, 거리가 먼 사람이 나를 ‘당신’이라고 부를 땐 상대가 우위에 서서 나를 깔본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동일한 호칭이 왜 어떨 땐, 존경과 애정, 친밀감의 표현으로, 또 어떨 땐 공격적이고 불쾌한 언사로 느껴질까.

내 생각엔, 그 차이는 친밀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개인의 영역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
미국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분류한 인간관계의 거리 중 친밀한 거리는 45.7cm 미만이다. 물리적 공간에서 친밀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이 거리 안에 낯선 사람이 불쑥 끼어들면 불쾌하다.


내 얼굴 바로 앞, 끌어안고 만질 수 있는 가까운 거리까지 올 수 있는 얼굴은 나의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들뿐이다. 그런 거리 안에 누군가가 갑자기 들어오거나, 갑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밀면 불쾌하고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에서 경찰이 피의자 다그치는 장면을 보면 곧잘 “솔직히 안불어?”하면서 얼굴을 거의 피의자 코앞까지 바짝 들이미는 행동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FBI에서 경찰에게 피의자 다루는 요령을 가르칠 때 피의자에게 심리적 위협을 주는 한 방법으로 갑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대라는 요령을 가르친다고 듣기도 했다.


아래 포스팅한 1인분의 공간 을 취재할 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경찰대 교수에게 한국에서도 그런지 물어본 적이 있다. 인권 침해의 요소가 있어 금지하는 수사기법이라고 했다. 피의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찰이 그런 규정을 잘 지킨다고 보진 않지만.^^


호칭에도 그처럼 개인의 영역, 친밀함의 경계가 있는 건 아닐까.

친밀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내 영역에 낯선 사람이 불쑥 침범하면 불쾌해지듯, 친밀한 사람만 부를 수 있는 ‘당신’을 낯선 사람이 불쑥 부르면 기분이 나빠진다.
길에서 낯선 이에게 갑자기 바짝 다가서는 게 무례한 것처럼. 낯선 사람은 낯선 사람답게, ‘~씨’라고 불러야 제격이다.
낯선 이의 입에서 들려오는 ‘당신’은 공격적이고 침해받는 기분을 갖게 한다. 얼굴 바짝 들이밀고 피의자 취조하는 경찰처럼. 시비 붙자고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는 무례한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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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의 공간  (2) 2006.06.22
1인분의 음식  (2) 2006.06.22
Posted by sanna
TAG 당신, 호칭
공간의 사회학/당신과 나 사이 ‘거리 방정식’


《#오전 8시… 출근길 지하철 3호선

오른쪽 옆의 좁은 빈 자리에 양복 차림의 남자가 다가와 비집고 앉는다. 어깨가 닿자마자 슬며시 전해져온 불쾌감은 다리를 떡 벌리고 앉은 그 남자의 왼쪽 허벅지가 닿는 순간 수십 배로 번진다.

#낮 12시… 광화문 한 빌딩의 엘리베이터

사람들이 움직일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찬 공간 안에서 최대한 몸을 긴장시켜 다른 사람과 닿지 않으려 애를 쓴다. 층수를 보여주는 문 위의 디지털 표지판, 위쪽의 작은 뉴스 스크린은 정보의 창이라기보다 시선 처리의 어려움을 돕는 도구 같다.

#오후 8시… 종로의 영화관

먼저 앉은 사람들이 자리 잡은 방향에 따라 오른쪽 팔걸이에 팔꿈치를 걸친다. 내리 졸던 오른쪽 옆자리 남자가 잠에서 깼는지 왼쪽 팔꿈치로 ‘내 팔걸이’를 침범한다. 팔걸이에서 양 팔을 다 내린 자세로 있자니 왠지 굴욕적인 기분이 된다.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프라이버시 영역 어디까지… 대인관계 ‘공간의 사회학’

사람의 경계는 피부가 아니다. 거품처럼 개인을 둘러싼 경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침해되었을 때에 깨닫는 경계가 있다. 낯선 이가 가깝게 다가올 때 긴장하는 것은 우리가 특별히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개인 공간을 침범 당했기 때문이다. 만원 지하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거나 신문을 쫙 펴고 보는 자세는 공공장소에서 자신만의 개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무례한 시도들이다. 서울과 같은 과밀도시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영토를 주장하는가. 당신과 나 사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거리는 얼마나 될까.》

○ 개인의 영토

호서대 홍기원 교수(산업심리학)는 지하철 광고의 주목도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하철 좌석 점유 유형을 조사하던 도중 자리가 텅텅 비어있어도 사람들은 가장자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7명이 앉을 수 있는 지하철 긴 의자는 양끝 가장자리, 그로부터 한 좌석쯤 거리를 둔 자리, 그리고 맨 중앙 순으로 좌석이 찬다.

홍 교수는 “지하철 좌석의 가장자리, 식당이나 카페에서 벽을 따라 배열된 구석자리를 선호하는 것은 신경을 써야 할 주변 사람이 적고, 필요하면 ‘회피’도 가능한 위치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공공장소에서도 개인 공간을 유지하려는 욕구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남자 화장실에서 바로 옆에 누가 있으면 배뇨시간이 길어지듯 사람도 유전자에 새겨진 동물적 본능에 의해 영토를 지키려는 욕구가 발동한다는 것.

영토에 대한 욕구는 대부분 무의식중에 드러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배리 루백 교수(사회학)가 쇼핑몰 주차장에서 운전자 4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들은 대부분 “차를 빼려고 할 때 다른 차가 내 자리에 주차하려고 기다리면 더 빨리 차를 뺀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에서는 전혀 달랐다.

쇼핑몰을 떠나는 운전자가 차 문을 열고 차를 움직이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32.2초였다. 그러나 다른 차가 그 자리에 주차하려고 기다리는 경우에는 차 빼는 시간이 39초로 늘어났고 기다리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 43초까지 늘어났다. 이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자기 영역을 방어하려는 본능적 충동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루백 교수는 분석했다.

어느 위치의 개인 영토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이 엿보이기도 한다. 연세대 이성호 교수(교육학)는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주로 앉는 자리에 따라 학습 유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앞자리에는 순종적이나 창의력은 떨어지는 모범생, 뒷자리에는 자율적이며 교과진도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학생들, 양 옆자리에는 학습에 대해 회의적인 학생들, 그리고 중앙에는 그냥 학점만 따면 된다는 방관자적 유형의 학생들이 주로 앉는다고 한다.

이 교수는 “좌석 선호도에 따라 학습 성향의 차이도 뚜렷하며 자리를 옮겨 다니면 학습 성향도 변한다”고 설명했다.

○ 모델 그릴땐 2.5∼3m거리유지

화가 났거나 강력한 주장을 펼칠 때 대개의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서며 목청을 높인다. 미국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친밀한 거리(45.7cm 미만), 개인적 거리(45.7∼1.2m), 사회적 거리(1.2∼3.7m), 공적인 거리(3.7m 초과)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범주 안에서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의 차이를 구분했다.

거리 분류에서 결정적 요인은 ‘그 순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이다. 어떤 두 사람이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는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가를 은연중 드러낸다. 예를 들면 배우자가 아닌 이성이 가까운 개인적 거리(76.2cm 미만) 안에 있으면 부적절한 관계일수 있다.

서양화가 김일해씨는 모델과 2.5∼3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인물화를 그린다. 섬세한 표정 관찰이 필요하면 팔길이 정도로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눈 뒤 다시 그림을 그릴 때는 이전의 거리로 돌아간다. ‘왜 가까이에서 그리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심리적) 거리를 둔 관찰이 어렵다”고 했다. 1m 미만은 시각적 해석보다 감정의 개입이 우세해지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거리뿐 아니라 위치에 따라 의사소통의 유형도 달라진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소머는 캐나다 여자노인병동에서 탁자(가로 1.8m, 세로 90cm)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위치에 따라 얼마나 자주 대화를 나누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탁자 모서리에서 직각으로 마주앉은 사람끼리 대화가 가장 빈번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옆으로 나란히 앉은 위치보다 2배, 마주 보는 위치보다 6배 더 대화가 많았다.

○ 공간 운영의 전략들

공연기획사 파파프로덕션은 연극 ‘라이어’를 2002년에 개인용 좌석 구분 없이 붙어 앉는 샘터 파랑새극장에서, 지난해에는 등받이와 팔걸이로 개인용 좌석이 구분된 행복한 소극장에서 각각 공연한 적이 있다. 이재원 실장은 “좌석이 넉넉한 쪽보다 개인 좌석 구분이 없는 곳에서 관객 호응의 열기가 더 높았다”고 한다.

고급 한식 레스토랑인 용수산 광화문점의 4인용 식탁 사이 간격은 93cm로 두 사람이 서로 교차해서 다닐 수 있으며, 4인용과 2인용 식탁의 사이는 64cm로 한 사람의 통행이 가능하다. 서로 다른 식탁에 앉은 사람 사이의 간격은 1.3∼1.5m로 개인적 교류가 불필요한 ‘사회적 거리’에 해당하며 한 식탁에서 마주 앉은 사람 사이는 1.2m로 ‘개인적 거리의 먼 단계’다. 김수민 지배인은 “우리 식당은 비즈니스 미팅이 많기 때문에 서로 격식을 유지할 수 있고 대화가 옆자리에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좌석 배치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사교모임이 많은 고급 중식당 ‘미스터 차우’(왼쪽)와 비즈니스 미팅이 많은 고급 한식당 ‘용수산’을 비교해보면 좌석 배치 간격이 확연하게 다르다.이종승기자

반면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미국풍 고급 중식당 체인점 ‘미스터 차우’에서 2인용 식탁 사이의 간격은 20∼28cm에 불과하다. 마주보는 좌석은 76cm로 표정에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개인적 거리의 가까운 단계’. 두 식탁의 손님 사이의 간격은 말을 걸어도 어색하지 않은 ‘개인적 거리의 먼 단계’인 96cm∼1m다.

박준석 본부장은 “손님 사이의 거리가 좁다는 불평도 간혹 있지만 낯선 이들끼리도 쉽게 친숙해지는 ‘엘보우 릴레이션십(Elbow relationship)’이 가능하도록 일부러 좁게 배치했다”고 설명한다. 좁은 간격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는 사교의 장이자 무대”임을 천명하는 장치다.

이곳에서는 고객이 좌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점장이 자리를 배치하는 ‘스타 세팅 시스템’을 활용한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문간자리’에 고객을 안내할 때는 공간 감각을 둔화시키는 ‘러시 인(Rush-In)’전략이 쓰인다. 먼저 점장이 빠른 걸음으로 먼저 가서 의자를 빼고 기다린다. 이는 안내자가 2,3보 앞서 걸으며 고객이 이곳저곳 자리를 살펴볼 여유를 주는 호텔 레스토랑의 안내와 다른 방식이다. 그리고 종업원 9명이 ‘사람의 벽’으로 고객을 둘러싸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종업원들이 사라진 후에도 자리에 대한 불만은 별로 느끼지 못한다.

또 좁게 붙은 2인용 자리에는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해 보이는 고객을 안내하며, 들어오자마자 눈에 띠는 중앙의 자리에는 시선을 끄는 외출을 즐기는 듯한 고객들을 배치하면 만족도가 높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거꾸로 공간과 거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디자인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글=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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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 있는 도산서당은 퇴계 이황 선생이 “불필요하게 크게 지었다”고 후회했다는 곳이다. 그러나 도산서당은 방이 한 칸뿐인 초가집이다. 수수한 맞배지붕에 부엌, 온돌방, 마루의 단출한 구조가 검박함의 극치다.

퇴계는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잠을 자고 손님을 맞고 후학을 길렀다. 특히 공부방으로 쓴 공간은 2평 남짓하다. 그 안에 책 한 권 펼치면 꽉 찰 정도로 작은 책상이 하나 있었다.

도산서당은 사람이 궈주하는 공간은 꼭 필요한 만큼에 그쳐야 하며 결코 넘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는 듯하다. 과연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적절한 공간은 어느 정도일까.

인간이 집을 짓기 시작한 건 기원전 5000년 무렵이다. 강원 양양군 오산리, 서울 강동구 암사동 등에 있는 당시 움집터는 지름 3.5∼6m인 원형이거나 정사각형이다. 넓이는 4.5∼9평 정도. 가족을 최소 2명으로 보면 최초의 집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 수 있다.

700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국민주택’은 전용 면적이 25.7평이다. 5인 가족 기준이니 1인당 약 5평 정도의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성인 1명이 팔다리를 쭉 뻗고 큰 대(大)자 모양으로 누울 때 차지하는 공간이 약 1평이라고 설명한다. 5평은 먹고 자고 놀고 씻고 물건을 보관하는 등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규모다.

1961년 영국의 파커 모리스 위원회는 4인 가족이 거주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72m²(약 21.6평)로 규정했다. 이른바 ‘파커 모리스 표준’이다. 역시 1인당 5평 정도다. 동서양 주택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공간 활용은 서로 달랐다. 외국에선 침실 식당 응접실 등 각 방이 고유한 쓰임새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방은 먹고 자고 손님을 맞고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는 데 두루 쓰였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온 가족이 아랫목 이불에 발을 넣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아파트에선 찾아볼 수 없다”며 “아파트의 보급은 가족 관계도 차츰 서양식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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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사회학/동물 한마리당 150평은 되야…


종의 번식을 위해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것은 동물의 본능 가운데 하나다. 사진제공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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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1만평의 사파리월드에 풀어놓는 동물은 모두 14종 80마리다. 여기서는 동물을 풀어놓을 때 마리당 150평 꼴이 되도록 맞춘다.

사파리월드 담당 김희석 과장은 “마리당 공간이 150평보다 좁아지면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고 약자의 생존이 어려운 반면 이보다 넓어지면 동물이 자주 눈에 띄지 않아 고객들이 불만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동물은 어릴 때부터 사람의 손에 키워져 온 탓에 야생동물과는 행태가 조금 다르지만 각자의 영토권은 뚜렷하다는 것이 사육사들의 이야기다. 특히 먹이 다툼을 벌일 때나 번식기에 동물은 민감해진다. 김 과장은 “힘 센 지배적 동물은 개인 영토가 넓은 반면, 복종적인 동물은 우두머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더욱 영토권에 민감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이곳은 동물의 힘의 균형을 동등하게 맞춰놓는 것이 중요하다. 사자 무리가 힘이 세서 공간을 너무 넓게 차지하면 사자 수를 호랑이 등 다른 동물보다 조금 줄이는 식이다.

동물 중에는 떼 지어 몰려다니는 종이 있는가 하면 서로 접촉을 기피하는 종도 있다. 바다코끼리 하마 돼지 잉꼬 고슴도치 등은 접촉성, 말 개 고양이 쥐 매 등은 비접촉성 동물에 속한다.

사람들은 흔히 ‘새처럼 자유롭게’를 꿈꾼다. 그러나 스위스의 동물심리학자 하이니 헤디거에 따르면 동물은 종의 번식과 집단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영토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는 종간의 공간유지법칙을 ‘도주거리’로 설명했다. 힘이 센 적이 일정 거리에 접근할 때까지는 가만있다가 그 이상 다가오면 달아나는 ‘도주거리’는 동물마다 다르다. 영양은 침입자가 450m 밖에 있어도 달아나지만 도마뱀의 도주거리는 1.8m다.

미국 동물행동학자 존 캘론은 많은 야생쥐를 한곳에 몰아넣었을 때 집짓기나 짝짓기 등 사회조직이 붕괴될 뿐 아니라 생리적으로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 ‘싱크’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동물조차 무질서를 견디지 못하며, 때로는 사람처럼 혼자 있을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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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
내게 맞는 '1인분'/최적의 1인분을 찾아라



우리가 한 끼에 먹는 1인분의 식사는 '웰빙 라이프'를 꾸려가기에 적정한 것일까. 끼니 때마다 저울로 계량해 먹을 수도 없는 노릇. '적당한' 1인분의 식사란 과연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 걸까. (스타일링=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푸드디자인팀장 강은숙)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웰빙 붐을 타고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얼마나 먹느냐'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1인분의 사이즈는 적정한 것일까.》

식생활의 심리를 연구해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폴 로진 교수에 따르면 ‘얼마나 먹느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다. 입맛에 적당히 맞는 음식이 나오면 사람들은 대개 앞에 놓인 음식을 다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직장인의 경우 하루에 한 끼 이상을 식당에서 사먹기 마련. 한 끼 식사의 적정량을 점검해보기 위해 위크엔드팀은 서울시내 한식당들을 대상으로 최적의 1인분을 찾아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원장 한영실 식품영양학과 교수)이 함께했다.

○ 작아진 밥그릇

식기 크기의 변천만 일단 살펴보면 사람들이 이전보다 덜 먹는 것처럼 보인다.

행남자기 제품연구소에 따르면 40∼50년대에 용량이 530cc이던 밥그릇이 60년대에는 500cc, 70∼80년대에는 450cc, 90년대 이후에는 350cc로 줄었다. 현재 시판되는 도자기 밥공기의 사이즈는 지름 10.5cm, 높이 6cm로 315cc. 식기의 표준 규격은 없지만 시판되는 그릇의 크기는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300cc 한 공기는 대체로 300Cal에 해당한다.

식당에서 많이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밥공기는 가정용 도자기 공기보다 작다. 가장 흔한, 뚜껑이 있는 납작한 공기(합주발)의 크기는 지름 10.4cm, 높이 4.5cm, 뚜껑 없이 높이가 높은 공기(입주발)는 지름 10cm, 높이 5.6cm이다. 남대문의 그릇도매업체인 아주푸드서비스 주승엽 차장은 “요즘은 입주발을 주문하는 식당이 거의 없고 대부분 합주발을 사간다”면서 “보온 저장이 쉽다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식당 고객들이 먹는 양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밥그릇 크기의 1.3배인 대접의 크기도 밥공기 크기의 축소에 비례해 계속 작아져 현재는 490cc 정도가 기준이다.

그렇다면, 밥공기와 대접의 크기가 줄어든 만큼 우리는 덜 먹고 있는 걸까.

○ 주먹구구식 ‘손대중 1인분’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의 연구팀이 각 식당의 1인분 음식들의 재료를 해체해 열량과 영양소를 분석하고 있다. 이종승기자

1인분의 양을 알아보기 위해 위크엔드팀은 음식점 정보 전문사이트인 ‘메뉴판닷컴’에 서울시내를 강남, 강북 각각 4곳씩 8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당 가운데 인기 맛집 한 곳씩을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런 다음 추천받은 식당 8곳에 들러 베스트 메뉴 1인분씩을 주문한 뒤 이 음식들을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 보내 열량과 영양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한 끼 식사는 비빔밥 김치찌개 와인삼겹살 고등어소금구이 청국장찌개 영양밥 한정식 돼지갈비 등 모두 8종.

맛집들의 공통점은 반찬이 푸짐하다는 것. 청국장찌개에 8개, 고등어소금구이에 6개, 한정식에는 일품요리들을 제외하고도 11개의 반찬이 딸려 나왔다. 한 식당의 대표는 “1인분이든 2인분이든 가짓수는 똑같고 분량만 다르다”면서 “반찬이 남더라도 상차림을 푸짐하게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식당에서는 1인분의 반찬을 대개 손대중으로 결정했다. 손으로 집을 때는 새끼손가락을 뺀 네 손가락의 첫마디를 넘지 않는 선에서 집히는 양, 젓가락을 사용하면 젓가락 윗부분이 손가락 한마디 정도 벌어지게 집히는 것이 1인분의 양이었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은 각 식당에서 수거한 1인분 음식들의 중량을 재고 재료별로 해체해 칼로리와 영양가를 분석했다. 한 끼의 표준은 한국영양학회가 2000년 발간한 한국인 1일 영양권장량 7차 개정판의 성인 하루 권장량의 1/3 (성인 여자 677Cal, 남자 833Cal)을 기준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비빔밥(519Cal), 김치찌개(554Cal)를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은 모두 한 끼 적정량을 초과했다.<표> 한 끼 평균 음식물 쓰레기 발생률인 24%에 맞춰 먹는 이가 제공되는 양의 76%만 먹는다고 가정하고 다시 계산해보니 와인삼겹살, 고등어소금구이, 청국장찌개가 한 끼 권장량에 얼추 비슷했으며 영양밥과 한정식 돼지갈비는 여전히 적정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이 된 8종류 1인분의 평균 중량은 933g. 성인 남성에게 이상적인 한 끼 한식 식사의 중량 (800∼840g)보다 많았다. 모든 식단에서 밥의 양은 135∼259g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칼로리가 높은 이유는 반찬이 많기 때문. 영양소의 구성도 비빔밥을 제외하곤 다소 불균형 상태로 나타났다. 김치찌개는 지방이 많고 돼지갈비는 지방이 과다할 뿐 아니라 비타민 A,E,C,B6가 너무 많았다. 와인삼겹살은 지방이 많고 탄수화물은 부족하며 비타민 A,E,C,B1가 너무 많았다. 한정식에서는 비타민E와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고 고등어 소금구이에서는 비타민A,E,나이아신은 과잉인 반면 탄수화물은 적었다.

한영실 교수는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제외하고 모든 식단의 열량이 많게는 권장량을 2배가량 초과했으며 특히 지방 지용성 비타민 콜레스테롤이 초과 제공되었다”고 지적했다.

○ 한 끼에 얼마나 먹어야 되나

이번 조사 결과 밥공기와 대접의 크기가 줄었다고 1인분의 양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반찬의 수가 많기 때문.

외식문화를 연구해온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조문수 교수는 “서양 음식은 차례대로 나오는 ‘시간 전개형’인 반면 한국 음식은 한꺼번에 왕창 나오는 ‘장소 전개형’이어서 음식의 양이 많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건강과민시대’에도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 환경부가 음식 쓰레기 발생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까닭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2001년 실시된 조사에서 식당 주인의 70%가 소비자들이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반면, 소비자들은 52%가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양이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음식 제공량 적정수준 줄여야

한영실 교수는 “음식 쓰레기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일반인들은 과다하게 제공되는 음식 중 자신의 적정량을 가려 먹기가 무척 어렵다”면서 “각 식당에서 음식 제공량 자체를 적정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각 음식, 반찬별 열량을 모두 써놓은 식단을 게시한 식당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교수는 또 “자신에게 맞는 옷의 사이즈를 알듯 자신에게 맞는 음식 사이즈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대체로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하므로 주문할 때 자신의 식사량을 미리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두에게 적당한 1인분의 표준을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성별 나이 활동량이 다르기 때문. 예컨대 성인 여성의 1일 권장량은 2000Cal이지만 종일 앉아서만 일하는 사람일 경우 섭취량을 1500Cal로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보통의 활동량을 지닌 여성보다 하루 밥 1과 2/3 공기 분량만큼을 덜 먹어야 한다는 뜻.

그렇다면 각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적당한’ 한 끼란 없을까. 바른식생활실천연대 김수현 대표는 저서 ‘밥상을 다시 차리자’에서 ‘얼마나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먹고 싶은 만큼 먹어야 한다. 그만큼이 안 되면 신체는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단 “변질된 혀, 늘어난 위, 다른 당질의 급격한 흡수, 장벽 손상에 의한 영양소 흡수불량 등 신체 상태에 의해 먹고 싶은 심리적 욕구가 증가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

그는 “소식(小食)은 목표가 아니라 먹고 싶은 만큼 먹은 것의 결과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내게 맞는 1인분’의 사이즈를 찾기 위해서도 자신의 활동량과 건강상태 등을 종합한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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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화된 1인분 음식의 기준



대한항공 1등석 기내식

인스턴트 쌀밥과 라면, 기내식 등 규격화된 1인분 음식들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됐을까.

현재 시판되는 CJ 햇반의 평균 무게는 210g, 큰 햇반은 300g이다. 일본 제품의 평균 무게 (200g)보다 다소 큰 편. CJ 쌀가공센터 관계자는 “한국인의 한 끼 평균 밥의 양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시중의 식당에서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공기에 밥을 꾹꾹 눌러 담으면 210g가량이 나온다. 쌀밥 210g의 열량은 약 300Cal. ‘대식가’들을 위한 300g짜리 큰 햇반은 전체 판매량의 20%에 불과하다. 카레밥 미역국밥같은 복합식 햇반에는 밥이 180g만 들어간다.

라면 한 봉지의 중량은 120g. 적당량의 물을 붓고 끓이면 대략 중량은 670g, 열량은 520Cal 가량이 된다. 계란, 김치와 함께 먹으면 거의 한 끼 식사량에 해당하는 700Cal에 육박한다. 간식용인 컵라면의 표준 크기는 85g. 최근에는 65g짜리 미니 컵라면이 더 많이 팔린다.

라면은 점차 경량화, 소형화하는 추세. 오뚜기 힘라면 시리즈는 중량을 기존의 120g을 140g으로 늘려 출시했으나 1년여 만에 단종됐고 한때 110g까지 늘어난 곱빼기 컵라면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비행기 기내식 1인분은?

대한항공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기준으로 1인분을 400g 정도로 맞춘다. 아시아나항공의 1인분도 350g 가량이다. 적어 보이지만 칼로리는 얼추 한 끼 식사 권장량에 비슷한 700Cal 가량이다. 중량은 많으나 열량은 높지 않은 한식의 습열 조리방식 대신 중량이 적고 열량이 높은 서양식 건열 조리방법을 따른 것. 주 요리를 기준으로 비즈니스 클래스급 이상은 일반석보다 중량이 약 15%가량 많다. 따라서 그만큼 열량이 높을 수 있으므로 ‘손님이 알아서’ 적당량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왜 기내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까. 이에 대해 대한항공 부속의원의 한복순 산업의학전문의는 “변압증의 해소로 인한 공복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만5000피트 상공에서는 기압이 떨어져 위 안의 공기가 약 20%정도 팽창하는 변압증 현상을 겪게 되며 지상으로 내려오면 위 안의 공기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에 따라 실제 기내에서 섭취했던 양과 관계없이 배가 고프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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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