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낳은 책들/쓴 책'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7.01.05 "여성의 일, 새로고침" 출간 (5)
  2. 2011.11.01 '내 인생이다' 자랑질 (12)
  3. 2011.03.01 이동진의 책갈피에서 (14)
  4. 2010.11.12 [내 인생이다] 독자와의 만남 열립니다 (8)
  5. 2010.09.06 [내 인생이다]책이 나왔습니다 (56)
  6. 2010.08.19 산티아고 책 관련 강좌 열립니다 (20)
  7. 2009.05.11 책이 나왔습니다... (104)
  8. 2006.08.28 흥행의 재구성 (16)

저자로 이름을 올린 네번 째 책이 나왔다.

저자로 참여했지만 사실은 화자(?)였던 책. 협동조합 롤링다이스가 진행한 같은 제목의 기획 대담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아담한 책으로 묶여 나왔다.

글로 쓴다면 자기검열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았을 내용들도 말로 술술 불어버려서 책에 실린 내 말을 보니 좀 낯뜨겁긴 하다....나 말고 다른 참여자들의 대담도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처한 삶의 현장은 전부 달라도 일터에서 분투하며 자기 자리를 만들어내고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여성들에 대해 '동료애' 같은 게 느껴진다. 원칙적인 페미니스트의 눈으로 본다면 타협적이고 못마땅하게 읽힐 소지도 있을 듯하나, 이론보다는 현실에서 직접 싸워보고 패배하고 다시 도전해보며 뭔가를 바꿔 본 경험들이 더 소중하다. 일하며 갈등하는 여성들에겐 한번씩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 (알라딘 바로가기)

 

Posted by sanna

기록 삼아, 자랑질 삼아 낙서질.

지난해에 쓴 책 '내 인생이다' (푸른숲)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중 문학분야 81권 중 하나에 꼽혔다.

 

돈 쓸 데가 있는데, 인세 들어올 일이 생겨 다행이다.

지금까지 이 책으로 받은 인세는 모두 쌍용차 해고자 자녀를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 운영기금으로 기부했다. 앞으로 생길 이 책의 인세도 모두 거기에 보태려고 한다.


블로그 오가는 손님들, 책 좀 사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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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MBC FM 이동진의 문화야 놀자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인 이동진 씨가 제 책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습니다. 제가 책에 쓴 구절보다 그가 덧붙인 해설이 좋네요. 그가 읽은 대목과 코멘트를 아래 올립니다. 그가 고른 구절에 언급된 '몰리나세카 가는 길'은 아래 사진에 나오는 길입니다. 아~이 사진을 보니 다시 가고 싶어지는군요....이제 '봄'이라 불러도 좋을 3월입니다.  

다시 혼자 걷기 시작했다. 이날 몰리나세카까지 가는 길은 카미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웠다. 가파른 산길이지만 굴곡이 큰 산등성이마다 갖가지 색으로 피어난 꽃들 덕분에 저절로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높은 산에 오를 때마다 나는 정복의 쾌감 대신 스스로가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좋았다. 산등성이마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 중 나를 위해 핀 꽃이 있으랴. 사람의 존재, 세상 모든 일과 무관하게 꽃은 피고 진다. 내가 거기 있건 말건 자연은 그저 그곳에 있다는 사실, 자연의 무심함을 자각할 때마다 나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문명의 흔적이라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광대무변한 허공을 배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줄기는 티끌처럼 작고 사라질 운명인 인간은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거대한 흐름을 웅변하는 것만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산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듯 인간의 차원보다 훨씬 위대한 무엇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중에서 -

(아래는 이동진 씨의 코멘트)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이런 순간을 맞게 되죠. 꼭 머나먼 이국에서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혼자 등산만 가도 이런 기분, 실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산을 오르고 길을 걷고 숲을 통과하다 보면 내 몸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집니다. 도시에서 빡빡한 일상을 치러낼 때는 세상 모든 것이 흡사 내 주위로 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이렇게 생활에서 물러나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나 없이 온전한 우주의 무심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김소월 시인은 그의 시 산유화에서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 피어있네라고 노래했는지도 모르죠. 여행이나 산책이 삶에 유익한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없어도 그 자체로 아무 부족함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쓸쓸히 인정한 뒤에도 저만치 혼자 피어있는 꽃의 아름다움에 작은 탄성을 터뜨릴 수 있는 것. 이제 이틀만 지나면 삼월이죠. 올 봄에도 나지막이 탄성을 터뜨릴 수 있는 시간이 당신에게도 꼭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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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공지 하나.
제 책 [내 인생이다]를 주제로 독자와의 만남 갖습니다. 
같은 주제로 강남의 크링 시네마에서 11월과 12월 두 차례 열릴 예정인데요. 다행히 이 두 번의 만남은 저 혼자 하지 않고 제 책에 등장하신 분과 함께 해요.
11월25일에는 국제개발NGO인 ‘세이브더칠드런최혜정 부장님과 함께 합니다. 저도 10월부터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옆구리를 쿡쿡 찌르신 분이십니다 ^^
그래서 어쩌다보니 11월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는 두 언니가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최혜정 부장님이 워낙 말씀도 잘하고 경험이 많으셔서 인생전환, 새로운 설계에 대해 좋은 이야기 들려주실 수 있을 겁니다.
행사 안내, 신청 페이지로 가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알라딘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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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세번째 책이 오늘 나왔어요.
제목은 [내 인생이다] 입니다.
제 블로그에 오래 다니신 분들은 예전에 제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시리즈 연재했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인생 중반에 삶의 방향을 튼 분들을 잇달아 만났던 그 인터뷰에 살을 붙여 만들어진 책입니다. 
블로그에는 쓰지 않은 분들도 포함됐고, 반대로 블로그에 썼지만 책에 등장하지 않으신 분들도 계시구요.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두 번씩 만나서 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그 분들 덕분에 이 책이 나오게 되었어요. 늘 이렇게 사람들 빚을 지고 삽니다...^^;
내용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출판사가 만든 보도자료를 아래 붙였습니다. 이 책의 운명이 어찌 될지 저도 궁금하고 맘이 설레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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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민망해서리....흠흠..목소리를 다시 가다듬고...)

제 책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에 대해 말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성공회사회교육원과 한국출판인회의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인 '독서대학 르네21'에서 금요대중강좌를 운영하는데요. 10월의 주제가 '여행'입니다. 모두 네차례의 강좌가 열리는데 저는 그 중 두번째를 맡아 10월 8일 밤에 합니다.  
강좌를 하는 다른 분들이 워낙 쟁쟁하셔서 제가 낄 자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건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경험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맡게 되었습니다.
가을 강좌이지만 지금 신청을 받는 중이라 미리 말씀드려요.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 들러보세요~ 

강좌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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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날, 책이 나왔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된 원고였는데, 수정을 거듭할수록 제 생각이 덧붙여졌고 이젠 사람들 이야기인지 제 이야기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네요. 이런~ -.-;;;


최종 원고 교정을 볼 때부터, 광화문 네거리에 벌거벗고 선 것 마냥 망신살 뻗치기 전에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갈등으로 고민했습니다. 오랜 갈등 끝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굳이 책을 낸 이유는, 책에도 써두었지만 제게 아주 소중한 어떤 사람에게 했던 약속 때문입니다. 이 책으로 인해 어떤 비웃음을 당한다 해도, 그 사람만은 제 책의 출간을 기뻐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책에도 자기 운명이 있다지요. 모자란 마음을 애써 담아본 이 책도 제 운명을 살아가려니 믿고 이제 세상 속으로 내보냅니다.


출간 기념 이벤트라 하기엔 좀 남사스럽구요. ^^; 몇 분들이 가끔 책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봐 주신 터라, 궁금하신 분들께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출판사가 낸 보도자료를 아래 붙여두었습니다. 이것 읽고도 여전히 책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성함, 연락처, 주소를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순서대로 10분께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출판사 보도자료 보기


Posted by sanna

달랑 한 권....^^
쓴 책이 이것 밖에 없어 전체 카테고리 중 <내가 쓴 책> 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 포스트 달랑 한 개로 버티게 될 딱한 신세....그래도 이 집에 내 책을 위한 방 하나쯤 만들어주고 싶어서 올려놓는다.
또 책을 써서 포스트가 늘어나는 날이 올까?....

쓸까말까 망설이는 시간동안 썼더라면 진작 나왔을 책. ㅠ.ㅠ
책에 실린 분량보다 세 배쯤 더 써놓고 글을 쳐내는데 걸린 시간이 더 길었다. 너무 비효율적으로 작업한 탓에 기가 질렸지만, 책으로 만들어놓고 보니 아쉬운 게 참 많다.  

아래 붙인 리뷰는 영화 주간지 <필름 2.0>에 영화평론가 김영진 씨가 쓴 내 책에 대한 리뷰다. 과분하게 평가해줬고, 또 과분하게 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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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김영진의 러프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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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의 재구성

2005.04.22 김영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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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흥행의 재구성(김희경 지음)’은 매우 잘 씌어진 책이다. 꽤 오랫동안 영화를 담당했던 현역 일간지 기자의 명료한 문장으로 현대 할리우드영화 시스템의 흥행 심줄을 해부하고 있다. 박사 논문감 주제인데도 현장에서 오래 취재한 이의 공력으로 공룡 같은 영화 산업 시스템을 읽는 이에게 편안하게 엿보게 해준다.

이 책에는 곧잘 되씹을 만한 말들이 인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저자가 직접 만난 스티븐 스필버그는 오늘날의 할리우드에 대해 "위대한 도박사들은 다 사라졌다"고 개탄한다. “아무도 본 적 없는 것을 만들어 수천만 명을 그 앞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명운을 거는 일이라면 그건 도박이다. 오늘날 영화사 고위층들은 도박을 두려워하는 편집증 환자들이다.”
다국적 재벌의 방계 회사로 편입된 오늘날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 그런 도박은 허용되지 않는다. 회사에 아이템을 팔기 위해 제작자들은 제품 설명하듯이 기획 중인 작품의 모든 것을 5분 안에 설명해야 한다. 이 시스템 안에서 통용되는 영화에 관해 스필버그 자신이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25개 단어 이내로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어야 좋은 영화다.”

속도감 있는 문체 덕분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지만 어느 순간 이 책은 현대 영화라는 것의 주류, 곧 할리우드 스타일이라고 통칭되는 영화들과 그것과 유사한 길을 밟는 한국영화에 관해 우울한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든다.
대중적인 상업 영화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공식을 개발해 붕어빵 틀에서 찍어내듯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고 있으나 바로 그 한계 안에서의 싸움이 창의력으로 결정된다는 따위의 교과서적인 설교는 지금까지 허다하게 들었지만 구체적인 통계와 사례로 진척되는 이 책의 행간 곳곳에서 영화를 예술로 접했던 젊은 날의 꿈을 지닌 이들은 한숨부터 내쉴 것이다.
곧 영화는 한때 예술이었고 그게 돈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은 이제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는 절망감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 역사 책에서 보는 누벨바그니,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이니 하는 혁신적인 사조도 다 당대에는 돈이 되는 유행이었다. 어느 정도 지적 속물주의를 깔고 소통되던 그 예술적 열정이란 것이 당대의 주류 영화 산업 구조에선 점점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 라는 회의가 드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현대의 대표적인 흥행 영화는 ‘하이 컨셉’이라 불리는 블록버스터로 구분된다. 이는 “만드는 이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관객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이며, 새로운 이야기를 개발하려는 노력 대신 이전에 성공했던 영화의 내러티브를 복제하고 결합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이에 관해 무심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예술가는 작품의 향유자들을 고유한 개체로 바라보며 작품에 대한 개인의 독특한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반면, 엔터테인먼트는 향유자들을 개인이 아닌 집단, 통계의 집합으로 바라본다. 예술은 개인을 향해 있지만 엔터테인먼트는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사람들을 겨냥한다. 엔터테인먼트 생산자들은 만드는 이가 개인적 취향을 섞으려는 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관객층을 좁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곧, 과거에 반응이 좋았던 예측 가능한 요소들의 조합을 추구하는 것이 하이 컨셉 영화의 전략이다. 이 책에서 인용된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레이저의 말대로 “관객에게는 무엇이 일어날지를 아는 것 자체가 그 영화를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역사상 할리우드에는 두 차례의 전성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스튜디오 황금기라 불리는 30, 40년대였으며 이 시기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빡빡한 통제와 간섭 속에 자사 각기 나름의 장르 브랜드와 스타 파워를 키워 관객에게 호소력을 갖는 거대한 꿈의 공장을 건설했다. 두 번째 전성기는 스튜디오 체제가 위기를 맞은 뒤 한참 지난 60년대 말에 젊은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대거 유입돼 작가로서의 감독의 권력을 얻어낸 뒤 장르 세공이 아닌 현실에서 이야기 소재를 취했던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시대였다. 첫 번째 시기가 영화사를 창업한 거물 제작자들의 시대였다면 두 번째 시기는 혈기방장한 애송이들의 시대였다. 어느 쪽으로나 도박이 가능했던 시대였다.

요즘은 영화사를 흡수한 모기업에 상품을 설명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컨셉 테스팅이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익명의 관객들에게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간략한 묘사만 제시하고 이런저런 주제의 영화를 보고 싶은지 물은 설문 결과를 작성하는 것이다. 아직 뼈대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 경쟁력을 가늠하는 이런 방식은 마케팅 부서의 권력을 강화하며 개봉 당일 수천 개의 극장에서 광역 개봉하는 관행이 고착된 상영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인 관객의 주의를 어떻게 획득하느냐에 영화의 명운을 건다.
이 책에 인용된 흥미로운 사례에 따르면, 프랭크 카프라의 코미디 고전 <디즈씨 뉴욕에 가다>를 리메이크한 애덤 샌들러 주연의 <미스터 디즈>는 원작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따르면서도 전혀 다른 영화로 나왔다. “카프라의 고전은 플롯이 육중하고 속도가 부드러워서 그걸 즐기려면 귀를 기울이고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반면 애덤 샌들러가 주연한 리메이크작은 플롯이 성긴 반면 시끄럽고 폭력적이다. 관객들은 정말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웃기려고 하는 의도 때문에 웃는다.” 이 책이 인용한 ‘뉴욕 타임스’의 평문은 이런 현상을 두고 “관객들은 이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환각에 반응한다”고 끝맺었다.

이 말이 무척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 말에 덧붙여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에서 접했던 자신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혀 우습지 않았으나 자꾸 보면서 방청객들이 웃는 대목에 익숙해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웃기다고 받아들여지는 걸 보니 나중엔 정말 웃긴다고 받아들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는 것이다.
내용 대신 익살스러운 말투와 표정을 반복함으로써 그같은 형식의 고정화가 내용보다 더 중요해지는 이런 경우를 미국에선 농담 대신, 농담 같은 것이라고 부른다.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환각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라고 저자는 쓴다.
이런 시대에 관객에게 다가서는 영화는 관객을 놀래게 하는 영화이다. 저자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화씨 9/11>의 예를 들어 오늘날의 관객들은 자극받고 도발당하고 분개하고 도전받기 위해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들이라고 본다.
“영화뿐 아니라 오늘날의 엔터테인먼트는 점점 더 짧은 순간에 이질적인 집단을 하나로 끌어모은 뒤 금방 사라지는 사람들이 간단히 쓰고 버릴 수 있는 것이 되어간다”고 말하는 저자는 20세기폭스의 해외 배급 담당 사장 스콧 니슨의 말을 빌어 “영화는 상품의 상업적 성공이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팔기 위한 제1의 요소가 되는 유일한 비즈니스이며 사람들은 흥행이 잘되는 영화를 더 보고 싶어 한다”는 것에 사활을 거는 영화 산업의 기막힌 운명을 냉정하게 분석한다.

1천만 관객 동원의 흥분에 젖었던 우리에게도 이런 영화 산업의 속성은 거의 동일하다. ‘흥행의 재구성’은 현대 할리우드영화 산업과 그것을 벤치마킹한 한국영화 산업을 곧잘 비교하고 있는데 규모의 차이를 빼면 거의 동일한 속성으로 굴러가는 운명 앞에 다소 기가 질린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첫 주말 흥행 수익에 승부를 거는 블록버스터 배급 전략에 가담하는 현대의 관객 소비자들에 관한 분석이다.
“엔터테인먼트는 모든 사람이 쉽게 향유할 수 있고 다수가 지배하며 어느 누구의 심미적 판단도 다른 사람의 것보다 낫지 않고 모든 의견이 동등하다는 점에서 포퓰리즘과 닮았다. 포퓰리즘과 엔터테인먼트는 서로를 강화한다.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의 감정과 선택을 지지하는 포퓰리즘이 힘을 얻으면서 엔터테인먼트의 양도 팽창했고 그 동맹을 통해 대중문화는 미국의 지배적인 문화가 될 수 있었다. 좋은 영화가 흥행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흥행이 잘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처럼 돼버린 것을 보면서, 관객의 주류가 엘리트에서 대중으로 옮겨간 것을 보면서, 한국의 영화 관객도 미국의 영화 관객들이 포퓰리즘의 승리를 확정 지은 것과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에 모여든 관객들은 적어도 그 공간에서만큼은 어떤 엘리트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포퓰리즘의 승리자들이다. 한국의 영화 관객들은 이제 누구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으며 스스로 영화를 선택한다. 하지만 선택의 기준은 대개 타자다. 남들이 좋아하니까 옳다. 대중이 언제나 옳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선택은 인터넷 이용자가 3천만 명이 넘는 네트워크에 힘입어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고 균일한 행동으로 전환된다.”

이 점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미 대중문화를 두고 벌어진 숱한 논쟁들이 산더미처럼 수북하다. 그러나 현재의 할리우드영화 산업에서, 그리고 그걸 모방한 한국의 영화 산업에서 게임은 결국 대자본이 승리하게 돼 있는 구도이며 이 과정에서 누구도 주체가 되기 힘들다는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제작자도, 감독도, 스타 배우도, 관객도 개입할 수 없는 어떤 시스템 속에서 우리 모두가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는 이야깃거리라는 거대한 환각에 취해 대개는 동어 반복의 값비싼 소비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이 여기서 개입해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은 매우 천천히 일어난다. 저자에 따르면, 관객들의 선택이 모방에서 정보에 기반한 선택으로 변화하는 것은 보통 개봉 이후 수주 이내에 일어난다. 개봉 전과 후에는 대규모 마케팅 공세와 광역 개봉 효과가 관객의 주의를 선점하는 데 효과를 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작품 수준이 문제라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전략이 그토록 얻고 싶어 하는 관객이 떼로 몰려오는 현상은 오직 입 소문의 평가가 박스오피스의 결과를 재확인해줄 때에만 일어난다. 양적 정보와 질적 정보가 일치할 때에만 긍정적인 피드백이 일어나고 관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현대의 영화 산업은 이 주기를 더 빨리, 짧게 만들기 위해 안달이다. 그건 영화의 미래를 위해 매우 불우한 일이 될 것이다.




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