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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7.02.12 그리움을 만지다
  3. 2016.04.10 다시 봄 (2)
  4. 2016.01.01 마르타와 마리아 (2)
  5. 2015.09.06 즉흥연주 (2)
  6. 2015.03.01 겨울나그네와 작별 (6)
  7. 2015.02.21 꽃망울 (4)
  8. 2014.09.04 Gracias A La Vida (2)
  9. 2013.12.29 산책 (3)
  10. 2013.10.23 10월 23일 (4)

봄밤

                                             ---- 김수영 (1957)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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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뜨개작품의 톡톡한 재질을 만져도 보고 부드러운 표면을 쓰다듬어도 보고 대형 뜨개러그 위에 앉아도 본다. 목도리와 가디건, 지갑, 가방을 뜨개질로 만든 엄마들이 이 작품을 누구한테 왜 주고 싶은지 쓴 사연도 찬찬히 읽어본다. 그렇게 걷다보면 "옆도 뒤도 돌아보기 무서웠던 때 뜨개바늘을 잡고 직진만 했던" 엄마들이 그 보들보들한 목도리와 방석, 컵받침 등에 촘촘히 녹여 넣은 고통, 그리움, 애달픔이 온 몸으로 전해져온다. 보드라운 방석들을 쓰다듬다가 옆 벽면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속마음 말들을 읽다 보면, 울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 전시 '그리움을 만지다' (~19일, 서울시민청 갤러리) 는 컵받침 2800개가 별처럼 공중에 걸개로 떠 있고 알록달록한 색감의 뜨개작품들로 장식되어 포근하지만, 그렇게 몸의 감각을 모두 사용해 경험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와락 눈물이 터질 수 있으니 꼭 손수건을 준비해서 가시길.

# 내가 간 날에는 엄마들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 인사를 할 때 엄마들이 "2학년 O반 OO 엄마입니다"라고만 소개하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다. 세월호 유족이라는 정체성이 엄마들의 삶을 무겁게 짖눌러 버렸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인 OOO씨로서 겪는 삶의 다른 순간들도 많을텐데, 오늘은 아이들보다는 엄마들의 시간인데, 엄마들도 이름이 있으니 OO엄마 OOO입니다,라고 소개하시면 더 좋았을 것을....

아니나 다를까, 사회를 보시던 정혜신 박사님이 내 맘을 읽기라도 하신 듯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면서 말씀하신다. "여러분, 혹시 화법의 차이를 눈치채셨나요? 엄마들이 말을 할 때는 주어가 늘 '우리 엄마들은' '저희들은'으로 시작해요. 개인 이야기를 하는 게 낯설어서 그러시기도 할텐데요...오늘은 '저희들' 말고 '나는'이라고 말씀하시고, 대변인같은 외교적 이야기 말고 (웃음) 자기 이야기만 해주세요."

엄마들은 여전히 '나는' 이라고 말하기를 어색해 하셨다. 그러면서 조금씩 풀려나온 이야기들. 유족들이 밥먹으면 먹는다고 손가락질, 웃으면 웃는다고 손가락질하는 주변의 시선이 힘들었다. 사람이 늘 울고만 있는 것은 아닌데 유족의 모습은 우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꾸 스스로를 속이게 되더라. 치유공간 이웃은 그런 남들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처음으로 편하게 마음을 부려놓을 수 있었던 공간이다...힘든 일에 대처하는 방식이 가족 간에도 서로 달라서 힘이 들 때가 많다. 나는 나가서 미친 듯 활동해야 숨통이 트이는데 아이 아빠는 아예 나가질 않는다. 떠난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가족 간에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어야 치유가 된다는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족끼리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다. 서로 겁이 나서 아직도 그렇게 안 된다....

남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해야 하는데 못해서 마음에 걸린다는 한 엄마에게 정혜신 박사가 물었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사는 것일까요?"

잠깐 뜸을 들인 뒤 그 엄마가 대답했다. "내가 아프지 않고 잘 사는 모습 보여주는 거죠..."

또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자식을 잃은 내 엄마에게 10년 전 내가 했던 말이다. 남은 생을 '아들을 잃은 엄마'로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프지 말고 엄마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 있으면 뭐든 하면서 잘 사시는 걸 보고 싶다고. 그리고 오늘 그 엄마의 대답처럼, 엄마들도 이미 안다.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엄마들이 그렇게 '나'라는 주어를 찾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 영화 '컨택트'를 본 뒤 한동안 마음에 맴돌던 질문을 오늘 전시장에서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나무 줄기 같은 조형물에 목도리가 전시된 뒤켠 벽면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엄마는 다시 태어나도 네 엄마일 거야"

별 일 없고 평온한 상태였더라면 흔하고 진부한 애정표현처럼 들렸을 이 말이 세월호 엄마들을 통해 나오면서 진부함을 훌쩍 뛰어넘어 절실해진다. 마치 영화 '컨택트'에서 루이스 박사의 말처럼.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서도, 난 모든 걸 껴안을 거야.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반길 거야."

루이스 박사는 "당신 인생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다면, 그걸 바꾸겠느냐?"고 묻는다. 10년 전쯤 탐독했던 니체의 질문과도 비슷하다. "악령이 찾아와 이렇게 묻는다고 치자. 네가 지금 살아왔던 삶을 다시 한 번 살아야만 하고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할 것이다. 새로운 것이란 없고 모든 고통과 쾌락, 탄식이 같은 순서로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이 삶을 다시 한 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해서 다시 살기를 원하는가?"

지금의 나는 선뜻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루이스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삶을 다시 껴안겠노라 대답한다. 세월호의 엄마들도 그 모든 낯설고 가혹한 고통을 겪은 뒤에도 다른 사람이기를 바라지 않고 "다시 태어나도 네 엄마"이기를 소망한다. 영화 속에서 자기 운명이 달라기지를 원치 않았던 강인한 루이스 박사처럼, 삶을 덮친 비극적 우연에 질식해 버리지 않고 뜨개바늘을 지팡이 삼아 모진 시간을 건너가는 세월호의 엄마들도 강한 사람들이다. 그 힘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이 세상이 그래도 폭삭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힘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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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그냥... 2016.04.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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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와 마리아.

전주 최명희 문학관에서. 최명희씨가 29살 때인가 쓴 편지의 일부를 촬영. 필체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는데, 돌아와서는 성경의 이 대목을 오래 생각한다. 최명희 씨는 뒤의 이어지는 글에서 자신이 마리아 형이라고 단언했다.

내가 속한 유형을 생각해보게 되고, 또 인간 유형의 분류가 아니라 내 안의 상충하는 두 가지 기질, 어떤 상황에 반응하는 두 가지 태도를 자꾸자꾸 떠올리게 만드는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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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연주

그냥... 2015.09.06 23:52

# 아래에 올려둔 은 지난해 5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써온 한겨레신문 칼럼의 마지막 글. 

칼럼을 그만 쓰겠다고 자청한 이유는 하는 일이 달라져서다. 이전엔 1개 부서만 맡고 있었는데 8월 마지막 주의 인사발령으로 3개 부서를 총괄하게 됐다. 말이 3개 부서지 일의 양은 몇 십 배가 늘어난 기분ㅠ 낯선 일의 절차와 세부사항을 익혀야 하는 부담, 당장 9월부터 줄줄이 잡힌 출장 일정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버거웠던 칼럼을 계속 쓸 자신이 없었다

그저 그런 글들이었지만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좀 시원섭섭하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알려야 할 이슈’의 강박에서 벗어나서 좀 자유롭게 써보고 싶은데 그거야 알 수 없는 일이고....듣보잡 필자에게 지면을 허락해준 신문사에 감사할 뿐.

 

# 요즘 녹초가 되어 집에 오면 가장 자주 듣는 음악이 재즈피아니스트 존 루이스가 연주하는 바흐어떨 땐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있구나 싶어서 눈물이 다 난다

그가 즉흥적으로 변주하는 바흐를 들으면서 가끔 생각한다. 즉흥성. 즉흥적인 삶의 태도..... 순간순간 내 생각에 최적인 것을 선택했을 뿐인데, 나는 단 한 번도 의도하지 않았던, 계획하지 않았던 곳에 와 있다. 낮의 몰입에서 빠져나와 집에 돌아가면서 몹시 피로감을 느낄 때면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싶어 혼자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뭐가 잘못되었단 생각에 당혹스러운 것도 아니다.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살진 않았는데 왜...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다가, 또 정반대로, 되는대로 살면 뭐 어때서,하는 마음으로 금세 바뀌니까. 선택의 순간에 나 자신을 속이지만 않았다면 되는대로 사는 게 최선이지 뭐 별 수 있으려고,하는 기분.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라고, 한번도 계획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춤을 추고, 즉흥적으로 변주하여 피아노를 연주하듯, 그렇게 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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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쓰던 이불과 요를 바꾸고 이불 빨래를 하면서 봄맞이를 하던 하루.

내가 가진 가장 두툼한 이불을 빨아서 장롱 속으로 보내는 것처럼 겨울을 보내는 또 하나의 의식으로, 이 계절 내내 가장 자주 듣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다시 들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기 시작하는 계절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 겨울을 함께 나는 곡. 봄부터 세 계절이 지나는 동안 이 곡을 잊겠지만 찬바람이 불면 이 음반을 다시 찾겠지.


이 곡을 좋아해서 여러 사람이 부른 노래를 비교해서 들어본 적도 있는데, 리히터가 피아노 연주를 맡고 페터 슈라이어가 부른 버전이 나는 가장 좋다. 디스카우가 부른 곡이 더 유명하긴 해도, 비틀거리며 방랑하는 청년의 절망을 담기엔 디스카우의 노래는 좀 강한 독일 남성의 분위기가 두드러진달까.


24개의 곡 중 마지막 곡 ‘거리의 악사’ 링크를 걸어놓는다. 다음 겨울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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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그냥... 2015.02.21 00:11


집에 돌아오는 길. 학교 담장 너머로 목련꽃 망울이 피었다.

혼자만 목격한 봄의 기미인 양, 내가 그 소식을 알릴 전령이라도 되는 양, 여기저기 문을 두들겨 알리고 싶다. 봄이 오.고.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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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ias A La Vida

그냥... 2014.09.04 18:08

어제 친구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보고 반복해서 보고 듣는 노래.

예전에 메르세데스 소사가 혼자 부른 버전, 바에즈가 혼자 부른 버전을 각각 들어 봤지만, 둘이 함께 부른 버전이 제일 좋다. 굉장한, 멋진 언니들!

 

 

Gracias A La Vida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dio dos luceros, que cuando los abro,
Perfecto distingo lo negro del blanco
Y en el alto cielo su fondo estrellado
Y en las multitudes el hombre que yo amo.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el oído que en todo su ancho
Graba noche y día, grillos y canarios,
Martillos, turbinas, ladridos, chubascos,
Y la voz tan tierna de mi bien amado.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el sonido y el abecedario;
Con à l las palabras que pienso y declaro:
Madre, amigo, hermano, y luz alumbrando
La ruta del alma del que estoy amando.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la marcha de mis pies cansados;
Con ellos anduve ciudades y charcos,
Playas y desiertos, montaÃnas y llanos,
Y la casa tuya, tu calle y tu patio.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dio el corazón que agita su marco
Cuando miro el fruto del cerebro humano,
Cuando miro al bueno tan lejos del malo,
Cuando miro al fondo de tus ojos claros.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la risa y me ha dado el llanto.
Así yo distingo dicha de quebranto,
Los dos materiales que forman mi canto,
Y el canto de ustedes que es mi mismo canto,
Y el canto de todos que es mi propio canto.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삶에 감사하며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눈을 뜨면 흑과 백을 완벽하게 구분할 있는 샛별을 주었고, 높은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사랑하는 이를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밤과 낮에 귀뚜라미와 카나리아 소리를 들려주었고, 망치소리, 터빈 소리,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새겨 넣을 있도록 커다란 귀도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가 생각하고 말할 있는 소리와 언어, 문자를 주었고, 어머니와 친구, 형제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가 걸어갈 영혼의 길을 밝혀줄 빛도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피곤한 발로도 전진할 있게 해주었습니다. 나는 피곤한 발을 이끌고 도시와 늪지, 해변과 사막, 산과 평야, 당신의 집과 거리, 그리고 당신의 정원을 걸어갈 있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인간의 정신이 열매를 거두는 것을, 악으로부터 선이 해방되는 것을, 그리고 당신의 맑은 깊은 곳을 응시할 심장을 온통 뒤흔드는 마음을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웃음과 눈물을 주어 슬픔과 행복을 구별할 있게 해주었고, 슬픔과 행복은 나의 노래와 여러분들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노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들 모두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노래가 그러하듯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삶이여, 감사합니다.

 

(가사 번역 출처 링크: http://windshoes.khan.kr/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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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그냥... 2013.12.29 22:13


눈 내리는 해질녘의 산책.


몸 마음 모두 분주한 일로 어수선한 연말.

책 한 권은 족히 넘을 분량의 보고서들을 써대면서,

정작 내 안을 떠도는 모호한 느낌을 글자로 붙들어 두는 방법은 잊어버렸다.


... 깊이깊이 가라앉았다가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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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그냥... 2013.10.23 22:43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 장석남 '水墨정원 9 - 번짐' -

--------------------------------------------------------------------------------------------------------------- 

그렇게 번진 날.

6년 전 오늘 떠났으나, 번져서 내가 되고 형제가 되고 친구가 되고 부모가 된, 한 녀석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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