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네이버=‘증기로 돌아가는 방앗간 Vs. 사람 손맛이 묻은 떡메’

절묘한 비유다. 한국에 R&D센터를 만들어 진출을 시작한 ‘기계화함대’ 구글과 ‘휴먼 터치’가 살아있는 네이버의 결전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IT 칼럼니스트인 김국현 씨가 쓴 ‘웹 2.0 경제학’을 읽다보니, 구글이 네이버를, 아니 더 정확하게는 한국 이상계가 태생부터 갖고 있는 지역성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이상계의 지배구조와 한류를 비교해 분석한 것이 우선 눈길을 끈다. 저자는 국내에서 성공한 모든 문화상품들의 특징을 ‘철저한 지역성’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왕의 남자’ ‘괴물’등 모두 ‘한국적 상황’이 유난히 강조된 영화들이 아닌가. 반면 디지털 한류를 이끄는 온라인 게임, 비보이 댄스에는 ‘한국적 상황’이 거세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의 이상계도 PC통신 시대부터 줄곧 ‘지역성’이 지배해 왔다. 그리고 이 세계화의 시대에도 네이버가 상징하듯, 이상계의 권력구조는 여전히 지역적이다.

성공한 국내 포털은 모두 지역적 격차를 파고들었다.
“지역민에게 친절한 권력”이 국산 포털의 힘이다. 이용자가 복잡하게 뭘 찾고 이해할 필요 없이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정리해주고 요약해준다. 요컨대, 포털의 지역성이란 “수동적인 정보 수용이 가능하도록” 하며 “관심을 획일화시키고 패턴화하여 충족시켜 주는” 종류의 서비스다.


구글이 이 벽을 뚫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포털이 계속 지금과 같은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2004년 1월 야후는 스칸디나비안 지사를 폐쇄했다고 한다. 77%나 되는 사람들이 포털 대신 미국 야후에서 직접 정보를 찾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영어 조기교육 열풍, 보편화한 온라인 게임의 세계에서 자란 아이들이 청소년, 성인이 된다면 그때의 포털은 어떨까. 그때도 언어의 장벽이 지금과 같을까. 어린 웹/게임 네이티브들은 지금처럼 떠먹여주는 포털의 서비스를 선호할까.

저자는 네이버를 비롯한 국산 포털의 패권이 직면한 위협을 현재 구글로 대표되는 ‘서양 함대’ 뿐 아니라 ‘웹/게임 네이티브라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팽창되는 ‘환상계’의 위협’ 두 가지로 정리한다.

   

‘웹 2.0 경제학’을 지난번에 읽은 ‘웹진화론’과 비교하자면, ‘웹진화론’은 새로운 세상을 엿봐버린 사람이 기쁨에 가득 차 전하는 복음이라면, ‘웹 2.0 경제학’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분석적이고 차분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이다.

‘경제학’이라는 제목이 붙어서 비즈니스 책처럼 느껴지는데, 그보다는 인터넷 세상의 진화가 몰고 온 사회경제적 변화, 문화와 개인 삶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사회교양서다.


또 일본인이 쓴 ‘웹진화론’은 구글로 대표되는 미국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반면, ‘웹 2.0 경제학’은 한국의 현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책이라 반가웠다.


저자가 블로그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띈다. 저자는 블로그에 이 사회가 앞으로 변화될 모습에 대한 기술적 방향성, 사회학적 함축이 오롯이 들어있다고 강조한다.

블로그를 통해 ‘이상계의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비용과 노력으로 전 세계를 향해 자신의 창조력을 어필할 ‘구조’, 아주 높은 확률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가 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도 잘 몰랐는데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의 차이가 뭔지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았다. ^^;
무엇보다 웹2.0 시대가 나의 일상에,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한 그림을 그 어느 책에서보다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 '웹 2.0 경제학'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이다. 변화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웹 2.0 경제학  김국현 지음
웹 2.0의 엄청난 저력과 기업의 본질, 웹 2.0으로 인한 미래 기업의 변화 등에 대한 이야기다. 롱테일, 마케팅 2.0, 블로그 등 웹 2.0이 우리 사회를, 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에 대해 심도 깊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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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