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IT평론가라는 우메다 모치오가 쓴 <웹 진화론>을 읽다.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 무한대’, 즉 대중의 힘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낙관주의에 입각해서 쓴 웹 평론서다.

저자 자체가 흥미롭다. 미국 컴퓨터 회사의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다 실리콘 밸리 본사로 발령받았는데 기업 사정이 나빠져 상관도 바뀌고 하는 우여곡절을 겪다 1997년에 실리콘밸리에서 컨설팅회사를 창업했다. 2001년 9.11 테러가 터지자 인생의 후반부 (그때 저자의 나이는 41세였다고한다)엔 “본질적 변화에 대한 직감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며, ‘시간 사용의 우선순위’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자신을 모색하리라 각오”했다고 한다. 2005년엔 일본의 벤처회사 하테나의 임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는 소위 기득권층의 중추를 차지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전직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전직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만남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포착하며 조직에 의존하지 않는, 개인을 단위로 한 네트워크와 이로 인한 강인한 개인을 창출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솔직히 웹 2.0이 뭔지, 오픈 소스(Open Source)가 의미하는 바는 정확히 뭐고 그것이 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는지 잘 몰랐다.

이 책은 개념 요약정리를 잘 하는 일본의 실용서 답게 인터넷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를 뽑는다면 ‘불특정 다수 무한대의 힘’쯤 될 것이다. 대중은 어리석은가, 아니면 지혜로운가. 저자는 후자의 입장에 서서 “불특정 다수 무한대’의 사람들을 연결하는데 드는 비용이 거의 제로(0)에 가까운” 인터넷의 “위대한 가능성”을 찬양한다.

그 같은 가능성이 실제 현실화된 것이 오픈 소스의 흐름이다. 인터넷에 개발과정을 공짜로 공개해 대성공을 거둔 소프트웨어 ‘리눅스’처럼, 네티즌이 참여해 만들어낸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처럼, 지적 자산의 씨앗이 인터넷에 무상으로 뿌려지면 세계의 지적 자원들이 그 씨앗 주변에 자발적으로 연결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웹 2.0은 이처럼 “인터넷상의 불특정 다수를 수동적 서비스 이용자가 아닌 능동적 표현자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게 하는 기술과 서비스 개발 자세”를 일컫는 말이다.


구글의 ‘애드센스’는 웹 2.0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애드센스는 무수히 많은 웹사이트의 내용을 자동 식별해 각각의 내용에 맞는 광고를 자동 게재해주는 등록제 무료 서비스다. ‘공룡의 머리’대신 사소한 다수들이 모여 있는 ‘긴 꼬리’에서 수입의 대부분을 얻는 애드센스의 롱 테일 현상은 “완전히 새로운 부의 분배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위에서 아래로 돈을 흘려보내 말단을 윤택하게 하는 대신 말단 한 사람 한 사람의 공헌을 정확하게 계산해 거기에 걸맞는 돈을 내려 보내는 구조인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인터넷과 오픈 소스,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진 치프(Cheap) 혁명이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낯선 세상을 보여주는 저자의 어조는 들떠있고, 상당히 열정적이다.

읽다보면 저자의 열의에 점점 전염되어간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어가는데 나는 지금처럼 살아도 되나’같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기득권 세력, 대기업이나 주류 언론 등 기존 미디어의 권위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존 미디어의 가치를 폄하하는 저자의 태도에 마음이 불편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최근 창간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글에서 프랑스 작가 피에르 라쥘리는 오픈 소스는 헐값의 재택근무 노동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마존의 M-Turk 나 구글의 Google Answers 같은 프로그램에 답을 올리는 사람들은 모두 무료로 일한다. 매니지먼트의 비용도 따로 쓸 필요가 없다. 또 콘텐츠 생산자의 저작권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답까지 이 책에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며 기억에 남는 질문.

일본 장기의 명인 하부 요시하루(羽生善治)는 저자와의 대화에서 “인터넷 발달로 장기의 세계에 고속도로가 개설됐지만 종점 부근에는 엄청난 정체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할 수 있으므로 ‘장기의 고수’ 근처에까진 쉽게 갈 수 있지만,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려와 다들 엇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체가 빚어지고 그 중에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덕택에 분야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얻고 고속도로 종점까지 단번에 달려갈 수 있다. 하지만 종점 부근엔 정체가 심하며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려면 전혀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무엇. 당신은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저자의 질문에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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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진화론 -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
인터넷 세계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와 그 미래를 알려주는 책이다. '웹 2.0' 이라는 새 깃발 아래 웹 사이트가 우리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를 얼마나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는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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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