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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새해 읽은 첫 책은 몸의 일기’, 다음은 마음의 시계.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을 모아둔 서가 앞에서 서성이다 몸의 일기를 고른 건 그야말로 생존체력을 키우는 게 절실하단 걸 느끼던 때였고, 붕붕 뜨는 정신을 끌어내려 단단히 몸에 결박하고 싶단 생각을 하던 때라서 그랬는지도...

자꾸 변하기 마련인 정신을 관찰하는 내면 일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현하며, 오직 몸의 상태, 변화만을 관찰하여 기록하겠다는 다짐 하에 쓰여진 일기(를 가장한 소설). 그런데도 한 사람의 일생의 변천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방귀 냄새, 성기 모양까지 자세히 기록한 몽테뉴의 에쎄를 떠올리게 하는 세밀한 기록. 한탄과 자기혐오, 느닷없는 반성과 후회 따위로 얼룩진 일기 (조차도 써본지 오래됐지만…) 말고 나도 몸의 일기를 써볼까나…. 인상적인 몇몇 구절.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우리의 모습보다도 우리의 습성이 많은 추억을 남길 거라는 생각을 하면 흐뭇해진다."

 

하지만 내겐 기억들만으론 충분치 않았다. 내가 그리워한 그들의 몸이었으니까! 앞에 마주하고 있어 손만 뻗치면 만질 있는 , 그거야말로 내가 잃어버린 것이었다.....아빠의 , 앙상한 , 각이 있던 , 그들에겐 원래 몸이 있었는데 이젠 없어졌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오로지 몸들을 간절하게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들이 살아 있던 동안엔 거의 만져보지도 않았으면서! 그토록 스킨십에 인색하고 몸에 관심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으면서! 그러던 내가 지금 이렇게 그들의 몸을 필요로 하고 있다니!"

 

(86세에 일기) “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집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편안하고 좋다."

 

마음의 시계는 그냥 눈에 띄어서 읽기 시작. 아닌 척해도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꽤 있는데, 정면으로 그걸 다루는 책이라서 마저 읽음. ‘몸의 일기’엔 몸의 상태도 정신 자세의 문제로 환원하는 경향에 대한 비판 (역시 프랑스!)이 나오는데, 이 책은 신체적 건강도 마음가짐, 집중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역설 (역시 미국!)한다

저자는 70~80대 노인들을 1주일간 시골집에서 보내며 모든 소품과 장식, 옷차림, 말투를 1959년으로 되돌렸더니 청력 기억력, , 몸무게 등 모든 방면에서 건강이 향상되고 심지어 외모까지 젊어졌다는 실험을 진행했던 심리학자다. 나 같으면 아무리 젊어진다 해도 30년전인 척 입고 말하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해서 이런 실험엔 참여하지 않겠다만.

삐딱한 자세로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고개 끄덕인 대목도 많다. 모든 걸 퉁치지 말고 구체적 변화에 주목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엔 매우 동의. 인상적인 몇몇 구절.

 

경험이 보잘 없는 스승인 경우도 있을 있다....우리는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경험이 수많은 방식으로 이해될 있고 다른 수많은 관계가 형성될 있음에도 경험과 배움 사이에 가지 관계를 설정한다. 그리고 일단 관계를 염두에 두면 우리는 그것을 확인하려 들면서 다른 이해 가능성은 제거해 버린다. 때문에 경험은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을가르치는경우가 너무도 흔하다...”

 

우리가 수행하는 여러 실험이 시사하듯 의식을 집중하는 일이 삶을 낳는다면, 어쩌면 과도하게 예정된 인생은 때 이른 죽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의식을 집중하여 세상을 바라보면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차별을 늘림으로써 편견과 고정관념을 줄일 있다. 특정 개개인을 적극적으로 구별함으로써 얻을 있는 의식의 집중은 한가지 특징 만으로 상대를 정의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준다. ‘톰과 조앤은 늙었다 같이 포괄적 특징이 아니라톰은 백발이고 휘파람을 분다. 조앤은 빨간 매니큐어를 칠했고 지팡이를 짚고 걷는다 같이 차별화되어 사람이 어디에 속해있는지가 아니라 개인의 개성으로서 인식될 있다. 같은 차별화가 없다면 겉보기 나이와 실제 나이의 상관관계는 가공의 상관관계 떄문에 과장될 가능성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하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일까? 아니면 일단 전반적 규칙을 갖추고 나면 규칙의 예시들이 중요해지는 것일까?”

나쁜 일들을잊어버리면우리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있다. 망각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책이 다루는 연구는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알아차리는 행동이 상징적으로는 물론 실질적으로도 생기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의식을 집중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이는 우리가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했을 느끼는 방식이다. 우리가 건강을 더욱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한 노력에도 이제 의식을 집중하여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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