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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은 네팔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날이었을 것이다. 두 차례의 대지진으로 수업이 중단됐던 지진영향지역 학교들이 이날 공식적으로 수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날이 특별했으리라 짐작하는 이유는 내가 일하는 단체의 후원으로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를 비롯한 15개국 연구자들이 실시한 ‘아동의 삶의 질’ 조사에서 네팔 아이들의 응답을 보고 나서다. 건강, 물질적 만족, 가정환경 등 삶의 질을 구성하는 여러 지표 중 네팔 아이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영역은 학교였다. 이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조사에 참여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조사 시점인 지진 발생 이전에도 네팔의 학교 사정이 열악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으로 ‘학교 가기’를 꼽은 답변에선 어떤 간절함까지 느껴진다.

 

교실 3만2천여 개가 완파되고 1만5천여 개가 수업을 하기엔 위험한 상태인데도 31일 수업 재개가 가능했던 것은 방수포와 대나무로 임시 교실을 만들고 잃어버린 교재를 다시 나눠주고 안전대책을 마련하여 학생들을 안심시킨 주민들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지원 덕분이다. 안타까운 점은 파괴된 학교가 많아 여전히 1백여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학교를 파괴하는 건 자연재해뿐만이 아니다. 요즘처럼 분쟁지역에서 학교와 학생들이 테러집단의 직접적 공격대상이 된 적이 또 있었을까 싶다. 미국 매릴랜드 대학 연구팀이 1970년부터 2013년까지 테러리스트의 학교 공격을 조사한 결과, 2004년 186명의 아이들이 숨진 러시아 베슬란의 초등학교 인질사건이후 테러리스트의 학교 공격으로 25명 이상이 숨진 사건이 그 전에 비해 6배 늘었다. 지난해와 올해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케냐에서 일어난 학교 테러와 납치 사건들까지 포함하면 증가 폭은 훨씬 가파를 것이다.

예전에는 테러집단이 살상 목적보다 지역사회를 겁주고 교란하려 빈 학교 건물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요즘의 사건들에서는 직접 학생들을 겨냥한다. 테러집단과 반대되는 세계관을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강도 높은 폭력적 메시지다.

 

다행히 학교 파괴에 맞서려는 국제적 노력도 꿈틀거린다. 지난달 21일 인천에서 폐막한 세계교육포럼의 ‘인천선언’은 재난과 분쟁 영향지역에서 학교가 처한 위기상황에 시급한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1주일여 뒤인 29일 노르웨이에서는 37개 정부의 지지로 분쟁영향지역에서 학교와 학생, 교사를 보호하고 무장세력이 학교를 기지 등으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는 ‘안전한 학교 선언’ 발표가 있었다. 이는 휴먼라이트워치,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10여개 국제기구, 시민단체들이 연대모임을 결성하고 2012년부터 분쟁지역 정부, 반군, 주민, 아이들의 자문을 얻어 노력해온 결실이다.

 

위의 네팔 아이들처럼 재난, 분쟁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은 간절하다. 영국 국제개발연구소가 아이티 시리아 등 재난․분쟁영향지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위기 발생 후 필요한 지원의 우선순위를 묻자 아이들은 교육을 1순위로, 성인들은 3가지 우선순위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육은 인도적 지원 중 가장 지원이 열악한 분야여서 전 세계 인도적 지원 기금의 2% 미만이 쓰일 뿐이다.

 

4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의결한 ‘우리나라의 인도적 지원 전략’은 분쟁도 인도적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고 아동, 여성 등 취약계층 지원을 한국의 인도적 지원 브랜드 강화 방안으로 꼽았다. 그 전략에 걸맞게 재난․분쟁영향지역 아이들의 교육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에 한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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