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1인분'/최적의 1인분을 찾아라



우리가 한 끼에 먹는 1인분의 식사는 '웰빙 라이프'를 꾸려가기에 적정한 것일까. 끼니 때마다 저울로 계량해 먹을 수도 없는 노릇. '적당한' 1인분의 식사란 과연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 걸까. (스타일링=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푸드디자인팀장 강은숙)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웰빙 붐을 타고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얼마나 먹느냐'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1인분의 사이즈는 적정한 것일까.》

식생활의 심리를 연구해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폴 로진 교수에 따르면 ‘얼마나 먹느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다. 입맛에 적당히 맞는 음식이 나오면 사람들은 대개 앞에 놓인 음식을 다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직장인의 경우 하루에 한 끼 이상을 식당에서 사먹기 마련. 한 끼 식사의 적정량을 점검해보기 위해 위크엔드팀은 서울시내 한식당들을 대상으로 최적의 1인분을 찾아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원장 한영실 식품영양학과 교수)이 함께했다.

○ 작아진 밥그릇

식기 크기의 변천만 일단 살펴보면 사람들이 이전보다 덜 먹는 것처럼 보인다.

행남자기 제품연구소에 따르면 40∼50년대에 용량이 530cc이던 밥그릇이 60년대에는 500cc, 70∼80년대에는 450cc, 90년대 이후에는 350cc로 줄었다. 현재 시판되는 도자기 밥공기의 사이즈는 지름 10.5cm, 높이 6cm로 315cc. 식기의 표준 규격은 없지만 시판되는 그릇의 크기는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300cc 한 공기는 대체로 300Cal에 해당한다.

식당에서 많이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밥공기는 가정용 도자기 공기보다 작다. 가장 흔한, 뚜껑이 있는 납작한 공기(합주발)의 크기는 지름 10.4cm, 높이 4.5cm, 뚜껑 없이 높이가 높은 공기(입주발)는 지름 10cm, 높이 5.6cm이다. 남대문의 그릇도매업체인 아주푸드서비스 주승엽 차장은 “요즘은 입주발을 주문하는 식당이 거의 없고 대부분 합주발을 사간다”면서 “보온 저장이 쉽다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식당 고객들이 먹는 양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밥그릇 크기의 1.3배인 대접의 크기도 밥공기 크기의 축소에 비례해 계속 작아져 현재는 490cc 정도가 기준이다.

그렇다면, 밥공기와 대접의 크기가 줄어든 만큼 우리는 덜 먹고 있는 걸까.

○ 주먹구구식 ‘손대중 1인분’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의 연구팀이 각 식당의 1인분 음식들의 재료를 해체해 열량과 영양소를 분석하고 있다. 이종승기자

1인분의 양을 알아보기 위해 위크엔드팀은 음식점 정보 전문사이트인 ‘메뉴판닷컴’에 서울시내를 강남, 강북 각각 4곳씩 8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당 가운데 인기 맛집 한 곳씩을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런 다음 추천받은 식당 8곳에 들러 베스트 메뉴 1인분씩을 주문한 뒤 이 음식들을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 보내 열량과 영양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한 끼 식사는 비빔밥 김치찌개 와인삼겹살 고등어소금구이 청국장찌개 영양밥 한정식 돼지갈비 등 모두 8종.

맛집들의 공통점은 반찬이 푸짐하다는 것. 청국장찌개에 8개, 고등어소금구이에 6개, 한정식에는 일품요리들을 제외하고도 11개의 반찬이 딸려 나왔다. 한 식당의 대표는 “1인분이든 2인분이든 가짓수는 똑같고 분량만 다르다”면서 “반찬이 남더라도 상차림을 푸짐하게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식당에서는 1인분의 반찬을 대개 손대중으로 결정했다. 손으로 집을 때는 새끼손가락을 뺀 네 손가락의 첫마디를 넘지 않는 선에서 집히는 양, 젓가락을 사용하면 젓가락 윗부분이 손가락 한마디 정도 벌어지게 집히는 것이 1인분의 양이었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은 각 식당에서 수거한 1인분 음식들의 중량을 재고 재료별로 해체해 칼로리와 영양가를 분석했다. 한 끼의 표준은 한국영양학회가 2000년 발간한 한국인 1일 영양권장량 7차 개정판의 성인 하루 권장량의 1/3 (성인 여자 677Cal, 남자 833Cal)을 기준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비빔밥(519Cal), 김치찌개(554Cal)를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은 모두 한 끼 적정량을 초과했다.<표> 한 끼 평균 음식물 쓰레기 발생률인 24%에 맞춰 먹는 이가 제공되는 양의 76%만 먹는다고 가정하고 다시 계산해보니 와인삼겹살, 고등어소금구이, 청국장찌개가 한 끼 권장량에 얼추 비슷했으며 영양밥과 한정식 돼지갈비는 여전히 적정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이 된 8종류 1인분의 평균 중량은 933g. 성인 남성에게 이상적인 한 끼 한식 식사의 중량 (800∼840g)보다 많았다. 모든 식단에서 밥의 양은 135∼259g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칼로리가 높은 이유는 반찬이 많기 때문. 영양소의 구성도 비빔밥을 제외하곤 다소 불균형 상태로 나타났다. 김치찌개는 지방이 많고 돼지갈비는 지방이 과다할 뿐 아니라 비타민 A,E,C,B6가 너무 많았다. 와인삼겹살은 지방이 많고 탄수화물은 부족하며 비타민 A,E,C,B1가 너무 많았다. 한정식에서는 비타민E와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고 고등어 소금구이에서는 비타민A,E,나이아신은 과잉인 반면 탄수화물은 적었다.

한영실 교수는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제외하고 모든 식단의 열량이 많게는 권장량을 2배가량 초과했으며 특히 지방 지용성 비타민 콜레스테롤이 초과 제공되었다”고 지적했다.

○ 한 끼에 얼마나 먹어야 되나

이번 조사 결과 밥공기와 대접의 크기가 줄었다고 1인분의 양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반찬의 수가 많기 때문.

외식문화를 연구해온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조문수 교수는 “서양 음식은 차례대로 나오는 ‘시간 전개형’인 반면 한국 음식은 한꺼번에 왕창 나오는 ‘장소 전개형’이어서 음식의 양이 많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건강과민시대’에도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 환경부가 음식 쓰레기 발생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까닭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2001년 실시된 조사에서 식당 주인의 70%가 소비자들이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반면, 소비자들은 52%가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양이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음식 제공량 적정수준 줄여야

한영실 교수는 “음식 쓰레기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일반인들은 과다하게 제공되는 음식 중 자신의 적정량을 가려 먹기가 무척 어렵다”면서 “각 식당에서 음식 제공량 자체를 적정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각 음식, 반찬별 열량을 모두 써놓은 식단을 게시한 식당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교수는 또 “자신에게 맞는 옷의 사이즈를 알듯 자신에게 맞는 음식 사이즈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대체로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하므로 주문할 때 자신의 식사량을 미리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두에게 적당한 1인분의 표준을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성별 나이 활동량이 다르기 때문. 예컨대 성인 여성의 1일 권장량은 2000Cal이지만 종일 앉아서만 일하는 사람일 경우 섭취량을 1500Cal로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보통의 활동량을 지닌 여성보다 하루 밥 1과 2/3 공기 분량만큼을 덜 먹어야 한다는 뜻.

그렇다면 각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적당한’ 한 끼란 없을까. 바른식생활실천연대 김수현 대표는 저서 ‘밥상을 다시 차리자’에서 ‘얼마나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먹고 싶은 만큼 먹어야 한다. 그만큼이 안 되면 신체는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단 “변질된 혀, 늘어난 위, 다른 당질의 급격한 흡수, 장벽 손상에 의한 영양소 흡수불량 등 신체 상태에 의해 먹고 싶은 심리적 욕구가 증가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

그는 “소식(小食)은 목표가 아니라 먹고 싶은 만큼 먹은 것의 결과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내게 맞는 1인분’의 사이즈를 찾기 위해서도 자신의 활동량과 건강상태 등을 종합한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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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화된 1인분 음식의 기준



대한항공 1등석 기내식

인스턴트 쌀밥과 라면, 기내식 등 규격화된 1인분 음식들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됐을까.

현재 시판되는 CJ 햇반의 평균 무게는 210g, 큰 햇반은 300g이다. 일본 제품의 평균 무게 (200g)보다 다소 큰 편. CJ 쌀가공센터 관계자는 “한국인의 한 끼 평균 밥의 양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시중의 식당에서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공기에 밥을 꾹꾹 눌러 담으면 210g가량이 나온다. 쌀밥 210g의 열량은 약 300Cal. ‘대식가’들을 위한 300g짜리 큰 햇반은 전체 판매량의 20%에 불과하다. 카레밥 미역국밥같은 복합식 햇반에는 밥이 180g만 들어간다.

라면 한 봉지의 중량은 120g. 적당량의 물을 붓고 끓이면 대략 중량은 670g, 열량은 520Cal 가량이 된다. 계란, 김치와 함께 먹으면 거의 한 끼 식사량에 해당하는 700Cal에 육박한다. 간식용인 컵라면의 표준 크기는 85g. 최근에는 65g짜리 미니 컵라면이 더 많이 팔린다.

라면은 점차 경량화, 소형화하는 추세. 오뚜기 힘라면 시리즈는 중량을 기존의 120g을 140g으로 늘려 출시했으나 1년여 만에 단종됐고 한때 110g까지 늘어난 곱빼기 컵라면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비행기 기내식 1인분은?

대한항공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기준으로 1인분을 400g 정도로 맞춘다. 아시아나항공의 1인분도 350g 가량이다. 적어 보이지만 칼로리는 얼추 한 끼 식사 권장량에 비슷한 700Cal 가량이다. 중량은 많으나 열량은 높지 않은 한식의 습열 조리방식 대신 중량이 적고 열량이 높은 서양식 건열 조리방법을 따른 것. 주 요리를 기준으로 비즈니스 클래스급 이상은 일반석보다 중량이 약 15%가량 많다. 따라서 그만큼 열량이 높을 수 있으므로 ‘손님이 알아서’ 적당량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왜 기내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까. 이에 대해 대한항공 부속의원의 한복순 산업의학전문의는 “변압증의 해소로 인한 공복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만5000피트 상공에서는 기압이 떨어져 위 안의 공기가 약 20%정도 팽창하는 변압증 현상을 겪게 되며 지상으로 내려오면 위 안의 공기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에 따라 실제 기내에서 섭취했던 양과 관계없이 배가 고프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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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