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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우연의 법칙

sanna 2006.06.24 01:31
‘우연의 법칙’…우연을 인정해야 운명을 바꾼다

2001년 9월 10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한 은행에서 일하던 펠릭스 산체스는 독립의 꿈을 안고 사표를 냈다. 다음 날 9·11테러로 폐허가 된 무역센터 빌딩의 잔해를 보며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10주 후인 11월 12일 산체스는 뉴욕에서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고 이 비행기는 이륙 직후 추락해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이것은 그의 섬뜩한 운명이었을까. 그 어떤 우연에도 좌우되지 않는 인생의 경로라는 게 과연 있는 걸까. 아니면 단지 우연이 빚은 비극이었을까.

70여 년 전 비슷한 의문을 가졌던 미국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은 지능지수(IQ)가 135 이상이며 도시 중상류층의 자녀인 아이들 1500명의 일생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인생의 경로는 예측 가능한 것’이길 바랐던 터먼의 꿈은 날아갔다. 타일공 청소부 등 특별히 영재성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개인의 삶뿐 아니라 물질의 운동, 생명체의 진화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우연’이다. 독일 물리학자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생물학 물리학 철학 뇌과학 등 방대한 영역을 훑어가며 우연이 물질의 운동에서부터 개인의 머릿속에 이르기까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다.

우연히 발생한 사건들로 우리가 놀라는 까닭은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 속에 의도하지 않았던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산을 갖고 오지 않은 날마다 비가 내리면 우리는 ‘이상하네…’ 하고 생각하게 된다. ‘숨겨진 계획’을 찾는 것은 두뇌의 본능이다. 기억은 질서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두뇌는 본능적으로 주변의 사건에서 어떤 틀이나 연관을 찾아내려 한다. 불행한 사건에는 종종 이유가 없지만, 두뇌는 대답 없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이유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가 보여 주는 풍성한 사례들을 좇다 보면 어느덧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이르게 된다. 물질의 운동원리에서부터 삶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으로 가로지르는 시각의 넓이가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는 “조망할 수 없는 상황에선 때로 실수를 저지르고자 하는 용기가 도움이 된다”면서 맨 처음 떠오르는 방안으로 결정하기, 해결책을 잘게 쪼개는 작은 걸음 원칙, 분산 전략 등을 제시한다.

확신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태도가 지나치면 많은 기회를 잃는다.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신문 한 부에 사진이 몇 개 실렸는지를 세어보게 했다. 참가자들이 사진을 세는 데에는 최소 2분이 걸렸다. 그러나 와이즈먼이 신문 둘째 면에 ‘세는 것을 중단하시오. 이 신문엔 43개의 사진이 실렸습니다’라고 엄지손가락만한 글씨로 써 놓은 것을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예기치 않은 우연에 더 많은 여지를 허락하는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신중함을 가르치고 현재에 민감하게 만든다. 우연히 이 서평을 접하고 책을 읽은 이가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도 우연이 가져다주는 즐거운 선물이리라.







우연의 법칙 -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열린 가능성의 힘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모든 것은 정해진 법칙에 의해 필연적으로 움직인다'는 합리적 이성의 믿음과 모든 것을 인간의 통제 하에 두려는 욕망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우연의 힘을 여러 과학적 연구들을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탐구했다. 물리학, 철학, 뇌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적 측면에서 우연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작용을 살피면서, 동시에 우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창조와 자유의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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