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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등산일지를 쓴 게 78일이니 어언 두 달 만에 산을...ㅠ.ㅠ

그것도 계획에 없던 우발적 산행... 이래서야 히말라야 트레킹이 가능할까 모르겠다.

 

장보러 가는 길에 혼자 청계산에 다녀오다. 

자주 걸으려고 아이폰 측정 칩이 있는 나이키+ 트레킹화를 샀는데, 원터골에서부터 청계산 매봉까지 올라갔다 내려온 거리는 얼마 안 된다. 6.12km.

몇 년 전, 지리산, 설악산 종주를 다니고 팔팔할 때 청계산에 두 어번 간 적 있는데, 그땐 동네 뒷산 가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그런 줄 알고 밀레 청계산 매장에서 물품 몇 가지를 고른 뒤 느긋하게 산에 올랐던 것인데... 

예전 느낌만큼 쉽지 않다. 청계산이 힘들면 넉 달 뒤 히말라야는 어찌 가누. 눈 앞이 캄캄해진 암담한 기분으로 돌아온 산행. 주말마다 다닐 수 있을까.

 

# 비탈에서 계단이 왜 더 힘든지 모르겠다. 단조로움 때문일까. 청계산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점 중의 하나는 계단이 너무 많다는 것. 중반 이후엔 계단 오르기가 힘이 들어 거의 바닥만 보고 올라갔다힘이 들면 저절로 그렇게 바닥만 보게 된다. 당장 발을 내딛는 그 바닥만.

뜬금없이 어제 쓰다 만 원고가 떠올랐다. 기후변화와 아이의 생존권에 대해 한 기업 웹진에 실릴 글을 쓰는 중인데, 자료를 보다가 이런 걸 읽었다. 내가 일하는 단체의 스태프들이 케냐의 가뭄 때 사회적 보호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해 주민들을 인터뷰하다가 들은 말. 한 아이의 엄마에게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하더란다.

"당장 오늘 저녁 끼니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오늘은 뭘 먹고, 내일은 뭘 먹고, 처럼 눈 앞에 닥친 일 이상의 것, 가령 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까 처럼 미래의 일, 앞으로의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게 힘들다고......

 

# 손을 잡고 오르던 연인 한 쌍을 도중에 추월했다. 뒤에서 여자가 콧소리가 섞인 응석 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이, 더워, 오빠, 우리 어디서 자고 가면 좋겠다. ? 우리, 자고 갈까?"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남자의 히스테리컬한 웃음. 듣고 싶었던 말을 엉뚱한 장소에서 들어 당황한 건가. 사귄지 얼마 안 된 연인 같다. 높고도 길게 이어지던 남자의 묘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돌려 표정을 보고 싶은 걸 꾹 참다...

 

# 내려가던 길에, 산 위에서 팔러 가는 건지, 아이스박스와 생수 박스 서너 개를 지게 하나에 산처럼 잔뜩 이고 올라오는 청년을 마주쳤다. 내려가던 사람들이 우와~ 감탄을 하더니, 거의 모두들 청년에게 묻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를 들이댄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던 청년이 그들 모두를 쏘아보며 일갈했다. "찍지 마세요!"

아무도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못마땅했다. 남의 노동에 구경하는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부터가 눈꼴사나웠지만, 백번 양보해 짐의 크기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했으므로 촬영의 충동을 느끼는 것까지야 그럴 수 있다 치자. 도대체 왜 '찍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은 안하는 걸까. 일상화된 무례.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너무 뻔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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