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인터넷을 쓰지 않기. 대단한 결심까지 무에 필요할까, 물 흐르듯 스르르 하면 되겠지 했는데......아니나 다를까, 허투루 시작한 탓에 잘 지키지 못했다. -.-;;;
어쨌든 
주말마다 계속할 생각. 뭐가 달라질지, 어떤 변화가 쌓일지 나도 궁금하니, 간단히 적어두려고 한다.

 

금요일 (8.5) 저녁

원래 금요일 저녁 6시~일요일 자정을 인터넷을 끊는 안식일로 생각해두었는데, 이날 저녁엔 놀다보니 그런 결심을 했다는 걸 까먹어 버렸다. -.-;;;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함께 아는 친구들의 페이스북 그룹에 대해 말을 꺼냈다가 '어디 한 번 보자' 하는 바람에 스마트폰으로 접속. 그냥 보여주고 끄자니 좀 심심해서 페이스북 그룹에 몇 마디 댓글을 씀. 
집에 돌아오던 길에, 이날 저녁부터 인터넷 단식을 하려고 했다는 게 뒤늦게 떠올랐다...... 뭐, 지나간 일이야 어쩔 수 없으니 내 
주말은 금요일 저녁이 아니라 토요일부터라고, 나 편한 대로 생각해버리기로 함.


토요일
(8.6)

종일 소설책 붙들고 뒹구느라 스마트폰을 까맣게 잊어버린 바람에 인터넷 단식에 거의 성공할 뻔 했으나......요즘 사진을 배우시는 어머니가 밤에 동호회 카페에 올린 게시물을 찾아서 좀 봐달라 요청하시는 바람에 인터넷에 접속. "난 인터넷 쉬는 중이라 안돼요" 해야 될까 아주 잠깐 스치듯 생각했으나, 뭐 그리 깐깐하게 굴 필요 있나. 내 중독 때문이 아니고 어머니가 요청한 정보를 찾아드리려 접속한 거니까 이건 예외적 경우라 봐주기로 함.
어머니의 사진 동호회 카페만 들어갔다가 도망치듯 나와 서둘러 컴퓨터 전원을 끄는데 성공. 읽던 책이 재미있어서, 인터넷에서 빠져 나오는 게 아쉽지 않았다.


일요일
(8.7)

영어학원 다닐 형편이 안 되는 중학생들에게 이날부터 자원봉사로 영어를 가르쳐주기로 한 사람들과 만날 약속을 잡느라 별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사용. 이럴까봐 미리 금요일에 공지해두었는데, 나더러 예비 모임에 올 거냐, 센터로 바로 갈거냐고 카카오톡으로 묻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카카오톡을 쓰다보니 헷갈렸다. 카카오톡은 인터넷일까? 문자 메시지일까? 온갖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분류해 통제하게 될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부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듯. 
문제는, 카카오톡을 쓰다보니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지나가듯,
옆에 있던 페이스북과 트위터 버튼에 저절로 손이 간다는 것. 에잇~ 안되겠다. 애플리케이션들을 삭제해버림.
자원봉사자들 수업을 참관한 뒤 돌아오던 길. 평소 같으면 스마트폰의 메모장에 쓸 잡생각들을 수첩에 손글씨로 썼다. 10여년 전엔 필체 좋다는 말도 종종 들었는데, 손글씨와 하도 멀어지니 이젠 내 글씨체 같지도 않아서 낯설다. 
문제는 캘린더. 내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예전 핸드폰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만 꼽으라면 그건 구글과 연동해서 쓸 수 있는 캘린더 기능이다. 너무 익숙하다보니 인터넷 쓰지 말자 다짐한 주말에도 나도 모르게 캘린더를 열게 된다. 수첩에 낙서를 끼적이다가 떠오른 내일의 일도 계속 수첩에 적으면 될 것을, 캘린더를 열고 적어넣은 뒤에야 인터넷을 또 썼다는 걸 알아차렸다.
저녁엔 
뭘 쓸 게 있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인터넷 접속을 하지 않고 문서 작성만 하고 나오는데 성공. 이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인터넷 밖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일 듯. 컴퓨터를 그렇게 끄고 나오니, 평소 휘딱 지나가버리는 듯해 아쉬웠던 일요일 저녁이 낙낙해진 느낌이다. 토요일부터 책 한 권을 다 읽은 뒤 일요일에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난 뒤에도 시간이 남아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정작 복병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밤에 잠이 오질 않아 말똥말똥 누워 있다가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이젠 주말도 지나고 월요일인데, 이틀동안 내팽개쳐둔 RSS 리더기,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등을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맘이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내가 인터넷을 떠나 있던 이틀 동안 누가 무슨 말을 어디에 남겼을까 떠올리기 시작하니, 갑자기 영문을 알 수 없는 다급한 심정이 되어 거의 자리에서 일어날 뻔 했다. 언뜻 한 번 떠오른 이 생각이 의외로 끈질기게 달라붙는 바람에 한참 갈등을 겪어야 했으나......다행히도, 까무룩 잠이 들다. ^^

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