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한 가지 일을 하고 내일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고기를 잡으며 저녁엔 소를 사육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에는 비평을 할 수 있는 세상."

- 칼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

 

마르크스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세상. 요즘 이 말을 종종 생각한다. 지난 해 쓴 책에서도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비현실적인 아마추어로 살자는 거냐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을 한 가지 직업의 정체성에 갇히지 않고 자신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골고루 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마르크스의 이상이 사회적으로 현실화되긴 어렵더라도, 개인의 차원에서는 삶을 일에 꿰어 맞추는 대신 일을 삶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해 책을 쓰면서 만났던 사람이 '삶의 균형'을 강조할 때 그저 좋은 말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 내가 절실히 느낀다. 일이 곧 나 자신과 동일시되는 것은 싫다. 일이 정체성의 주된 내용이자 자존감과 행복의 주요 근원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마르크스가 사냥을 하고 소를 키운 뒤 비평을 할 수 있는 하루를 꿈꾸듯, 나도 내게 기쁨을 주는 대상에 시간을 나눠 쓰고 싶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은 거다. 습관은 질기다. 과로를 해야 뭔가 열심히 한다고 느끼고 기껏 술이나 마셔야 즐거워 지는 삶으로 점점 돌아가는 듯한 불안감.... 제동을 걸기 위해 이달부터 모종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직 어색하고 약간 불안한데, 어쨌든 2주가 지났다. 희미하지만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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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