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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예쁜 비밀 전시회를 했던 제 동생 김현경이 올해 개인전을 합니다.
전북 전주시의 갤러리 공유 (063-272-5056)에서 '일상의 낯선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11일 오픈했구요. 3월31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해 우연히 참여한 그룹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눈여겨본 갤러리의 초대로 열리게 됐습니다. 지난 해에도 매일 보는 창밖 풍경에서 예쁜 비밀을 건져내었던 제 동생은 올해에도 그 연장선 상에서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매일 보는 담벼락" "매일 가는 밥집의 작은 화단"에서 그가 찬찬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건져올린 화사한 풍경들입니다.
"102호와 103호 사이"라는 제목을 단 위의 그림은 말 그대로 아파트 102호와 103호 사이의 담벼락에 붙은 자잘한 담쟁이 넝쿨들입니다. 동생이 그리기 전에는 우중충한 콘크리트 담벼락 위에 저 자잘한 식물들이 화사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줄도 몰랐었네요. 맨 위의 메인포스터도 인쇄물을 스캔한 것이라 좀 흐리게 보이긴 하는데, 지난 가을 집 앞 주차장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꽃잎들을 모티프로 삼은 "주차장" 연작입니다.
 
아래의 그림 "103호 앞 2"는 아파트 앞의 볼품없는 화단에 피었던,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들꽃이구요.

문외한인 저의 주절거림 대신, 아래 '작가의 말'을 붙입니다. 혹시 이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 중 전주나 인근 도시에 사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놀러가보세요. 갤러리가 전북대학교 앞 번화가에 있지만 작고 소담한 정원, 카페가 함께 있어서 호젓한 느낌을 줍니다. 가까이 계시는 분들은 봄의 햇살과 잘 어울리는 제 동생의 그림도 보고 차 한잔 하는 나들이를 계획해보세요~. ^^

작가의 말

생물학적 개념 중에 ‘역치’라는 말이 있다.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이르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역치가 없다면, 오감이 느낄 수 있는 것마다 모두 반응을 나타낸다면 너무나 피곤해서 생산적인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미개한 인간으로 남거나 세세한데 모두 신경 쓰다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생물학적 본능이 그렇게 생겨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일상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간혹 사진기를 들이대기만 하면 쓰레기통조차 그림이 되는 타지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곳 주민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그토록 아름다운 그들만의 환경이 그들의 '역치'가 되기에는 이미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예술가들은, 역치가 낮은 사람들이 아닐까. 남들은 지나치는 일상에도,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감탄하고, 화내고, 의미를 캐는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삶이 힘들지만 그러면서도 더 아름답고 역동적인 '삶'을 가깝게 느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오감이 무척 예민한 편이다. 시각 뿐 아니라 듣기도 잘 듣고, 냄새도 잘 맡는다. 좀 덜 느낄 수 있으면 덜 피곤할 텐데…라고 바랄 때도 많지만, 싫지만은 않다. 주변에 늘 있지만 내가 먼저 발견해 내는 것, 혼자서 느끼게 되는 무언가가 있을 때는 내게만 주어진 어떤 비밀스런 선물 같아서 감히 불평은 못 할 것 같다.

일상이 무미건조할 때,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예술가처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은 사시사철의 변화가, 작게는 매일의 날씨 역시 일조를 하는 것 같다. 늘 보던 나무에서 못 보던 꽃이 피고 지고 하니까. 스스로의 역치를 조금 낮춰서 보면 매일 보던 담벼락도, 매일 가는 밥집 앞의 작은 화단도 너무 화사하고 새로워서 눈물이 찔끔 혹은 미소가 살짝 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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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EJ 축하드립니다. 오늘 미사때, 신부님께서 3월이지만 아직 봄을 "찾아야만" 느낄 수 있다는 얘길 하셨는데, 동생분 그림도 그 "찾는 눈"을 가진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 인 것 같네요. 전주에 사는 친구에게 이 포스트를 전달해주어야겠네요. 2010.03.14 00:4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감사합니다.정말 3월인데도 봄이 사방에 있진 않더군요. 2010.03.14 16:1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naver.com/tobeortohave 지아 작년에 한국 갔을때 전주에서 공유에 자주 갔었는데... 저의 집이 바로 그 옆이거든요. 거기서 전시를 하는군요. 아 보고 싶다. 저도 역치는 무척 낮은편인 것 같은데 현경씨처럼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없어서 ㅋㅋㅋ 그림 좋네요.. 2010.03.14 06:2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아,너네 집이 거기에 있구나. 길도 새로 뚫리고 나는 이번에 처음 가본 곳. 좋더라. 2010.03.14 16:19 신고
  • 프로필사진 동생 멋지십니다...화이팅!(진짜 동생께) 2010.03.14 15:0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ㅎㅎㅎ 고마우
    내 동생이 예전에 '동생'이라는 댓글을 보고,
    아니, 내가 동생인데 이 분은 누구셔? 한 적이 있다는 ^^
    2010.03.14 16:21 신고
  • 프로필사진 사복 지난 번 전시회 때, '다음 전시회는 꼭 끝나기 전에 알려주세요!'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아뿔싸, 전주로군요..;; 어쿠야;;

    가보기에는 너무 멀어서.. '역치가 낮은' 그림들을, 그리고 그만큼 예민하고 예쁘게 와닿는 글을, 대신 보고, 대신 읽고 갑니다...

    산나님 동생분, 전시회 축하드려요.. ^^*
    2010.03.14 16:1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그러게요. 가까운 곳이면 좋았을텐데~
    전시가 아니라도 언제 기회되면 전주에 한번 가보세요.참 예쁜 도시예요.
    2010.03.14 16:22 신고
  • 프로필사진 lebeka58 전주를 내 생애 두번째 방문할 기회인가 생각이드네요, 학교때 답사여행으루 딱 한번 가본 곳이거든요, 마침 동생이 전북대 수업이 있는 날 겸해서 찡겨 내려가 그림보구 와인마시면서 역치 좀 낮춰볼까해요. 2010.03.15 08:4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와~갤러리가 전북대 바로 앞에 있고 바로 옆에 와인바도 있어요.^^ 2010.03.15 11:48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0.03.15 09:52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전부 유화. 호수는 모르겠네.꽤 큰 편인데. 네 말 전해줄게. 되게 좋아하겠다. ^^ 2010.03.15 11:47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0.03.15 19:25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50호란다~ ^^ 2010.03.15 21:1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elwin.tistory.com 엘윙 들꽃도 클로즈업하면 저렇게 화려한거군요.
    전시회 제목처럼..일상인데 역치를 낮추면 신기하고 낯선 기분입니다.
    미술학원을 두달째 다니고 있는데..연필로 도형그리다가 지쳤지 뭐에요. ㅜ_ㅠ
    2010.03.15 22:4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오~그래도 두달쨰 다니신다니 조만간 엘윙님의 그림도 볼 수 있겠는걸요 ^^ 2010.03.16 00:4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elwin.tistory.com 엘윙 이번달까지만 다니기로 했습니다. ㄱ- 2010.03.20 17:57 신고
  • 프로필사진 마음산 아하, 이런, 전주라니! 어떻게 단체 관람을, 봄소풍 삼아...
    산나님은 '그림 읽어주는 분'으로 무조건 '또' 가시는 것으로,
    추진함해보면 어떠실지...(단체란 몇 사람 이상인 건지 모르지만^^)
    '102호와 103호 사이' 인상적입니다.
    담쟁이의 꿈은 달까지 이르는 거라는데...
    2010.03.20 23:06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눈에 잘 띄지않는 담벼락에 달라붙어 그런 꿈을 꾸다니,
    앙큼한 것들이로군요! ^^
    전주에 단체관람 못가면 서울에서 단체 밥이라도 먹지요. (단체란 2인 이상입니다 ^^)
    2010.03.20 02:0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ufosun.com UFO 와우~~~추카드립니다...
    자매작가 집안이시네...
    2010.03.23 09:4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무슨 과찬의 말씀을...'작가와 그의 언니'지 ^^ 2010.03.23 23:23 신고
  • 프로필사진 lebeka58 봄비를 맞으며 그야말로 오랜만에 전주에 갔었지요. 갤러리 <공유>에서 평밤한 일상에서 놓치고 사는 것을 작가의 시선으로 건져 풀어 놓은 작품 감상 잘 했지요. 작품 곳곳에서 디자인적인 요소가 살짝 살짝 엿보이면이 재미있더라구요. 글구 저두요 매일 매일 일상에서 감탄하고 살아야겠단 생각으로 살고 있답니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2010.05.14 11:4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정말로 다녀오셨군요.이렇게 황송할 데가....감사합니다.
    동생에게도 알려줘야겠어요. 무지 좋아할 거예요.^^
    2010.05.16 23: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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