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직전인 노트북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1년여전 다녀온 여행 사진들이 ‘내그림’ 폴더에 쌓여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 이제 와서 정리하자니 엄두도 안나고, 그저 몇 개씩 묶어 압축해 USB로 옮기던 중 에딘버러의 이 카페 사진들에서 손이 멈추었다. 이걸 이제사 찾다니.

올해 초 '터닝 포인트' 시리즈로 사람들을 인터뷰한 일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인터뷰 끄트머리에 자기 딸이 해리 포터의 '생가'를 꼭 가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를 썼다는 그 카페 말이다. 그 분이 누구인지,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아마 따님이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거나, 아니면 내가 다녀온 스코틀랜드 여행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이었거나...)는 잊었다. 그 때 이 사진들을 그 분 따님께 보내줘야지, 생각했는데, 그것도 난삽한 사진 폴더를 좀 뒤지다 말고 깜빡 잊어 버렸다...혹시나 그 분이 그때 나랑 약속 장소 정하는 메일을 주고받다가 내 블로그 주소를 보게 되어 여길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우연히라도 그 분 따님에게 이 사진들이 가닿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여기 올려놓는다.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를 썼다는 그 카페 ‘Elephant House’다. 오른쪽 아래 구석에 ‘해리 포터’가 여기서 태어났다고 표지만 붙여놨을 뿐, 안에 들어가도 더 뭐 언급이 없다. 요란스럽게 떠들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카페 이름만 ‘Elephant house’인 것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면 벽장식 그림, 책꽂이에 꽂힌 책들의 주제, 몇 개 세워둔 조각 장식의 모양이 죄다 코끼리다.  

안쪽은 생각보다 넓고 크다. 낡은 책상과 의자들. 롤링이 어디쯤 앉아서 해리 포터를 썼을까를 생각하면서 둘러보다가 저 왼쪽 창문들 사이의 좁은 벽 앞, 한 청년이 책을 읽고 있는 자리가 눈에 띄었다. 너무 밝은 창문 옆도 어울리지 않을 것같고, 내가 앉아있던 자리인 책장 앞도 어쩐지 어울리지 않고, 저기라면 적당한 그늘 아래 고개 숙이고 글을 쓰다가 가끔 머리를 들면 앞쪽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 덕분에 덜 우울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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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