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간 안 지키면 죽는 줄 알고 살아온 게 어언 십여 년인데….
난생 처음으로 마감을 어겼습니다.
그저께 [중년의 터닝포인트] 인터뷰 시리즈 한 회를 빠뜨렸습니다. ㅠ.ㅠ
블로그에 연재하고 인터넷 뉴스로 잠깐 떴다 사라지는 시리즈라서 별로 보는 사람이 없긴 합니다만,
어쨌건 이 시리즈 봐주시는 몇몇 분들께는 죄송….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뜻대로 하는 시리즈이다 보니
느닷없이 몰려온 일의 쓰나미에 치여 그만 펑크가 나버렸네요.
전 누가 ‘쪼아대지’ 않으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타율적 인간이라는 자각과 함께,
난생 처음 마감을 펑크 낸 충격에 스스로 놀라고 있습니다.
(펑크 내도 안 죽는 구나….하는 놀라움 ^^;)
중년에 길을 바꾼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조지프 캠벨이 ‘신화의 힘’에서 인용한 트리스탄의 염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트리스탄의 말이라지요.
“이 세상에 내 세상도 하나 있어야 하겠다. 내 세상을 가질 수 있다면 구원을 받아도 좋고 지옥에 떨어져도 좋다.”
제가 만난 사람들이 터닝 포인트를 돌 수 있었던 동력 역시 ‘내 것’ ‘내 인생’에 대한 강렬한 소망이 아닐까 싶네요.
그 소망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없던 용기도 내게 되나 봅니다. 중복이 되어 다 쓰지 않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그들이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용기”였습니다.
용기…라고 적고 나니, 언젠가 제 친구가 편식이 심한 아들에게 “시금치를 먹는 것도 용기”라고 했다던 말이 생각나는 군요.^^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 시도해본 ‘사소한 용기’는 평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직설적 비판을 퍼붓는 대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애를 써본 일입니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포용력이라곤 거의 없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이미 빠진 삼천포로 퐁당~ ^^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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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2009/04/17 05:36
데드라인에 죽고 살던 지난 십여년... 혼자 애 키우면서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그러면서 혹시라도 응급상황이 벌어져 데드라인 못 맞출까봐 늘 데드라인 일주일전까지는 일을 마칠 수 있게 계산하며 하루 16시간씩 뛰었던 기억이 ㅠ.ㅠ 최근 몇년간은 내가 24/7으로 구르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반 여유반으로 떨어지는 프로젝트 튕겨준적도 있었지만요 ㅎㅎ.언니는 정말 이십여년 가까이 늘 마감에 맞춰 일을 해오셨겠네요. 대단해요. 난생 처음 어긴 마감이라.. 추카해요!!! 뭐든 시작이 어렵다니까요~~(퍽! 응? 이게 아닌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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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산 2009/04/17 16:59
한 회가 빠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역시 펑크가 나긴 났었군요. 트리스탄이 한 말이나 되새겨보면서 터닝포인트 읽은 셈을 쳐야 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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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09/04/18 13:25
'난생 처음 마감을 어겼습니다' 란 말씀에 충격을 받았어요, 전직장에서의 저의 행적 땜시찔끔 했네요, 물론 산나님의 기사마감과는 좀 다르지만요.. 하여간 반성 무지 했어요(?)
인터넷 켜고싶은 맘이 들게 하는게 "그녀 가로 지르다' 라면?? ㅋㅋ! 세상과의 좋은 만남의 네트워크란 생각이어요.-
sanna 2009/04/21 22:48
lebeka58님의 전직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군요.
lebeka58님 댓글을 읽으니 더 자주 써야 한다는 반성과 함께
안에 뭐 든게 있어야 더 자주 쓰지, 하는 자책이 교차합니다. 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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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9/04/19 18:17
마감을 처음 어기셨다니..아마 두번째부턴 충격이 덜하실겁니다.으흐흐흐.
10여년간 마감을 지키셨다니 그것이 제겐 충격입니다. 위의 레베카님과 비슷한 심정..-ㅅ--
sanna 2009/04/21 22:51
오늘도 머리에 김이 날 정도로 정신이 없다보니, 에라이, 또 쓰지말까 하는 유혹이 모락모락....-.-;;;
역쉬 한번 저지르면 그 뒤부텀 쉬워지는 듯...
(근데 이거 사무실후배들이 보고 따라하면 안되는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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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9/04/19 22:45
아하하하 모범생이 그런 일을 하시다니..
펑크나도 아무일 없다는 큰 교훈 배우셨다니 의미있는 펑크네요.
이일로 산나님 터닝포인트가 당겨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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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꽃 2009/04/25 23:18
김호님 블로그을 가끔 들르는데 물결 타고 우연히 따라왔어요. 마음이 따스한 글에 감사합니다. 저 또한 서른 네살에 멀쩡한 회사 나와 바람 같이 물 같이 살다보니 공감되는 글들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가끔 들려 읽고 가겠습니다. 왠지 펑크도 해볼만 한데요. ^^ - Sharon 노윤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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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4/28 21:31
앗, 인터뷰후보 리스트에 올려야 하겠군요.^^
인터뷰 대상자를 '서른다섯이후 전환'이라고 기준을 정해두었는데,
노윤경님 때문에 은근슬쩍 한살 내려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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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둑 2009/05/14 08:59
요즘 뭐 하시나 잠깐 둘러보고 간다는 것이 그만 터닝포인트 시리즈를 몽땅 읽고 말았네요. 참 재미있고 유익한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저에겐 많은 용기도 되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중 '펑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터닝포인트를 결행한 사람들은 '내 것' '내 인생'에 대한 강렬한 소망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오히려 내 것, 내 인생만을 추구한 삶에서 무력해져서 터닝을 결행했을 것라는 생각...그렇다고 찾는 것이 '진정한 내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중년의 터닝포인트는 내 것만을 추구하다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몸부림이 아닐까요? 내 것만을 추구하다 망쳐놓은 관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내 것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요? ..뭐 이런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모쪼록 강령하시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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