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6 19:26

펑크내다....

마감시간 안 지키면 죽는 줄 알고 살아온 게 어언 십여 년인데….

난생 처음으로 마감을 어겼습니다.

그저께 [중년의 터닝포인트] 인터뷰 시리즈 한 회를 빠뜨렸습니다. ㅠ.ㅠ

블로그에 연재하고 인터넷 뉴스로 잠깐 떴다 사라지는 시리즈라서 별로 보는 사람이 없긴 합니다만,

어쨌건 이 시리즈 봐주시는 몇몇 분들께는 죄송….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뜻대로 하는 시리즈이다 보니

느닷없이 몰려온 일의 쓰나미에 치여 그만 펑크가 나버렸네요.

전 누가 ‘쪼아대지’ 않으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타율적 인간이라는 자각과 함께,

난생 처음 마감을 펑크 낸 충격에 스스로 놀라고 있습니다.

(펑크 내도 안 죽는 구나….하는 놀라움 ^^;)


중년에 길을 바꾼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조지프 캠벨이 ‘신화의 힘’에서 인용한 트리스탄의 염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트리스탄의 말이라지요.


“이 세상에 내 세상도 하나 있어야 하겠다. 내 세상을 가질 수 있다면 구원을 받아도 좋고 지옥에 떨어져도 좋다.”


제가 만난 사람들이 터닝 포인트를 돌 수 있었던 동력 역시 ‘내 것’ ‘내 인생’에 대한 강렬한 소망이 아닐까 싶네요.

그 소망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없던 용기도 내게 되나 봅니다. 중복이 되어 다 쓰지 않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그들이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용기”였습니다.

용기…라고 적고 나니, 언젠가 제 친구가 편식이 심한 아들에게 “시금치를 먹는 것도 용기”라고 했다던 말이 생각나는 군요.^^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 시도해본 ‘사소한 용기’는 평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직설적 비판을 퍼붓는 대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애를 써본 일입니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포용력이라곤 거의 없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이미 빠진 삼천포로 퐁당~ ^^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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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UFO 2009/04/16 22:46 address edit & del reply

    삼천포 사람 맘 아파한데여..
    쓰지말래여....
    근데..진짜 많이 빠졌네여

    • BlogIcon sanna 2009/04/17 23:34 address edit & del

      ㅎㅎㅎ 넘 빠져떠....

  2. BlogIcon 지아 2009/04/17 05:36 address edit & del reply

    데드라인에 죽고 살던 지난 십여년... 혼자 애 키우면서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그러면서 혹시라도 응급상황이 벌어져 데드라인 못 맞출까봐 늘 데드라인 일주일전까지는 일을 마칠 수 있게 계산하며 하루 16시간씩 뛰었던 기억이 ㅠ.ㅠ 최근 몇년간은 내가 24/7으로 구르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반 여유반으로 떨어지는 프로젝트 튕겨준적도 있었지만요 ㅎㅎ.언니는 정말 이십여년 가까이 늘 마감에 맞춰 일을 해오셨겠네요. 대단해요. 난생 처음 어긴 마감이라.. 추카해요!!! 뭐든 시작이 어렵다니까요~~(퍽! 응? 이게 아닌가?! ㅋㅋ)

    • BlogIcon sanna 2009/04/17 23:36 address edit & del

      내 글이나 니 댓글이나 삼천포로 빠지긴 마찬가지구나.^^
      그나저나 너 장하다. 충분히 쉴만도 해.

  3. ... 2009/04/17 09:52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이 시리즈 재밌게 읽고 있고,
    느끼는 바도 많습니다.

    • BlogIcon sanna 2009/04/17 23:36 address edit & del

      아! 정말 감사합니다....

  4. BlogIcon 이승환 2009/04/17 09:59 address edit & del reply

    아으, 저도 터닝 포인트가 좀...

    • BlogIcon sanna 2009/04/17 23:37 address edit & del

      수령님은 터닝하시기엔 넘 젊지 않으시우?

  5. BlogIcon 구월산 2009/04/17 16:59 address edit & del reply

    한 회가 빠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역시 펑크가 나긴 났었군요. 트리스탄이 한 말이나 되새겨보면서 터닝포인트 읽은 셈을 쳐야 겠습니다..^_^

    • BlogIcon sanna 2009/04/17 23:39 address edit & del

      허접한 글 잘 읽어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6. BlogIcon 현숙 2009/04/17 17:48 address edit & del reply

    음...위에 트리스탄의 말, 강렬하게 박히네요. 아아..."이 세상에 내 세상도 하나 있어야 하겠다." ^^

    • BlogIcon sanna 2009/04/17 23:42 address edit & del

      그러게....
      그같은 열망과,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면 하는 소망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는~ ^^

  7. 2009/04/17 20:1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04/17 23:44 address edit & del

      아,저 말입니까? ^^
      anger management가 되면 포용력 없음 운운하겠수? -.-;;;

  8. lebeka58 2009/04/18 13:25 address edit & del reply

    '난생 처음 마감을 어겼습니다' 란 말씀에 충격을 받았어요, 전직장에서의 저의 행적 땜시찔끔 했네요, 물론 산나님의 기사마감과는 좀 다르지만요.. 하여간 반성 무지 했어요(?)
    인터넷 켜고싶은 맘이 들게 하는게 "그녀 가로 지르다' 라면?? ㅋㅋ! 세상과의 좋은 만남의 네트워크란 생각이어요.

    • BlogIcon sanna 2009/04/21 22:48 address edit & del

      lebeka58님의 전직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군요.
      lebeka58님 댓글을 읽으니 더 자주 써야 한다는 반성과 함께
      안에 뭐 든게 있어야 더 자주 쓰지, 하는 자책이 교차합니다. 에궁~

  9. BlogIcon 엘윙 2009/04/19 18:17 address edit & del reply

    마감을 처음 어기셨다니..아마 두번째부턴 충격이 덜하실겁니다.으흐흐흐.
    10여년간 마감을 지키셨다니 그것이 제겐 충격입니다. 위의 레베카님과 비슷한 심정..-ㅅ-

    • BlogIcon sanna 2009/04/21 22:51 address edit & del

      오늘도 머리에 김이 날 정도로 정신이 없다보니, 에라이, 또 쓰지말까 하는 유혹이 모락모락....-.-;;;
      역쉬 한번 저지르면 그 뒤부텀 쉬워지는 듯...
      (근데 이거 사무실후배들이 보고 따라하면 안되는데..-ㅅ-)

  10. BlogIcon inuit 2009/04/19 22:45 address edit & del reply

    아하하하 모범생이 그런 일을 하시다니..
    펑크나도 아무일 없다는 큰 교훈 배우셨다니 의미있는 펑크네요.
    이일로 산나님 터닝포인트가 당겨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

    • BlogIcon sanna 2009/04/21 22:57 address edit & del

      어허~ inuit님 무슨 말씀을! (먼산...)

  11. 2009/04/20 12:2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04/21 22:58 address edit & del

      아, 정말 요즘같아선 어디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새 주소로 놀러가마

    • 2009/04/22 17:01 address edit & del

      비밀댓글 입니다

  12. BlogIcon 한국의 꽃 2009/04/25 23:18 address edit & del reply

    김호님 블로그을 가끔 들르는데 물결 타고 우연히 따라왔어요. 마음이 따스한 글에 감사합니다. 저 또한 서른 네살에 멀쩡한 회사 나와 바람 같이 물 같이 살다보니 공감되는 글들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가끔 들려 읽고 가겠습니다. 왠지 펑크도 해볼만 한데요. ^^ - Sharon 노윤경 드림

    • BlogIcon sanna 2009/04/28 21:31 address edit & del

      앗, 인터뷰후보 리스트에 올려야 하겠군요.^^
      인터뷰 대상자를 '서른다섯이후 전환'이라고 기준을 정해두었는데,
      노윤경님 때문에 은근슬쩍 한살 내려야 할지도...^^

  13. BlogIcon 미래도둑 2009/05/14 08:59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뭐 하시나 잠깐 둘러보고 간다는 것이 그만 터닝포인트 시리즈를 몽땅 읽고 말았네요. 참 재미있고 유익한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저에겐 많은 용기도 되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중 '펑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터닝포인트를 결행한 사람들은 '내 것' '내 인생'에 대한 강렬한 소망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오히려 내 것, 내 인생만을 추구한 삶에서 무력해져서 터닝을 결행했을 것라는 생각...그렇다고 찾는 것이 '진정한 내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중년의 터닝포인트는 내 것만을 추구하다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몸부림이 아닐까요? 내 것만을 추구하다 망쳐놓은 관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내 것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요? ..뭐 이런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모쪼록 강령하시옵기를...

    • BlogIcon sanna 2009/05/15 23:52 address edit & del

      우하~ 미래도둑님, 오래간만.
      한국에 언제 오세요? 터닝포인트 인터뷰 요청해야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