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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김호 씨는 제 블로그 이웃입니다. (아래 김호 씨 이름에 블로그 링크 걸어두었습니다) 블로그를 관심갖고 보다가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사실은 인터뷰 대상자 중 맨 처음에 만난 사람입니다. 일요일에 귀한 시간을 할애해 그 듣기 좋은 목소리(!)로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제대로 잘 정리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김호 씨 인터뷰를 마치면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 때 말한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김호 씨만큼 삶에 산재한 경험들을 잘 잇고 통합해낸 사람도 참 드물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와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김호 씨의 강의를 들어볼 기회도 있었는데요. 강의 참 부러울 정도로 잘 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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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터닝 포인트]<6> 김호 씨- 에델만 코리아 사장에서 1인 기업으로

Before: PR컨설팅사 에델만 코리아 사장
After: 위기관리 전문가. '더 랩 에이치' 운영.
Age at the turning point: 39


‘박수칠 때 떠나라’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김호 씨(41)는 말 그대로 박수칠 때 떠났다. 대형 PR컨설팅사인 에델만 코리아에서 서른 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서른여섯에 사장이 되었다. 그가 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회사는 매년 최고 매출기록을 갱신했다. 커리어가 절정에 올랐던 2007년, 그는 자진해서 사장을 그만두었다. 지금은 위기관리전문가로 1인 기업인 ‘더 랩 에이치’를 운영하고 있으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가 잃은 것은 타이틀과 고액 연봉. 얻은 것은 삶의 균형과 장기적인 자신 만의 일, 그리고 행복감이다. 그는 “인생 전환으로 인한 변화는 과거의 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일에 대해서도 “타이틀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업(業)을 추구하면 직(職)은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동시에 찾아온 성공과 위기


2004년은 그에게 잊지 못할 해였다. 성공과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고속승진으로 사장이 되었지만 같은 해, 이혼의 고통을 겪었다. 성공했으나 행복하지 않았다. 숨 가쁘게 달려온 30대 때, 그에게 가장 두려운 질문은 “취미가 뭐냐?”는 것이었다. 늘 할 말이 없었다.


전환의 계기는 2006년에 찾아왔다. 코엑스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본 조지 나카시마의 가구 디자인은 그에게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왔고, 그는 바로 다음날 사표를 썼다.

“그만둔다는 생각이야 그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사표를 쓰게 된 데에는 목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아마 10%는 작용했을 거예요. 세상에 PR 말고도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의 전문 분야에서 원하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했다.

“사장을 하면서도 연 100시간 이상 기업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코칭을 해왔는데 회사 경영 때문에 이 일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사장을 나보다 잘 할 사람은 많겠지만 위기관리 코칭 분야에선 내가 제일 잘 하고 싶다는 욕구도 컸구요.”


또 블로그로 대변되는 개인 미디어의 발전 양상과 그로 인해 달라진 여론 형성 과정을 지켜보면서 위기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디어의 변화에 대한 연구도 하고 싶었다.


사장을 그만둔 뒤 그가 이뤄낸 결과를 보면, 그는 이 세 가지 요구를 정확하게 해결했다. 목공예를 배워 가구 9개를 만들었으며 일과 놀이 문화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회복했다. 1인 기업을 만들어 위기관리 코칭에 전념하고 있으며 연구를 위해 KAIST 대학원에 다닌다. 이 깔끔한 전환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 세상의 지혜를 끌어 모으기


그는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는 데에 적극적이다. 에델만 코리아의 사장이 될 때부터 사비를 들여 호주의 리더십 코치와 계약을 맺고 3년간 코칭을 받았다. 젊은 나이의 경륜 부족을 상쇄하기 위해서였다.

“리더십 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 코칭을 받았어요. 그가 강조한 핵심은 ‘균형’이었어요. 일과 가족, 문화, 놀이가 삶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나는 일에 80%가 몰려 있어서 문제라고 늘 지적했지요.”

리빙 디자인 페어를 가게 된 것도 이 같은 코치의 조언 덕분이었다.


또 사장을 그만두기 전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가 운영하는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참여해 2박3일간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돌아보는 경험을 하면서 공부와 1인 기업을 하자는 꿈을 구체화했다.

박사과정 진학도 사장 시절 프로젝트 때문에 알게 된 KAIST 정재승 교수와 의논하면서 구체화됐고, 회사를 그만둔 뒤 7개월간 하프타임을 갖게 된 것도 1년에 한두 차례 만나는 한 신문사 논설위원으로부터 ‘삶의 하프타임’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 듣고 나서였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돼요. 사람들의 좋은 영향으로 길이 열리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멘토가 정말 중요해요.”


● 좋은 뒷마무리 그리고 하프 타임

그는 실제로 그만두기 7개월 전 사표를 냈다. 회사가 후임자를 새로 구할 시간을 주고 일을 제대로 승계하기 위해서였다. 후임자를 함께 물색했고 새 사장이 정해진 뒤에는 한 달간 함께 일하며 돕고 회사를 떠났다. 그의 이런 성실한 뒷마무리는 나중에 그가 홀로 서기를 할 때에도 평판에 도움이 되었다.


사장을 그만둔 뒤 그는 시간을 온전히 자신에게만 할애하는 ‘하프 타임’을 7개월간 가졌다. 호주 코치의 권유로 경영과 참선을 접목한 캐나다의 캠프에도 다녀왔고 더블린에서 열린 창조성 워크샵도 다녀왔다. 오래 혼자 지내고, 여행하고 책을 읽었다.


“하프타임은 내 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 익숙한 환경으로부터는 배울 게 별로 없어요. 혼자 낯선 곳으로 떠나야 아이디어도 생성되지요.”


조직의 보호막이 사라진 상태에서 하프 타임을 시작하며 그는 처음엔 자격지심이 생기더라고 했다. 자주 가는 식당에서도 대접이 달라진 것만 같았고, 평일 낮에 아파트를 오가다 경비 아저씨를 마주치면 괜스레 민망했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평일 오전 10시에 이마트를 가는 데 아무렇지도 않았을 때 “아, 자유다”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고 한다.


● ‘A4 멘탈리티’ 벗어나기와 자기 암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이 처음부터 뚜렷한 사람 같았는데 그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20대 때도 PR이 제 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하프타임 때 생각을 구체화했어요. ‘From what’이 아니라 ‘For what’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애를 썼어요.”


원하는 것을 찾는 작업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기록이었다.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면 기분에 따라 선택하게 되니까 기록해놓고 계속 들여다보면 균형 잡힌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기록을 할 때에도 ‘A4’ 멘탈리티(mentality)를 벗어나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컴퓨터의 A4 화면에 갇혀 있으면 생각도 제한되는 면이 있어요. 낯설게 하기를 자꾸 시도해봐야 막힌 생각도 뚫리지요. 저는 줄 없는 노트를 활용했어요. 스케치북에 여러 색 사인펜으로 꿈을 기록하고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고, 하프 타임을 갖고, 스스로 자신의 꿈을 기록한 뒤 남은 일은?

바다에 자신을 던져 넣는 것이다.


“일단 바다에 뛰어들어야 수영을 하는 거잖아요. 너무 꼼꼼하게 계획하면 모험을 하기 어렵습니다.”


뛰어들 때 중요한 건 자기암시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경험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입 안이 어떤가요? 침이 고이지 않나요? 두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요. 상상하면 현실이 됩니다. 뇌가 뭔가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 몸의 세포가 그리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고 봐요. 무작정 ‘하면 된다’가 아니라 꿈꾸는 일의 중요성을 말하는 겁니다. 꿈이 있으면 스쳐 지나가는 일에서도 관심사가 눈에 걸리고 자꾸 돌아보게 되고, 그런 것들을 통해 길이 열리는 거지요.”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jungyunho.com/blog 정윤호 제가 꼭 닮고 싶은 분 중 한분입니다. 악수를 할 때마다 꽉 쥐어주는 손이 존중받는구나,하는 느낌을 주시는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09.03.25 11:5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아, 알고 계시는군요.^^
    저도 배울 게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9.03.25 22:1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inuit.co.kr inuit 이 연재 아주 좋습니다.
    기대가 큽니다.
    좋은 책이 만들어질거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길을 찾은 산나님도 마지막 챕터에 나오게 되실거라 믿습니다. ^^
    2009.03.25 22:24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헐~ 마지막 챕터까지 책 기획을 다 해주시는군요.^^
    응원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요~~~
    2009.03.26 01:3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ongkang.tistory.com 구월산 블로그를 통해 알고있는 김호님의 역사(?)에 대해서 끄덕끄덕하면서 보았습니다. tunning point의 글들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가지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9.03.26 13:5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쓰는 저 뿐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계기가 된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죠. 2009.03.26 22:5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dangunee.com 당그니 늘 뭔가 생각하게 하는 인터뷰입니다. 즐겨보고 있어요^^ 2009.03.28 02:24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아,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죠? 2009.03.29 02:0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hohkim.com 김호 김 차장님. 다시 한 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지난 한 주 중간고사! 치루고, 밀린 모임에 나가느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트랙백을 걸기도 했지만, 인터뷰를 통해 다시 제 하프타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요즘에 와서는 하프타임을 지나 새롭게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하는 고민을 해봅니다. 그 그림이 나오기까지는 또 때로는 불안한 날들을 보내기도 하겠지요. 방학이 되면 또 광화문에서 맥주 한 잔 해요! 2009.03.30 06:3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중간고사......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
    김호님이 새로 그릴 그림이 기대되는군요.
    맥주를 사실 방학 역시 학수고대하겠습니다.^^
    2009.03.31 20:1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junycap.com/blog 쥬니캡 호형님의 하프타임 스토리는 저도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차장님께서 공유해주신 기사를 통해 추가적인 팩트들을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도 멋진 터닝 포인트을 보여주는 분들의 내용을 블로그를 통해서도 접하겠습니다. 쌩유~~~ 2009.03.30 10:53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감사합니다.^^ 2009.03.31 20:16 신고
  • 프로필사진 lebeka58 유익하고 흥미있는 연재네요, 천편일률적으로 과장된 성공기보담 훨 진솔한 모습에 감동과 느낌이
    백배네요. 특히 김호님의 블로그 방문으로 기업위기에 대한 정보를 알게되었사와요. 땡스!
    2009.03.30 12:3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엇, 오랫만이네요 lebeka58님. 잘 지내시죠? ^^ 2009.03.31 20:3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randy5kh.tistory.com DTwins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두분의 훌륭한 interviewer와 interviewee를 통해 많은 걸 느끼고 갑니다. 앞으로 종종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 2009.03.30 13:1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감사합니다. 종종 놀러오세요~^^ 2009.03.31 20:3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midorisweb.com 미도리 제가 만나뵙고 싶어하는 김호님을 인터뷰하셨군요 ^^ 글이 멋져요~
    하프타임에 변신을 시도한 아주 적절한 사례인것 같아요...전 다시 방학을 기다려야겠군요 ㅋㅋ
    2009.04.01 15:22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글이 멋진 게 아니라 사람이 멋져서겠지요.
    근데 김호님 팬이 상당히 많군요.^^
    2009.04.01 20:12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miran.tistory.com conan 호사장님 블로그에서 링크타고 넘어왔어요. 같이 일해본 직원으로써 참 배울점이 많은 멘토셨는데, 기자님 글 덕분에 더 많은 부분을 알게됐네요. 감사합니다! 2009.05.26 13:52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그러셨군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5.31 00:36 신고
  • 프로필사진 메아리 능력있는 사모님과 자녀들 그이상 바랄게 없으시겠읍니다. 모든 경사에 축하를 드립니다. 건강 하십시오 2010.12.28 04:06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anna 아마 다른 분과 헷갈리신 듯한데...어쨌든 축하인사는 전해드리겠습니다 ^^ 2010.12.28 12: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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