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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정리되는대로 여행기를 쓰고자 했건만....거, 참.. 쉽지 않군요. -.-;;
사진 정리도 여태 못해 허덕이는데, 이러다가는 조만간 사진을 보면서 '여기가 어디더라...'하고 헤맬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여행은 틈틈이 메모를 해뒀으니 정리되는대로 (어느 세월에....) 들려드리기로 하고, 지나다니던 길목에서 마주친 몇몇 풍경 (사실은 메모를 해놓지 않아 곧 잊어버릴 것같은 일들...)을 먼저 들려드릴까 해요.

이동하면서 잠깐 들른 영국 런던은 출장을 포함해 이번이 세번째 가는 거였습니다. 겨우 두번 쓱 훑고 지나간 도시를 알면 뭐 얼마나 알겠습니까만...그런데도 나, 여기 좀 안다, 하는 거만한 태도로 느긋하게 걸어다녔죠. 두리번거리며 사진 찍느라 정신 없는 관광객들을 측은하게 쳐다보면서 말이죠.
주말 오후,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 대형 서점에서 책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럽고 서점 입구 근처의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더니 호들갑을 떨며 서점 밖으로 뛰어나가더군요.  공짜구경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터에 그걸 놓칠리 있겠습니까. 따라 나갔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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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의 물결이 넘실~넘실~~ ^^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트라팔가 광장으로 가는 큰 길에 벌거벗은 사람들 수백명이 자전거를 타고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많은 남, 녀의 벗은 몸을 한자리에서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관광객을 은근 깔보던 조금 전까지의 태도를 벗어던지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죠. 누드로 자전거를 타는 자기들도 신기한지 길가에 죽 늘어서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사진을 역으로 찍더군요.^^
사진을 막 찍어대는데,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제게 다가왔습니다. 앗, 왜 나에게....내가 너무 침흘리며 서 있었나....괜히 뜨끔해졌는데 이 남자, 리플렛을 건넨 뒤 윙크하고 사라지더군요. 애써 진지한 표정을 짓고 시선을 허리 위로 고정시키려 애를 쓰며 리플렛을 받았죠.
이게 해마다 하는 행사인데 올해가 5번째라고 합니다. 과도한 석유 의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전거를 타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리기 위해 해마다 한다네요. 동시에 차들이 쌩쌩 다니는 길에서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지를 알리기 위해 벗고 타는 거라고.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난 죽었다 깨나도 못할 일을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기도 하구요.
음란물이 될까봐 사진을 다 올리진 못하겠습니다. ^^ 그나저나 한밤중에 누드 사진 올릴 것 고르고 있다보니 어쩐지 좀 변태가 된 것같은 기분....에구~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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