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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 다녀왔습니다.
만년설을 꼭 보고 오리라 다짐했지만.... 위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하늘도 무심하더이다....ㅠ.ㅠ
도착하는 날과 떠나는 날을 제외하고 여행 내내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비가 왔습니다...
설산에 대한 동경으로 비를 맞으면서도 목마른 여행자에게, 산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군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비가 오지 않던 어느날, 벌떡 일어나 새벽 5시부터 포카라의 전망대인 사랑고트에 꾸역꾸역 올라갔건만 꼭대기에 도착하자마자 약속이나 한듯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차푸차레를 비롯한 히말라야의 고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는 그곳에서 겨우 시야에 들어온 것은 위 사진처럼 구름과 안개에 가려 거의 형체를 볼 수 없는 설산의 밑둥이 전부네요. -.-;

옆 사진의 아이는 사랑고트 기슭 마을에 사는 11살짜리 꼬마입니다. 설산과 일출을 보러 사랑고트에 올라오는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푼돈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 얼쩡거리던 녀석입니다. 푼돈 벌이가 목적인 아이 치고는 어찌나 영어를 잘하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이 녀석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사랑고트에 올라온다고 합니다. 왜 오느냐는 질문엔 "당연히 산 보러 온다"고 얼버무리면서 계속 푼돈을 타내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해대는 녀석을 보니 안스러워서 맘이 좀 짠했습니다.
이 영악한 녀석이 계속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늘 산 못봐요. 포기하고 내려가는 게 좋아요"하고 읊어대더군요. 날마다 여기 올라온다니 누구보다 전문가인 그 녀석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혹시나 하고 벌벌 떨면서 미련하게 1시간 가량 기다리느라 그만 감기에 콱 걸리고 말았습니다.  

풀이 죽어 카트만두로 돌아온 여행 마지막 날, 먼 발치에서 갑자기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듯 하얗게 웅크린 설산이 보이더군요. 미친 듯 차에서 뛰어내려 찍은 먼 산의 풍경입니다.
보여줄듯 말듯 속을 끓이다가 결국 돌아오는 날에서야 저렇게 웅크린 잔등만 보여주고 말다니....지독히도 애를 태우는 애인같아 야속하기만 합니다.

설산의 잔등을 끌어당겨 찍어보아도 구름 때문에 더 위는 보이지 않는 군요.

여행을 꽤 다닌 편이지만 이번 네팔 여행처럼 곡절많은 경우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하겠노라 야심차게 준비하다가 1년여전 다쳐서 깁스를 했던 발목을 다시 접질리는 통에 트레킹은 포기해야 했다지요...
(교훈1: 지나친 준비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
트레킹을 못해도 기어이 설산은 보겠다는 일념으로 어찌어찌 알게 된 한국 화가들의 네팔 교류 전시회 꽁무니를 꾸역꾸역 따라갔지요. 결국 설산을 보기는 커녕 비 맞고 싸돌아다니다 감기몸살에 걸려 돌아올 땐 비행기에 거의 짐짝처럼 실려오는 지경이 되어버렸지만요.
(교훈 2: 과욕에 패가망신한다....ㅠ.ㅜ)
이제사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여행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설산을 못봤으니 실패한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하지만 그 대신 다른 구경을 한 것도 꽤나 즐거웠습니다.
(교훈 3: 사람은 자기합리화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
네팔은 꽤나 흥미로운 나라이더군요. 정글부터 설산이 함께 있고, 온갖 신들이 사람과 공존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축에 들면서 일년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정글과 신들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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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dangunee.com 당그니 크크...저는 동네 뒷산으로 보이네요^^;; 역시 모든 것은 사진빨인가 봅니다. 그나저나...짐짝이셨다니 ㅜ.ㅜ 2007.10.08 01:5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우히~동네 뒷산 ^^; 근데 (비록 설산은 못봤지만) 저 산들의 풍경을 근접하게나마 담아내려면 사진빨이 좋아야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얼마나 근사한데요. 제 형편없는 촬영술이 안타까울 뿐임다. 흑~ 2007.10.08 12:40 신고
  • 프로필사진 마팔다 우와....선배, '온갖 신들이 사람과 공존'하는 거 무지 맘에 들어요!!
    그나저나 감기는 다 나으셨어요?
    선배가 요 아래 올리신 서평을 보고 오늘 도서관에서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를 빌렸답니다.
    영어 책인지라 다 읽으려면 한평생 걸릴 예정이지만 여튼 오늘 읽기 시작!!! (오늘의 진도: 두 페이지)
    2007.10.08 09:3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네팔 감기는 독한가봐. 여진 지속중....잘 지냈지? 마팔다 양이야 영어책 쯤은 누워서 떡먹기 아니심? ^^ 2007.10.08 12:42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gomy.info Gomy 이상적이지 못했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러울 뿐입니다... 전 고작 일본 갔다와서 사진 정리 중이랍니다. 회복 빨리 하시고 언제 더 자세한 얘기 들려주세요~ 2007.10.08 12:43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아, 일본 다녀오셨군요. 블로그에 재미난 여행기 기대할께요.^^ 2007.10.08 23:02 신고
  • 프로필사진 hojai 흠. 2007.10.08 15:44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사진이 이게 뭐고~하고 한탄하는 호자이의 한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옴.......) 2007.10.08 23:03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realfactory.net 이승환 글만 보면 우울할 듯한 여행인데 의외로 재미있으셨나봐요, 다행입니다 -_-a 2007.10.08 21:4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그러게 '교훈3'을 얻은 것이죠. 어떻게든 자기 경험을 스스로 합리화해야 제정신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 그냥 하는 소리고, 정말로 나름 재미있었어요. 기신기신 네팔 병원까지 갔다가 폭우가 퍼붓는 한밤중에 작은 카누를 타고 악어가 산다는 강을 건너가는 스릴!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2탄 개봉박두! ㅎㅎㅎ 2007.10.08 23:0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marx.co.kr/blog 로뿌호프 '그녀'가 네팔을 '가로지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에베레스트를 다녀왔다니 그냥 좋았겠습니다라고 하기엔 고생도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사진이나 글을 보면 그래도 즐거운 여행이셨던거 같네요. 2,3편도 잘 읽겠습니다.

    PS) 블로그 우측에 카테고리 메뉴를 누르면 링크가 깨집니다. 신고드려요~ ^^:
    2007.10.09 15:0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에베레스트....다시 가고야 말겠다고 결심하고 돌아왔지요.^^ 신고 감사합니다. 근데 제 컴퓨터에선 멀쩡하게 나와서 어떤 문제인지를 잘 모르겠네요. -.-; 2007.10.10 01:10 신고
  • 프로필사진 사복 도대체 어딜 가신 거야?
    했는데... 정말로 어딜 가신 거였군요!

    첫 사진을 보고 감동했는데.. 이어지는 사진에... 푸훕~^^;

    이 땅에서 발도 못 떼본지라 이렇게 여행다니는 분들이 참 신기하고
    대단해 보여요...^^ 산나님 덕분에 산 구경 (리얼버전. 낫 설정버전) 잘 하고 갑니다.. ^^
    2007.10.09 17:2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제 사진때메 히말라야에 대한 동경이 와장창 깨지는 분들도 있을까봐 걱정....^^; 눈으로 보면 저 정도도 정말 멋진데.... 2007.10.10 01:10 신고
  • 프로필사진 inuit 오랫만에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발목 부상에 감기까지, 정말 고생많으셨네요.
    그만큼 인상깊은 시간이셨겠어요.
    자유롭게 훨훨 다니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도를 깨치고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
    2007.10.09 22:56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아, inuit님 오랫만이네요! 한번 틀 밖으로 나와보니 자유의 비용도 만만치 않습디다 ^^ 도를 깨치기는요. 그런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하고 돌아왔지요. ㅎㅎㅎ 2007.10.10 01:13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crazia.fiaa.net 광이랑 멋진 곳에 다녀오셨군요 +ㅂ+ , 대자연 앞에 서게되면 인간이란 존재가 한없이 초라해지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데, 정말 그러하셨는지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2007.10.10 01:54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susanna 초라해진다고 말하기엔 뭔가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무겁게 지고 다니던 짐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지는 듯한 기분에 더 가깝구요. 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던걸요. ^^ 2007.10.10 23: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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