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장소를 알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계속 '브라이(braai)' 라고 떠서 무슨 뜻인가 했더니, 남아공 사람들은 바비큐 파티를 '브라이'라고 부르더군요.
소사티(sosatie) 라는 남아공 요리인데요. 오른쪽 꼬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양고기와 돼지고기 썬 것과 파인애플, 양파 등을 말레이시아 카레로 양념해 꼬치에 꿰어 구우면 끝인, 아주 간단한 요리입니다.
남아공 음식문화엔 예전에 유럽인들의 노예로 들어온 말레이시아인들의 문화가 뒤섞여 말레이시아 향료가 꽤 많이 쓰인다는군요. 말레이시아 카레는 매콤하면서도 약간 달달한 맛이어서 꼬치구이 양념에 딱 제격입니다.
그냥 구워도 될 것같은데 등심살 가장자리 살이 얇은 곳을 끈으로 일일이 묶어 전체 두께를 균일하게 만들더군요. 그래야 골고루 잘 익는다면서요.
왼쪽이 지글지글 굽고 있는 필레입니다. 좀 지저분해 보이죠? ^^;
하지만, 다 익은 필레를 썰었더니 안이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아주 맛있습니다. 소금과 통후추로만 양념을 했는데도 상당히 맛이 있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빌통은 소금으로 간한 소고기를 말린 남아공식 육포입니다. 그 나라에선 아주 대중적인 간식거리라네요.
빌통을 가져오기 전에 그게 뭔지 설명하면서 제 친구는 "미국의 저키(jerkey)와 비슷하지만 빌통의 맛을 저키와 비교하는 건 우리에게 모욕"이라고 주장하더군요. ^^ 먹어보니 질기지도 않고 그다지 짜지도 않고 아주 맛있는 안주거리 입니다.
이후로 쌀 요리 비슷한 꾸스꾸스 (couscous), 구운 소세지, 양고기 구이가 더 나왔는데 빌통이 나온 이후론 카메라를 내팽개치고 먹느라 바빠 사진 촬영하는 걸 까먹었다는...^^; 전 아무리해도 멀티태스커는 못되는 모양입니다. ㅠ.ㅠ
양고기 다리 뼈에서 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던 남아공 청년은 계속 양다리로 남편을 때려 죽인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 이야기를 하느라 일에 진도가 안나가서, 밤 10시 넘어서까지 양고기를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 이야기를 한참 듣다보니 로알드 달의 소설집 '맛' 에 나오는 단편이더군요.
마침 제가 읽은 책이라 아는 체를 하면서 대화에 끼어들 수 있었으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양 이야기로 말이 이어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읽지 않은 소설까지 나오는 통에...뭐 제 아는 체도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남아공에서 온 청년이 하루키 소설까지 읽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해봤다죠....끙~ -.-;
해가 저무니 각 연립주택 옥상마다 소규모 파티를 열고 있는 외국인들이 눈에 띕니다. 해방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더군요.
서서 왔다갔다하면서 이야기하는 스탠딩 파티 형식은 영 익숙치 않았지만 하늘을 보며 파티를 하는 건 좋았습니다. 낮은 쪽 난간에 걸터앉아 올려다보니 해가 지는 지붕 위로 나무가 걸쳐져 있네요.
멀리서 해저무는 남산과 불을 막 밝힌 남산 타워도 보입니다. 여기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자니 아파트가 무지 갑갑하게 느껴지더군요. 옥상, 아니면 조각만한 하늘이라도 올려다볼 수 있는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오르게 만든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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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둑 2007/08/20 13:39
수산나님, 잘 지내시죠? 남산을 보니, 벌써 고국이 그리워집니다(온지 고작 2주 됐지만). 저도 여기와서 바비큐 파티에 몇 번 갔는데, 쫌 뻘쭘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서서, 앉아서 잘도 얘기하는데...저는 어디에 껴야할지, 뭔 얘기를 해야할지 머뭇거리다 웃음만 실실 흘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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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08/20 19:38
ㅋㅋㅋ '고국'이라고 하니까 마치 20년 해외생활을 한 망명객같은 분위기. ^^웃음 실실도 좋고 저처럼 열심히 먹으며 음식 칭찬에 열을 올리는 것도 한 전략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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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바루 2007/08/21 00:11
작년 요맘 때까지 옥탑에 살았는데요. 덥기는 정말 덥지만, 풍광이 끝내줍니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마당이 어디 서울에서 쉬운가요. 바람 불 때 옥상에 탁 앉아 있으면 세상 시름이 없습니다. 거기 살다가 1층으로 이사를 했더니 미칠 지경이더군요. 도로 한강 보이는 집으로 이사를 왔죠. 그 전만은 못해도 그래도 좋습니다.
그 풍광 좋은 옥탑에 살면서도 바깥에서 고기 궈 먹으며 신선놀음은 딱 한 번 해봤습니다. 헤헤. 수산나 님이 즐기셨다는 바비큐 파티, 한번 해볼걸 그랬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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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2007/08/21 14:14
저도 이번 휴가에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보러 갔다가 입장료 인당 5000원이란 소리에 바로 차돌렸어요. 어른 6명, 어린이 2명이었거든요 동행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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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7/09/13 02:39
무엇보다도... 저 낯선 음식들이 맛있을 것 같고...
(꼬기 꼬기! - 제 핸드폰에 적혀 있는 응원구호랍니다 -_-
서서 이야기하는 옥상 파티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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