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도둑질도 쉬다 하면 잘 안된다고, 근 한달 가까이 블로깅, 일기는커녕 글자를 거의 안쓰고 지내다보니 뭐가 잘 써지지가 않네요. ㅠ.ㅠ

자가발전이 안될 땐 옆에서 누가 찔러주기라도 해야 발동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어느 신문을 보니 ‘돈가스의 탄생’이라는 책에 대한 간단한 서평이 실렸더군요. 저도 그 책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서 예전에 써둔 서평(이라기보다 거의 요약본 ^^;) 을 올립니다. 이 책은 글을 잘 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문 저술가가 아니어도 자신이 진정 열정을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해 이렇게 책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범사례라 할만 합니다.
서평을 올리다 보니 입에 군침이 도는군요. 오늘 저녁 메뉴는 돈가스를~ ^^ 어쨌든, 이렇게라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집 ‘키친’에서 미카게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하고 사랑하는 유이치를 찾아가 같이 먹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 음식은 다름 아닌 돈가스 덮밥이었다.


일본의 돈가스는 독특한 요리다.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서양식 요리이지만 서양에서와 달리 미리 썰어 접시에 담아내고 나이프나 포크 대신 젓가락으로 밥과 함께 먹는다. 서양요리도 아니고 일본 요리도 아닌, 그 둘의 절묘한 조합인 돈가스는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을까.


밀가루 회사에 다녔고 음식문화사를 연구하는 저자 오카다 데쓰는 ‘돈가스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일본만의 독특한 요리인 돈가스, 단팥빵을 통해 일본 근대문명사를 바라본다. 전문 저술가가 아니라서 중언부언하는 대목이 간혹 눈에 띄지만, 소재에 천착하는 저자의 ‘오타쿠’적 열정에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불교를 받아들인 덴무 천황이 675년 육식 금지령을 내린 뒤 1200년 동안 쇠고기, 돼지고기를 금기시해온 나라였다. 사정이 달라진 것은 1868년의 메이지 유신 때 쇄국에서 개국으로 대외정책이 180도 전환하면서부터다.

저자는 메이지 유신이 “현대 일본의 다채로운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는 가장 흥미로운 시대”였다면서 “요리 유신”이라고까지 부른다.

근대화를 추진했던 메이지 유신 지도자들의 고민은 위로 올려다봐야 할 정도인 서구인과 일본인의 체형 차이였다. 육식을 해금한 배경에는 체격을 키워 일본인의 체력에 대한 열등감을 없애고 서양요리의 보급을 통해 서구의 음식문화, 나아가서는 문명을 섭취 흡수하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 1872년 메이지 천황이 앞장서서 쇠고기를 먹으면서 육식은 문명개화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1200년간 금기였던 육식은 순조롭지 않았다. 일본요리와 서양요리를 절충한 새로운 스타일인 ‘양식’은 위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음식이다. 쇠고기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전골에 넣어 된장으로 양념을 해 끓여먹기 시작한 것이 쇠고기 전골, 스키야키의 시초다.

돈가스의 유래는 서양의 튀김요리인 커틀릿(Cutlet)이다. 이를 일본에서는 ‘가쓰레쓰’라고 불렀고 돼지고기를 튀긴 포크가쓰레쓰가 돈가스의 전신이다. 서양에서는 따뜻한 요리엔 익힌 채소를 쓰지만 일본인들은 돈가스에 채를 친 양배추를 곁들였다. 돈가스를 한입 먹은 뒤 산뜻한 양배추로 입안에 남는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서다.

돈가스의 인기에는 이름에 ‘가쓰(勝)’라는 뜻이 들어있는 것처럼 읽히는 점도 한몫했다. 요즘도 시험 철이 되면 일본의 수험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가스 도시락이나 돈가스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한다. 외국문물을 받아들인 실용에다 상징까지 결합됐으니 일본의 대표음식이라 할 만하다.

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밀가루와 계란, 빵가루로 입힌 튀김옷과 돼지고기의 만남. 서양 문화가 일본 문명과 충돌하면서 빚어낸 산물이자 일본만의 독특한 음식인 돈가스가 탄생하기까지 60년간의 일본의 근대문화사를 풍성하게 풀어낸다. 돈가스를 통해 구성된 일본의 민족성과 음식문화를 발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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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