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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는 것은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것과도 같아. 먼저 피우지 않은 담배의 무게를 저울에 잰다네. 그리고는 그 담배를 피우면서 저울에 재를 털고 다 피운 꽁초도 올려놓은 뒤 다시 무게를 재는 거야. 처음 무게와의 차이가 바로 연기의 무게라네.”
- 영화 ‘스모크>(비디오·SKC)에서 폴이 오기 렌에게 -

소설가 폴이 뉴욕 브루클린의 담배가게 주인 오기 렌에게 ‘영국에 담배를 들여온 월터 롤리 경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벌인 금화 내기의 주제였다’고 하면서 들려주는 일화다.

쓸데없는 일에 관심이 많은 내 친구 하나는 이걸 직접 실험해 보기도 했다. 그의 연구결과 보고는 “눈금이 꿈쩍도 않던데”였다. 드높은 지적 호기심을 뒷받침할 장비가 부족한 탓이다. 측량 단위가 kg과 g만 나오는, 제 집의 몸무게 다는 저울에 담뱃재를 털었다고 한다.

소설가 폴은 영혼의 무게도 같은 방법으로 잴 수 있다고 했다. 연기와 영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무게는 그것들이 사라진 뒤에야 측량이 가능하다는 걸까. 사라지고 난 뒤에야 알아차리게 되는 가치, 감정들도 있다는, 비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혼의 무게를 재려고 시도해 본 사람이 실제로 있다.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메리 로취는 시체에 대한 종합보고서라 할 ‘스티프’에서 영혼의 무게를 다는 실험을 했던 의사 덩컨 맥두걸의 일화를 들려준다. 그는 1907년에 커다란 천칭을 만들어 그 위에 병상을 올려놓고 죽어가는 환자 5명을 관찰하며 사망 전후의 무게를 쟀다. 그는 신체에서 빠져나간 수분 등을 감안해도 죽은 뒤 체중이 24g 줄어든다며 이게 영혼의 무게라고 주장했다. 믿거나 말거나 류의 주장이지만 24g은 사람 엄지발가락 정도의 무게라는데. 영혼이 참 가볍다는 생각을 잠깐 하게 된다.

그러나 영혼은 가벼울수록 좋다.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미라 관 덮개에는 대개 죽은 자의 심장을 저울에 올려놓고 깃털과 비교해 무게를 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시신 속에 남겨둔 유일한 장기는 심장이었다. 사람의 영혼이 심장에 있다고 믿었고, 저승에서도 살아가려면 영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장과 깃털의 무게를 다는 것은 영혼의 선악을 판단하는 심판절차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심장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괴물이 즉시 심장을 먹어치우고, 깃털보다 가벼우면 오시리스 신이 다스리는 저승으로 들어가 영원히 살게 된다고 믿었다. 죽어서도 놓을 수 없는 욕심, 집착, 회한 따위로 영혼에 때 묻히지 말고 깃털보다 가볍게 살아가라는, 옛사람들의 충고이렷다.

P.S. 화질이 나쁜 비디오 대신 눈 밝은 제작자가 이 영화의 DVD를 만들어주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비디오를 구하기 어려우면 폴 오스터가 쓴 시나리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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