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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 명상, 된장찜질, 관장, 냉온수욕을 하고 산에 올랐다. 공복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 명상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체조를 한 뒤 단전호흡 비슷한 방식으로 하는 명상이다. 전체 기간 동안 이 명상이 나는 가장 상쾌했다. 집중을 잘 하질 못하는데 그나마 이 명상을 할 때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호흡을 관찰하며 하는 방식의 명상이 가장 쉽기 때문에 그런 듯....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근처 산 중턱까지 등산을 하는 것. 그냥 가는 게 아니고 한 사람은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이 인도해 올라가야 한다. 일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조건.

산길을 올라가는 것이라 쉽지 않다. 눈을 감은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인도하는 것이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상대방 발 앞의 돌을 내 발로 걷어차내야 하고, 말을 못하니 팔의 힘으로만 방향을 인도해야 했다. 땀이 뻘뻘 난다.

내가 눈을 감았을 때가 오히려 편했다. 분명히 오르막길일텐데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한두번 부딪히고 나니까 신기하고 편안한 마음이 싹 사라지고 불안해진다. 연로하고 약간 부주의한 참가자가 날 인도한 까닭에 나무에 두 번 부딪혔다. 얼마 전까지 깁스를 했던 왼쪽 발목이 한번 푹 꺾이자 눈을 뜨고 싶은 욕구가 들끓었고, 결국 몰래 두 번 실눈을 뜨고 바닥을 봤다. 별 도움은 안됐지만....

살짝 눈을 뜬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겠지, 했는데 웬걸, 목적지에 올라간 뒤 사람들이 입을 모아 "놀라운 체험이었다"고 하는 거다. 부딪혀도 그냥 상대를 믿기로 하고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고 말하는 걸 듣자니까 좀 창피했다. 내가 사람을 잘 믿지 못하나? 다치고 상할까봐 늘 겁에 질려있고 불안해하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뒤숭숭한 터라 산에서 30분간 했던 호흡 명상엔 집중이 거의 되질 않았다. 계속 스스로에 대한 원망, 후회되는 과거의 여러 일들이 떠오른다. 나중엔 아예 집중해보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눈을 감고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오면서 깜짝 놀랐다. 눈 감았을 땐 몰랐는데 꽤나 돌도 많고 거친 길이다. 난 발목이 무리가 갔다고 내 인도자를 원망했지만 이 길을 눈감고 그만큼 갈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또 하나. 눈을 뜨고 내려오면서도 왼쪽 발목이 또 한번 접질렸다는 것.... -.-;
결국 문제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데 있다는 생각에 몹시 우울했다.

오후 내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것도 단식의 증상 중 하나라고 하니 그냥 받아들이자.


셋째 날

최악인 날. 6시에 일어나자마자 평소에 조금씩 아팠던 몸의 모든 부위가 아우성을 치듯 한꺼번에 다 아프다. 기운도 없고 전날의 우울이 계속 이어진다.

아침 체조도 싫은 기분. 낮에 또 산에 가서 야외 명상을 했는데 집중이 안돼 너무 지루했다. 자꾸만 머릿속으로 딴 생각이 비집고 들어온다.

역시 난 안되겠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3일만 하고 말자, 하는 생각과 도대체 뭐하러 왔나, 실패하고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수련 지도하는 사범에게 난 원래 말했던 대로 단식은 3일만 하고 나머지 기간은 보식을 하면서 명상 수련에 참여하겠노라고 한번 더 말해두었다. 그는 그러라며 내일 아침에 상태를 보자고 한다.

이날 밤 풍욕은 별도 보이지 않아 지루하고 춥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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